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서영의 명품이야기/마르니
트렁카루 백(사진①)
사진출처:OTB KOREA
트렁카루 백(사진①) 사진출처:OTB KOREA
글로벌 컨설팅 회사 맥킨지가 전 세계 2만 명을 대상으로 명품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1위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력이었고 2위는 환경과 윤리적 가치, 3위는 장인정신과 전통으로 나타났다. 브랜드 명성은 7위에 그쳤다. 특히 Z세대(1997~2012년생)들은 명품은 더 이상 과시의 도구가 아니라 가치 소비의 대상이 된 것이 큰 변화다. Z세대의 79%가 브랜드보다 제품의 실제 가치를 더 중요시했다.

2021년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보복 소비 열풍이 불어 명품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백화점 명품관 매출이 45%나 급등했고 그 중심에는 MZ세대(1980년 초~2000년대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있었다. 2021년 12월 샤넬의 가격 인상을 앞두고 전국 백화점마다 진풍경이 벌어졌다. 새벽부터 수백 미터씩 줄을 섰고 이른바 오픈런(제품을 사기 위해 오픈하기 전부터 매장 앞에서 줄서는 것)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다. 현대카드 소비 분석에 따르면 2030세대의 명품 구매 신용카드 사용액이 2년 만에 3배나 증가하기도 했다. 언론(연합뉴스)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인 명품소비는 총 168억 달러(약 20조9000억원)로 세계 2위의 명품 소비국이라고 했다. 그러나 최근 MZ세대의 소비 패턴이 브랜드 이름만 중요시하던 명품소비에서 실속형 가치 소비로 이동은 눈여겨볼 만하다.
뮤제오 소프트 쇼퍼백(사진②)
사진 출처:OTB KOREA
뮤제오 소프트 쇼퍼백(사진②) 사진 출처:OTB KOREA
버터플라이 새들 백(사진③
사진 출처:OTB KOREA
버터플라이 새들 백(사진③ 사진 출처:OTB KOREA
모피 사업으로 출발, 패션 브랜드로 확장

그런 측면에서 주목받을 만한 게 마르니다. 특유의 프린트와 선명하고 다채로운 컬러로 유명한 이탈리아 브랜드 마르니(Marni)는 1970년대 모피회사였다. 펜디(FENDI)를 비롯해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들로부터 주문을 받아 납품하는 카스텔리오니 가문 사업에서 시작되었다. 마르니의 창립자 콘수엘로 카스텔리오니는 스위스에서 태어났다. 그녀는 패션 관련 교육을 받은 적이 없었으나 남편인 지아니 카스텔리오니의 도움으로 1994년 밀라노에서 창업했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모피 사업을 해왔다. 당시 모피에 반감을 가진 소비자가 많아지자 침체에 빠져 있던 가업을 일으키기 위해 콘수엘로가 새로운 브랜드를 의뢰해 사업을 확장시켜 나갔다. 마르니라는 브랜드는 콘수엘로의 여동생 이름인 ‘마리아’에서 유래되었다. 이탈리아 특유의 선명하고 신선한 컬러감, 실크, 니트, 가죽 등을 사용해 마르니라는 패션 브랜드를 만들었다.

1994년 가족경영 체제로 설립된 마르니는 로맨틱한 디테일과 페미닌한 모티브, 화려한 컬러 감각으로 바이어들의 주목을 끌었다. 마르니는 점차 의류뿐만 아니라 신발, 핸드백, 다양한 액세서리를 취급하는 토털 브랜드로 성장했다. 다른 패션 하우스에 비해 역사가 짧음에도 불구하고 끊임없는 품질의 개선과 혁신으로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1994년부터 브랜드를 이끈 콘수엘로 카스텔리오니의 디자인은 아방가르드 하면서도 심플한 실루엣으로 고객들을 열광하게 했다. 마르니는 다양한 도형, 꽃 모티브들을 응용한 프린트들을 과감한 색상 조합으로 만들었다. 이러한 컬러 조합은 의상뿐만 아니라 액세서리에서도 잘 나타났고 반응도 좋았다. 그녀는 아방가르드 하면서도 독창적인 목걸이를 매 시즌 의상과 함께 발표했다.

