대출 대가로 수억원 금품·향응 수수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전경.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 전경.
KB국민은행과 NH농협은행에서 1500억원이 넘는 부당대출이 발견됐다. 은행 직원들이 대출 브로커들과 짜고 허위 매매계약서를 작성해 부당대출을 취급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서 브로커들은 은행 직원에게 수억원의 금품을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4일 이런 내용의 KB금융지주·국민은행과 NH농협금융지주·농협은행 검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 금융사는 지난해 금감원의 정기 검사를 받았다.

국민은행 영업점 팀장은 시행사·브로커와 모의해 892억원 상당의 부동산 부당대출을 실행했다. 시행사·브로커로부터 허위 매매계약서 등 관련 서류를 제공받아 대출이 가능한 허위 차주를 선별하고, 대출이 용이한 업종으로 변경하도록 유도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출을 내줬다.

일부 대출에 대해 금품과 향응을 받은 정황도 확인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금융사고가 빈발하고 있는데도 영업점 감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국민은행은 영업점에 대한 내부감사 주기를 일률적(3년)으로 운용하고, 감사 기간도 3~4영업일로 짧게 진행했다. 과거 발생한 금융사고 위주로 사고 위험분석이 이뤄져 새로운 수법의 금융사고를 조기 탐지하는 데 한계가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농협은행 지점장·팀장은 브로커·차주와 공모해 허위 매매계약서를 근거로 감정평가액을 부풀리거나 여신한도 전결기준 회피를 위해 복수의 허위차주 명의로 분할해 승인을 받는 등의 방법으로 부당대출 649억원을 취급했다.

일부 대출에 대해 차주 등으로부터 금품 1억3000만원을 수수한 정황도 포착됐다.

시설자금 대출금을 시설공여자가 아닌 브로커·차주 계좌로 지급하거나, 운전자금 대출 취급 후 대출금 사용내역표를 점검하지 않는 등 사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총 226억원의 대출금이 용도 외로 유용되는 점도 확인됐다.

또한 농협은행은 금융사고가 발생했지만 금융당국에 이를 보고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거액 부당대출 관련 혐의를 수사 당국에 통보했다.

박충현 금융감독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는 브리핑에서 “부당대출이 굉장히 많이 늘어나 내부통제와 조직문화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감원은 이번 정기 검사를 통해 확인된 부당대출 취급 등 위법 사항에 대해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제재할 방침이다. 지난해 정기검사 대상이 아닌 지주·은행은 이번 검사 내용에 대한 자체 점검계획을 업무계획에 반영토록 할 계획이다.
자료=금융감독원
자료=금융감독원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