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를 휩쓴 딥시크 쇼크는 각국 정부 기관의 ‘금지령’에 일단락 된 듯 하다. 그러나 딥시크발 차이나 쇼크가 남긴 숙제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첨단 산업 전방위에서 ‘제2 딥시크 쇼크’가 계속될 수 있음을 우려한다. “그럼 그렇지”라고 안심하는 순간, ‘made in china’의 공습이 시작된다.

지난 1월 17일 ‘CES 2025’를 다녀온 직후 고태봉 iM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렇게 말했다. 중국의 AI는 기술을 향상시키며 진보에 들어섰고 한국의 AI는 환경 변화에 따라가는 진화에 가까운 것 같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상당수의 중국 기업이 미국 대사관의 발급 거절로 발도 들이지 못했던 CES 현장이었다. 스파이칩 이슈로 제재를 받은 화웨이, 틱톡금지법으로 주목 받은 바이트댄스, 펜타곤 블랙리스트에 오른 DJI, 바이두 등 중국의 주요 빅테크가 불참했다.
그럼에도 참가의사를 밝힌 중국 기업만 총 1339개, 전체의 27.8%에 달했다. 고 센터장은 “미국 내 AI 인재, 절반이 중국인”이라며 2019년 29%에서 지금의 47%로 늘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막대한 투자로 미국의 첨단기업 및 첨단기술과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몰랐던 중국전 세계에 중국산 제품의 폭격이 시작된 건 지난 2018년. 당시 미국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가 수입산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순간부터였다. 그해 7월엔 중국산 수입품 340억 달러어치에 25%의 추가 관세를 매기면서 미·중 무역전쟁은 전면전으로 치달았다.
당시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산 제품에 25% 추가 관세가 부과될 경우 저가 매력이 사라져 중국이 입을 피해는 복구 불능의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뿐 아니라 저가로 상품을 내줄 국가에는 베트남·인도·폴란드·우크라이나·모로코 등의 대안도 있으니 미·중 무역전쟁의 승자가 미국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었다.
실제 2016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무역 의존도는 중국이 30.62%, 미국은 19.61%에 불과했다. 극단적으로 말해 수출 없이는 국내 경제 유지가 어려운 나라가 중국이었다. 매년 10% 가까이 증가하던 대미 수출이 줄어들거나 중단될 경우 중국 경제는 걷잡을 수 없는 연쇄 부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경제 이론으로는 소비가 줄면 생산도 감소하는 게 당연했다. 중국의 선택은 달랐다. 중국 정부는 국가 주도의 막대한 보조금을 통해 제조업체의 손실을 감수하면서 생산을 멈추지 않았다. 고태봉 센터장은 “중국 정부는 연구개발비를 1년에 640조원씩 쓴다”며 “우리가 자동차, AI 등 한국 기업들이 중국에 밀린다고 단순히 생각하지만 사실은 잘 드러나지 않는 중앙정부의 연간 R&D 비용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에 이윤보다 중요한 건 국가의 성장이었다. 에런 L 프리드버그 프린스턴대 교수는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이 서구 경제학자들과 같은 방식으로 사고한다고 가정하는 것은 실수”라며 “시진핑의 경제 정책을 이해하는 핵심은 번영이 아니라 권력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진핑의 최종 목표는 2049년 건국 100주년에 달성할 ‘사회주의 현대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의 정치생명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건 경제성장이다. 그러나 철강, 화학, 시멘트 등 전통 제조업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공급과잉과 수요둔화, 인건비가 더 저렴한 개도국으로의 이전 등으로 수익성이 감소하고 있었다. 중국 내에선 “미래 성장산업을 중심으로 제조업의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중국제조 2025’는 중화인민공화국 국무원 총리인 리커창이 제조업 활성화를 위해 2015년 5월 8일 공개한 전략이다. 2025년까지 핵심 소재·부품에서 70%를 자급자족해 글로벌 제조 강국 대열에 끼고, 2035년까지 해양 엔지니어링, 전기차, 반도체 등에서 독일, 일본 등을 제쳐 제조업 강국으로 부상하고, 2045년까지 미국을 추월해 세계 최고의 제조 강국이 되겠다는 구상이다.
서구 제품 생산에 저렴한 중국 노동력을 제공하는 데만 그칠 것이 아니라 중국 브랜드를 서구 상품과 동일한 가치로 세계적 수준에 올려야 한다는 것이 궁극적 목표다. 중점 분야엔 AI 등 차세대 정보기술(IT), 로봇, 항공우주, 바이오 등이 포함돼 있다.
![우리가 몰랐던 중국…“미국 내 AI 인재, 절반이 중국인” [딥시크, 딥쇼크④]](https://img.hankyung.com/photo/202502/AD.39429037.1.jpg)
인재도 막강하다. 중국은 값싼 노동력부터 고학력 인재까지 다양한 인재를 보유하고 있다. iM증권에 따르면 총 노동인구가 7억4000만 명에 달해 세계 최대규모의 노동력을 보유한다.
특히 첨단기술을 통해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중국의 경우 과학기술을 다루는 STEM 분야의 박사학위 취득자가 미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네이처 등 과학저널 게재의 정량적 경쟁력에서도 미국을 능가했다. 중국의 전체 STEM 박사 중 7%가 해외유학을 통해 박사학위를 취득한 글로벌 인재라고 iM증권은 분석했다.
여기에 스스로 충당할 수 없는 선진·첨단기술의 경우 천인계획(千人計劃), 치밍(啟明) 프로그램 등을 통해 해외 인재를 영입한다.
이 중 치밍 프로그램은 해외 인재에게 주택구입 보조금과 300만~500만 위안(5.5억~9억원)의 파격적 보너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해외 유수의 인재가 중국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한국 과학계 석학들이 일자리가 없어 중국으로 간다는 얘기는 이미 고질적 문제가 된 지 오래다.
기술 발전이 가져올 중국발 공급과잉 문제도 심각해질 전망이다. 트럼프가 미국에 보호 장벽을 높이 세우고 중국에 파괴적 관세를 매기더라도 내수 부진을 겪는 중국의 타개책은 덤핑을 통한 내수 진작이기 때문이다.
로디움그룹에 따르면 설비투자가 생산으로 이어지는 기간을 고려하면 중국의 첨단설비 확대에 따른 글로벌 과잉생산 문제는 2년 이상 지속될 소지가 있다.
국제금융센터의 김기봉 연구원은 “앞으로도 2~3년간은 중국이 미국 견제 등에 대응해 자립 목적의 첨단공급망을 형성하는 동시에 전통 산업도 저가생산을 지속하면서 초과공급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욱이 중국은 로봇과 첨단 자동화 기술로 과잉생산 능력을 더 심화시킬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AI, 로봇공학 및 기타 신흥 기술의 획기적인 발전이 생산성을 높이고 성장을 촉진해 중국 기업의 글로벌 시장점유율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
프리드버그 프린스턴대 교수는 “이러한 계획이 성공한다면 중국은 지속적인 이점을 확보해 위험한 산업적 힘을 집중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미국과 주요 동맹국은 상업 제품과 군사 시스템 제조에 필수적인 상품의 중국 의존도가 심화되는 입장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의 제조 잉여는 이미 세계 GDP의 2%에 가까워지고 있다. 이는 엄청난 수치이며 앞으로 더 급증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