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MAGA 정책, 노동생산성 낮은 국가에 더 큰 위협
구조개혁 통해 역동적 시장생태계 조성해야

불법 이민자들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대처함으로써 미국민들의 일자리를 확보해 내수시장을 활성화하고 에너지와 물류에서도 미국의 주도적 패권을 확립함으로써 미국과 그 위치를 나란히 하려는 중국과의 격차를 더 벌리려는 의도이다. 그린란드와 파나마운하에 대한 소유권 운운한 것도 지정학적 영향력을 늘리면서 관련 비용을 줄이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트럼프 정부는 자국 기업에 대한 감세, 암호화폐와 AI 관련한 규제완화를 통해 산업을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리고 4년에 걸쳐 5000억 달러가 넘는 투자자금을 해외에서 유치해 챗GPT를 개발한 오픈AI,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을 대표하는 오라클, 소프트뱅크 등이 참여하는 AI 인프라 합작법인 스타게이트를 설립했다. 이를 통해 당장 첫해에 미국 내 일자리를 10만 개 창출하겠다는 각오이다.
공격적인 MAGA 정책으로 미국을 제외한 전 세계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1월 23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미국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유럽 경제는 생존 위기에 봉착하고 이것은 세계경제의 다른 거대 플레이어가 유럽과는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기 때문이며 유럽을 포함한 글로벌 파트너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에 따르면 작년 유로존의 경제성장률은 1.0%로 미국의 2.8%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지난 20년간 유럽과 미국의 노동생산성 격차는 꾸준히 증가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22% 상승하는 동안 유럽에서 노동생산성 상승률은 5%에 그쳤다. 생산성의 차이가 디커플링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1995년 8.0%에서 지속 하락해 2.0%로 감소했다. 구조개혁을 통한 생산성 향상 없이는 2040년대에 0%대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취업자 약 80%가 종사하는 서비스업의 1인당 노동생산성이 2021년 기준 6만6000달러로 제조업 13만8000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미국의 12만8000달러의 절반 정도이다. 낮은 생산성으로 인해 서비스산업의 부가가치 비중은 10여 년 동안 60%대에 머무르고 있다. 서비스업의 생산성은 정체돼 있는데 임금만 오른 것이다. 주력 산업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전환되면서 잠재성장률은 하락할 수밖에 없다.
만만치 않은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잠재성장률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경쟁력 없는 기업이 퇴출되고 혁신과 기술 진보가 상시 가능한 역동적 시장생태계를 조성하는 구조개혁이 시급하다. 노동시장의 유연성 회복을 통한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담보되지 않는 작금의 경제구조로 장기적 성장이 지속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경제에 문외한이거나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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