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얼리 공예가 ‘아비엥또’ 김혜진 씨

인생을 살다보면 부러운 부류들이 있다. 날 때부터 풍족했던 금수저 친구나 뭐든지 물어보면 척척 답해주는 박학다식한 선배, 모델처럼 팔다리가 쭉쭉 뻗은 후배. 이들 모두 부러움의 대상이긴 하나 100세 시대, 정년 없는 경쟁력을 요구하는 세상이 다가오면서 ‘금손’들의 재주가 가장 부럽다.

별다른 재료 없이도 무엇이든 뚝딱 만들어 내는 금손들. 그 손재주로 돈을 벌 수 있다면야 금수저가 부러울까.

십 수 년 간 국내 굴지의 대기업에서 육아전선에 뛰어들어 경력단절이 된 김혜진 씨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시작한 주얼리 공예가 그녀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현역시절에 비해 수입은 물론, 직업적 만족도도 높다며 인터뷰 내내 칭찬이 끊이질 않는 그녀를 만나 ‘주얼리 수공계 작가’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1968년생인 김혜진 씨는 퇴직 후 주얼리 공예작가로 제 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1968년생인 김혜진 씨는 퇴직 후 주얼리 공예작가로 제 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주얼리 수공예를 한 지는 얼마나 됐나요.
“2017년 8월에 시작했으니 올해로 8년차예요. 제가 주얼리 공예를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작년에 상도 주셔서···신기할 따름이에요.(웃음)”

사실 주얼리 공예와는 전혀 상관없는 직장생활을 오래 하셨던데요. 대기업에서 근무를 하다가 갑자기 수공예 작가로 전향한 이유가 궁금하네요.
“90년도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했으니 한 10년 넘게 했어요. 결혼하고 애 낳고도 직장생활을 병행했는데, 둘째 아이가 태어나면서 전업주부로 전향했죠. 그러다 아이가 어린이집을 가면서 시간이 비는 거예요. 심심해서 틈틈이 비즈공예도 배워보고, 퀼트도 배우러 다녔는데, 우연히 주얼리 수공예를 만나 인생이 바뀌게 된 거죠.(웃음)”

원래 주얼리를 좋아했었나요.
“원래 좋아했었어요. 길 가다가도 눈에 보이면 하나씩 사곤 했는데, 주얼리 공예를 배우니까 직접 만들 수 있겠더라고요. 좋아하던 분야니까 바로 흥미가 붙었어요. 그래서 집에서 연습도 하고 혼자 연구도 해보면서 조금씩 발전하게 됐어요.”

취미로 하다가 작가로 전환하게 된 계기는요.
“큰 딸의 추천 때문이었어요.(웃음) 거실 한 켠에 부자재도 쌓여 있고, 완성품도 하나 둘씩 늘어나는 걸 본 딸이 ‘온라인으로 팔아보는 건 어때?’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알아보다가 ‘아이디어스’라는 온라인 플랫폼을 알게 돼 시작하게 됐어요.”

제품만 만든다고 판매가 되는 게 아니잖아요. 여러 과정을 배우는 데에는 큰 어려움은 없었나요.
“안 그래도 사업자등록도 안 했는데, 어떻게 물건을 팔 수가 있을까 라고 생각했는데, 온라인 플랫폼에 따라 개인·법인 사업자 없이도 시작은 할 수 있더라고요. 요즘엔 상품페이지를 만들 줄 알아야 물건을 팔 수 있거든요. 이곳에서 제품 사진 촬영부터 상품 페이지 작성법 등 모든 걸 다 알려줬어요. 만약 그런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 못했을 거예요.(웃음)”