마르니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프린트 원단, 대담한 컬러의 사용, 세련된 디테일과 액세서리와의 조화로 명품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다. 여러 색을 골라 사용하고 마르니만의 독특한 색감 이미지를 만든 것은 짧은 시간 안에 사랑받을 수 있는 요소 중의 하나였다. 재미있는 것은 색들을 사용하기 위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페인트의 팔레트에서 색상을 골라냈다는 이야기가 있다.

2012년 마르니는 메종 마르지엘라, 질 샌더, 디젤, 빅터앤롤프 브랜드 등을 보유한 이탈리아 패션 그룹인 OTB에 매각됐다. 이로 인해 창립자 콘수엘로 카스텔리오니와 가족들은 마르니를 떠났다. 2016년부터 마르니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고 있는 프란체스코 리소는 넘치는 창의력과 사토리얼 스토리텔링을 통해 21세기 신르네상스를 불러왔다. 리소는 전보다 더 마르니 같은 마르니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르니의 가장 유명한 시그니처 백은 트렁카루 백(사진①)이다. 이 백은 마르니의 아이코닉한 트렁크 백에서 영감을 받아 재탄생했고 마르니의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상징이다. 중앙의 마그네틱 클로저는 시선을 사로잡는 두 개의 볼드한 오버사이즈 메탈 구체로 장식되었고 조절 및 탈부착 가능한 숄더 스트랩으로 만들어졌다. 이탈리아 가죽 공장에서 생산되는 고품질의 송아지 가죽으로 제작되어 부드러운 촉감이 특징적이다.
뮤제오 백, 건축적인 디자인 적용 ‘독특’
2024 MET GALA에서 니키 미나즈가 착용한 마르니 드레스(사진④) 
사진출처 Marni.com
2024 MET GALA에서 니키 미나즈가 착용한 마르니 드레스(사진④) 사진출처 Marni.com
마르니의 뮤제오 백(사진②)은 건축적인 디자인으로 앞면과 뒷면 두 개의 패널이 가방 바닥에서 봉투처럼 연결되어 2D에서 3D로 변형되는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소가죽을 사용한 컬러 블록 디자인이 특징적이다. 마르니의 버터플라이 백(사진③)은 유려한 곡선 실루엣과 부드러운 유광 소재의 소가죽, 골드 장식으로 마르니 특유의 경쾌함이 특징이다. 유광 브러시드 가죽 소재에 마르니 로고가 각인된 슬라이딩 잠금으로 고급스러움을 더했으며 부드러운 스웨이드 안감으로 마무리되어 있다.

2024년 MET GALA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의상연구소 자선행사를 기념하는 전시회에서 마르니 맞춤 제작 의상을 착용한 글로벌 아이콘 니키 미나즈(Nicki Minaj)는 옐로 실크 소재에 골드, 라이트 그린, 블랙 컬러로 포인트를 준 핸드 페인팅, 입체적인 플라워 장식을 가미한 모래시계 형태의 조각적인 드레스를 착용했다(사진④). 1950년대 실루엣을 모던하게 연출한 드레스는 핸드 페인팅 알루미늄 잎으로 구성된 여러 개의 조각된 플라워 디테일이 장식되어 마치 패브릭에서 화사한 부케가 피어나는 듯한 감각을 선사했다.

2012년 마르니는 H&M과, 2022년에는 유니클로와 협업했다. SPA(제조·유통 일괄방식) 브랜드와 명품 브랜드의 협업은 크게 마케팅에 투자하지 않았음에도 브랜드의 광고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마르니는 국내에서 신세계인터내셔널이 수입하다가 2022년 OTB 직진출로 바뀌었다.

자료 참조: 프레타포르테에 나타난 목걸이 장식의 조형적 트렌드 분석(김명희, 성균관대 석사 논문), OTB KOREA

류서영 여주대 패션산업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