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보복 관세 부과 주장에 테슬라 주가 뚝뚝
글로벌 투자은행들, “실적 부진한데 주가 비싸”…폭락 가능성 경고도
상반기 3만 달러 신차 출시…자율주행차·로보택시·휴머노이드 로봇으로 수익성 다각화

관세전쟁 조짐에 주가 5% 급락
테슬라는 2월 3일 5.17% 하락한 383.68달러에 마감했다. 이날 장이 열리자마자 전 거래일(1월 31일) 종가인 404.60달러 대비 4.4% 급락했고 장중 낙폭이 5.8%까지 확대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영향이다. 캐나다 전 재무장관은 “미국이 관세를 부과하면 테슬라 전기차에 100% 보복관세를 물려야 한다”고 주장해 테슬라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국은 멕시코의 관세 부과를 한 달간 유예한다고 밝혔지만 관세전쟁을 둘러싼 불확실성과 긴장감이 주식시장으로 확산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예견된 일이었다는 반응이다. JP모간은 2월 초 “테슬라 주가가 과대평가됐다”며 “올해 주가가 폭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라이언 브링크만 JP모간 애널리스트는 고객에게 보낸 서한에서 “최근 몇 년 새 가장 낮은 이익률을 보인 4분기 어닝쇼크에도 불구하고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트럼프와 머스크의 정치적인 관계와 기대감 때문에 테슬라의 주가 상승 랠리가 이어졌다”며 “그러나 기업 펀더멘털이 뒷받침되지 않은 주가는 지속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테슬라의 목표가를 135달러로 제시했다. 현재 주가 대비 70% 가까이 주가가 내릴 것이라는 뜻이다. 앞서 웰스파고도 테슬라의 목표가를 125달러로 제시했다. 웰스파고는 “공격적인 가격 인하 정책에도 불구하고 테슬라는 차량 인도량을 늘리는 데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중국 전기차 제조업체들과의 치열한 경쟁에 직면해 있다”며 “IRA 보조금이 폐지될 경우 테슬라는 매출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테슬라의 자율주행 기술과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에도 비관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웰스파고는 “새로운 프로젝트가 테슬라의 취약한 사업 펀더멘털을 견인하진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할인 프로모션에도 전기차 판매율 뚝
투자전문가들이 테슬라의 주가에 우려를 표하는 이유는 전체 매출의 77%를 차지하는 주력 사업인 전기차의 성장세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테슬라의 4분기 전체 매출은 257억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2.1% 소폭 증가했는데 시장이 예상했던 5.6%의 성장률을 훨씬 밑돌았다. 주당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2.8% 증가한 0.73달러로 시장 예상치(6%)를 하회했다. 김세환 KB증권 애널리스트는 “테슬라의 작년 연간 매출 증가율은 0.9%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한 자릿수 성장이 나타났으며 지난 10년 평균 매출 증가율인 49.3% 대비 매우 낮은 성장을 보였다”고 했다. 작년 4분기 테슬라의 자동차 부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2% 감소했다. 2022년 2분기부터 꾸준히 차량 가격을 내리고 저금리 금융 인센티브 등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제공하고 있는데도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늘지 못했다. 작년 4분기 전기차 판매량은 49.6만 대로 전년 대비 2.2%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모델3, 모델Y 판매 비중이 95.2%를 차지했다. 연간 차량 판매량은 약 180만 대로 전년보다 1.1% 감소했다. 전기차 부문 수익성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비용 절감을 통해 차량당 전체 비용을 3.5만 달러 이하로 낮췄으나 새로운 모델Y를 출시하면서 지출이 늘었고 차량 가격 인하와 저금리 프로모션 등이 전체 이익을 갉아먹었다. 영업 마진은 전년 대비 2.0%p 감소한 6.2%로 나타났다.