직접 고객을 만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 운영은 생각 안 해보셨나요.
“그래서 처음엔 지인이 운영하는 옷가게에 납품을 한 적이 있었어요. 사실 납품이라기보다 한 쪽 진열대에 제품 몇 개를 놔두는 형식이었죠. 근데 생각보다 팔리지도 않고, 또 천연원석이 단가가 비싸다 보니 팔아도 남는 게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몇 달 해보고 접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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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원석으로 주얼리를 만드는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우선은 어떤 스타일의 주얼리를 만들어야겠다는 기획을 한 후 천연원석, 그리고 부자재를 구매를 하는 게 시작이에요. 지금이야 국내외 거래처들이 많지만 처음엔 원석을 사기 위해 동대문 시장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발품을 팔아야 했죠. 천연원석 자체가 고가이기도 하지만 재료마다 컨디션이 다 달라요. 구매한 원석이 입고가 되면 A·B·C급으로 분류를 해 둡니다. 이후 원석을 촬영한 사진을 고객들에게 공개해요. 일종의 예고편이죠. 그리곤 샘플을 제작해 촬영·편집·제품 소개 글을 작성해 판매창을 열면 주문이 들어옵니다. 그럼 주문 수량에 맞춰 제작에 들어가게 되죠.”

일반 쇼핑몰이나 오픈마켓과는 판매 방식이 다르네요.
“제가 판매 중인 아이디어스 플랫폼은 우선 고객들이 주문하면 제작하는 방식이에요. 고객 맞춤 제작도 가능합니다. 대량 판매는 어렵지만 재고 걱정은 없다는 게 장점이에요.(웃음)”

재료를 등급별로 분류하는 이유는 뭔가요.
“천연원석 특성상 모양이 다르거나 흠집이 있는 경우가 많아요. 제 입장에선 재료의 특징을 잘 알지만 고객들은 그게 아니거든요. 흠집이 있으면 제품이 잘 못 왔다고 생각할 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최상의 컨디션인 재료로만 제품을 만들고, B급 재료는 좀 더 저렴하게 판매해요. 그보다 아래인 C급 재료는 가끔 단골고객들에게 취미용 원석으로 무료 나눔을 하고요.”
B급, C급이더라도 하자가 있는 재료는 아닐텐데, 어떻게 보면 서비스 차원이군요.
“그렇죠. 특히나 고객들 중에서 천연원석 마니아들이 많아서 무료 나눔이 인기예요.(웃음)”

제작 시간은 얼마나 걸리나요.
“제품 제작 자체는 그리 오래 걸리진 않아요. 하나 만드는 데 짧게는 30분 내외예요. 원석을 분류하거나 고객과 소통하는 시간이 꽤 걸려요. 보통 평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는 제품을 만들고, 택배 포장 및 발송 준비를 해놓습니다. 그리고 좀 쉬다가 저녁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고객들과 소통하면서 제품을 제작하고 있어요. 하루 12시간 일하는 셈이죠. 그리고 주말에는 신상 작업을 해요.”

보통 하루에 몇 개 정도 제작이 가능한가요.
“주문량에 따라 다른데 평균 10~15개 정도 만드는 것 같아요. 그래도 제가 손이 좀 빠른 편이라 이 정도 만드는 거예요.(웃음)”

주변에서 도와주는 분들이 있나요.
“아직까진 저 혼자하고 있어요. 제품 제작부터 택배 발송, 고객과의 소통으로 한창 바쁠 땐 알바를 고용할까 생각했었는데 포기했어요. 비용도 비용이고, 가르쳐야 하는 일이 더 많아질 수 있을 것 같아 힘들어도 저 혼자하고 있어요.(웃음)”

아무래도 판매용 제품은 취미용에서 판매용으로 만들 땐 신경이 많이 쓰였을 것 같아요.
“판매용으로 만드는 건 정말 어렵더라고요. 상상만으로 ‘이렇게 만들어야지’ 생각한 걸 실제 재료를 구입해 만들어보면 아닌 경우가 많거든요. 특히 도매는 한 두 개만 구매 할 수 없어서 하나 둘씩 사놓다 보니까 거실이 창고가 되기도 했어요. 비용도 만만찮았어요. 취미로 할 때도 재료비가 월 50만원은 들어서 만약 남편이 싫은 내색을 조금이라도 풍겼다면 아마 못했을 거예요.”

