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국가 간 거래의 기술’ [하영춘 칼럼]
‘나는 뭔가 거래하는 것이 좋다. 그것도 큰 거래일수록 좋다. 나는 거래를 통해서 인생의 재미를 느낀다. 거래는 내게 하나의 예술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987년 출간한 ‘거래의 기술(The art of the deal)’ 첫머리에 나오는 구절이다. 트럼프는 11가지 거래 원칙도 공개했다. ‘크게 생각하라,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라, 선택의 폭을 최대한 넓혀라, 발로 뛰면서 시장을 조성하라, 지렛대를 사용하라, 최고의 물건을 만들어라’ 등이다. 그는 맨해튼 그랜드하얏트호텔과 트럼프타워 건설, 애틀랜틱시티 카지노 사업진출 등에서 자신의 거래 원칙을 적용해 성공을 거뒀다고 설명한다.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은 47대 대통령이 된 뒤 ‘국가 간 거래의 기술(The art of cross-border deals·파이낸셜타임스)’로 진화한 느낌이다. 1월 20일 취임 후 한 달도 안 돼 세계를 뒤집어 놨다. 한 손에는 관세, 다른 한 손에는 영토카드를 들고 말이다.

인근의 오랜 우방국인 콜롬비아와 캐나다, 멕시코에는 25% 관세부과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보복을 외치던 세 나라는 금세 항복 선언을 하고 말았다. 미국으로 마약(펜타닐)과 불법 이민자가 넘어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투자하기로 하면서 말이다. 덴마크(그린란드 매입)와 파나마(파나마운하 탈환)에 대해선 영토카드로 압박했다. 파나마는 미국 정부가 소유한 선박에 파나마운하 통행료를 면제해 주기로 하면서 두 손을 들었다.

여기서 알 수 있는 트럼프의 거래의 기술은 비교적 명확하다. 목표는 미국 이익 우선이다. 이를 위해선 상상할 수 없는 최상의 압박카드를 꺼내든다. 상대 국가가 겁에 질리면 트럼프가 직접 정상과 통화해 항복을 받아낸다. 소기의 목표를 달성하면 압박카드를 거둬 들이거나 유예한다. 큰 거래를 통해 목적을 달성하는 트럼프 특유의 기술을 구사한다고 할 수 있다.

세계를 혼돈 속에 빠뜨린 가자지구 점령 방안도 거래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다른 노림수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예루살렘포스트는 “이를 계기로 역내 국가들이 가자지구 문제 해결을 위해 더 솔직하게 접근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가자지구 문제도 해결하고 미국 이익에 부합하는 무엇인가를 노리고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관심은 우리나라에 어떤 무지막지한 압박을 가해올지 여부다. 트럼프는 중국 다음으로 유럽연합(EU)을 거론하면서도 아직 한국에 대해선 언급이 없다. 하지만 미국 8대 무역흑자국인 한국에 대해서도 상당한 압박을 가할 게 분명하다.

그렇지만 너무 위축될 필요는 없다. 트럼프의 목표와 거래의 기술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그에 상응하는 거래의 기술을 발휘하면 된다. 문제는 그런 거래의 기술을 가진 지도자가 없다는 점이다. 오직 ‘싸움의 기술’에 능한 지도자 투성이다. 트럼프의 파트너가 돼야 하지만 직무정지 상태인 윤석열 대통령은 불쑥 계엄령을 꺼내든 걸 보면 거래의 ‘거’자도 모른다고 봐야 한다. 한국의 트럼프로 비유되기도 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잔거래엔 능할지 모르지만 큰 거래와는 거리가 멀다. 차기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다른 여야 정치인들도 ‘거래의 기술’을 가졌다고 보기 힘들다.

세계를 뒤흔드는 트럼프를 보면서 우리도 ‘싸움의 기술’이 아닌, ‘거래(또는 정치)의 기술’을 가진 지도자를 봤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트럼프의 ‘국가 간 거래의 기술’ [하영춘 칼럼]
하영춘 한경비즈니스 편집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