‘10조 달러’ 가치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돌파구
다행인 것은 테슬라의 에너지 사업이 놀라운 성장세를 보인다는 점이다. 테슬라 전체 매출의 11.9%를 차지하는 에너지 사업 부문은 작년 4분기 약 31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112.9%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테슬라는 전기차 생산 노하우를 활용해 원가 경쟁력을 갖춘 산업용 에너지저장장치(ESS)인 메가팩과 가정용 파워월을 개발해 재생에너지 개발 업체 등에 공급하고 있다. 최근 재생에너지 사용이 확대되고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공장 증설이 늘면서 ESS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테슬라는 캘리포니아 라스롭 공장에서 주당 200개, 연간 40GWh의 메가팩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도 올 1분기 연간 20GW를 생산할 예정이다. 고정형 배터리 저장장치의 출력을 높여 장기적으로 연간 100GWh를 생산하는 게 목표다. 테슬라는 재생에너지업체 인터섹트파워에 15.3GWh의 메가팩을 공급하는 계약도 체결했다. 중국 업체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지만 시장 선도주자로 입지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투자자들은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에 기대를 걸고 있다. 테슬라는 사업 다각화를 위해 로봇 사업에 진출했다. 전기차 개발 기술을 활용해 개발비를 절감할 수 있고 기존 사업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테슬라는 반도체 칩셋, 통신모듈, 배터리 등 전기차 부품을 활용해 옵티머스의 하드웨어를 설계하고 자율주행 개발 과정 중 만들어낸 머신비전 기술과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2021년 AI 데이에서 최초 공개된 옵티머스는 작년 10월 차세대 버전으로 진화했다. 손과 팔이 이전 모델 대비 자연스럽게 작동하고 촉감 감지 기능을 넣어 인간의 움직임과 유사하도록 개선했다. 옵티머스는 테슬라 공장에 배치돼 자동차 생산 보조, 불량품 식별 등 업무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올해 약 1만 대의 옵티머스 로봇을 제작할 계획이다. 내년 외부 판매도 본격화한다. 머스크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옵티머스의 수익이 장기적으로 10조 달러에 달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일각에서는 올해부터 테슬라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로보택시가 수익화 단계에 진입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놓고 있다. 테슬라는 작년 3분기 사이버 택시 20대와 모델Y 30대를 포함해 현재 총 50대의 자율주행차로 사고 없이 수천 명을 태우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로보택시는 운전대, 브레이크, 가속페달 등 수동 개입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원활한 주행 능력을 보였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미국과 캐나다 일부 지역에서 제공되고 있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풀셀프드라이빙(FSD)은 오는 6월 오스틴에서 유료 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중국과 유럽에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FSD가 해외에서 승인받고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의 표준으로 자리 잡는다면 테슬라의 주요 매출처가 될 수 있다. 테슬라는 FSD를 다른 완성차 업체들에 기술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개발을 포기한 포드, GM 등이 고객사로 거론되고 있다.
3만 달러 반값 전기차, 게임체인저 될까
테슬라는 올 상반기 3만 달러 이하의 소형 전기차인 ‘모델Q’(가칭)를 출시해 전기차 판매율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을 세웠다. 모델3보다 30% 가볍고 차체는 15%가량 작은 소형 콤팩트 차량이다. 제조 원가는 모델3의 절반 수준이다. 이 모델은 53·75kWh 구성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팩과 단일 및 이중 모터가 장착됐고 1회 충전 시 주행 가능한 거리는 약 500km 안팎으로 알려졌다.
테슬라는 모델Q 출시가 전기차 시장의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테슬라는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기존 설비를 활용하고 공정을 변경해 신차를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새로운 공장을 설립하지 않고 연간 300만 대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겠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자동차 업계는 회의적인 반응이다. 과거 사이버트럭을 비롯해 테슬라의 신차 출시 계획이 여러 차례 연기된 적이 있는 만큼 상반기 출시가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기존 설비를 활용하면 차세대 플랫폼보다 비용 절감 효과가 떨어져 차값을 낮출 수 없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김 애널리스트는 “테슬라는 매출 성장성이 떨어지고 있는 데다 비즈니스 모델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향후 현금흐름과 주주환원 등이 주가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며 “테슬라의 이익 성장성 대비 주가가 높은 수준이라는 것을 감안해 운용 비중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예진 한국경제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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