보통 온라인 판매하는 분들 중에 반품이나 악성민원으로 그만두는 분들이 많다고 들었어요.
“전 다행히도 반품이나 민원이 많은 편은 아니었는데, 첨에 악성고객으로 스트레스를 좀 받긴 했죠. 제품을 받은 지 한참 지난 뒤에 반품을 신청하는 고객이 있었어요. 그 분이 착용을 하고 다니다가 변색이 된 제품을 바꿔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보낼 때 찍어 둔 제품 사진을 다시 보내면서 맞불을 놨죠. 그 이후에도 며칠 간 밤낮없이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면서 환불을 해달라고 괴롭혔어요. 그땐 제 스스로가 이해를 못 했던 것 같아요. 제 잘못이 아닌데 환불을 해줘야 한다는 자체가 너무 억울했어요.”

그래서 어떻게 대처하셨나요.
“제가 막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모습을 본 남편이 ‘그냥 환불해줘’라고 한마디 던지더군요. 어차피 그 고객은 100명 중 한 명 있을까 말까한데 그걸로 몇날며칠 스트레스를 받는 게 오히려 손실이라고요. 그 말도 괘씸했지만 생각해보니 맞는 말이더라고요. 그래서 환불해줬어요.(웃음)”

혼자 작업하다 보면 이곳저곳 안 아픈 곳이 없을 것 같은데, 직업병은 없나요.
“저처럼 많은 수공예 작가들은 늘 거북목과 어깨통증을 달고 살걸요. 주얼리를 만드는 직업이다 보니 누굴 만나면 항상 살펴봐요. 어떤 귀걸이, 팔찌를 했나 뚫어지게 쳐다보는 게 제 직업병이죠.”

주얼리 수공예 작가가 되려면 뭘 갖춰야 하나요.
“기본적으로 손재주는 있어야 해요. 전 금손까진 아니지만 뭘 만드는 걸 좋아하고, 손도 빠른 편이거든요. 그리고 주얼리 트렌드를 읽는 감각도 중요하고, 무엇보다 세심함과 꼼꼼함이 중요할 것 같아요. 제품을 만들 때나 고객 응대에도 세심함은 필수 조건인 것 같아요. 또 저희 특성상 기성제품이 아닌 핸드메이드 제품을 판매하는 거라 고객들도 기대만큼 걱정도 있거든요. 그런 부분들을 해소하기 위해서 재료 선택도, 고객 응대도 세심하게 할 필요가 있어요.”
알고 보니 금손이었던 그녀···예순 다 돼 ‘억’ 소리난다 [강홍민의 굿잡]
이 직업의 가장 큰 장점은 뭔가요.
“가장 좋은 건 직장이자, 작업실이 집이라는 점이죠. 시작하고 2~3년 정도 지나서 팔로워가 꽤 늘었을 때, 공방에 방문해 직접 보고 구매하고 싶다는 고객들이 있었어요. 그래서 오프라인 공방을 열어볼까 고민한 적도 있었지만 그렇게 되면 매일 출퇴근을 해야 하고, 손님들도 응대해야 하니 작업 시간이 많이 줄 수밖에 없을 것 같아 포기했죠. 출퇴근 시간을 절약해 제품 하나 더 만들고, 고객들과 더 소통할 수 있어 너무 좋아요.(웃음)”

단점은 뭔가요.
“아무래도 고질병인 거북목과 여기저기 통증이 자주 발생한다는 점이에요. 하루 12시간 정도 앉아서 작업을 하다 보니 체형도 변하고 건강 수치도 조금씩 나빠지고 있더라고요. 특히 정교한 작업을 많이 하게 돼 시력도 많이 떨어졌어요.”

수입은 어떤가요.
“작년(2024년) 기준으로 매출 3억원이요. 사실 엄청 커 보이지만 천연원석이 고가예요. 여기저기 비용 나가면 순이익은 그리 크지 않답니다.(웃음)”

회사 다닐 때보단 수입이 더 나은가요.
“그럼요.(웃음)”

수공예 작가의 비전은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요즘은 대량 생산 시대인데, 수공예로 주얼리를 만드는 게 시장성이 떨어져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 시장은 마니아층이 탄탄해서 늘 찾는 고객들이 많아요. 물론, 큰 시장은 아닐 수 있지만 정년없이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분야잖아요. 저처럼 60이 넘은 나이에도 돈을 벌 수 있다는 게 최고 아닐까요.(웃음)”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사진=아이디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