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연합뉴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사진=연합뉴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고려아연 손자회사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에도 불구하고 본업과 무관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느라 575억원의 회사 자금을 사용했다고 지적했다.

7일 영풍·MBK 연합에 따르면 SMC는 지난해 4분기 매출 1억911만달러(약 1570억원), 영업손실 2545만달러(약 370억원), 당기순손실 1939만달러(약 28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9.2% 감소했으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모두 적자 전환했다.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은 SMC가 지난해 4분기 진행한 대보수 비용으로 영업이익이 줄었다고 밝혔으나, 오히려 이 같은 해명으로 인해 SMC의 영풍 주식 취득이 고려아연에 적용되는 상호출자 금지를 회피하기 위해 고려아연의 계산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점이 더욱 명백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SMC 입장에서는 보수 비용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인데, 정상적인 경영진이라면 본업과는 연관 없는 영풍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회사 자금 575억원을 소진하는 의사결정을 할 리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SMC의 영풍 주식 취득 금액인 575억원은 2023년까지 직전 5개년 간 SMC 평균 연간 자본적지출(CapEx) 투자액인 1068억원의 약 54%에 해당하는 대규모 금액이다.

영풍·MBK 연합은 "SMC의 영풍 주식 취득은 독립적인 경영 판단으로는 이뤄질 수 없고, 최윤범 회장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게 실적 공시를 통해서도 밝혀졌다"며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계열회사의 희생 정도는 아랑곳하지 않는 최 회장의 이러한 탈법적인 행위로 인해 상호출자를 금지한 기업집단 규제의 근간이 심각하게 훼손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 강성두 영풍 사장 등이 2024년 9월 19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혁 한국경제신문 기자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 강성두 영풍 사장 등이 2024년 9월 19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MBK파트너스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혁 한국경제신문 기자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아전인수격 해석과 무리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SMC는 지난해 4분기(10~12월) 설비 최신화와 효율화를 위해 대보수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약 두달 간 제련소 가동을 멈춘 영향으로 4분기에 '일시적으로'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감소한 것"이라며 "지난해 1∼3분기 견조한 실적을 내 연간으로는 2500만달러(약 361억원)의 EBITDA를 기록하며 준수한 수익성을 보였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보수 완료로 SMC는 올해 상반기에 생산 정상화와 아연 회수율 개선이 예상된다. 생산량과 수익성도 정상 수준으로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6일 시장관계자들을 상대로 진행한 실적발표회에서도 SMC 대보수 관련 설명이 충분히 이뤄졌다고 전했다.

고려아연은 SMC의 영풍 지분 매입 관련 영풍·MBK 연합의 비판과 관련 "마치 575억원을 주고 매입한 영풍 주식의 가치가 전혀 쓸모가 없고 제로인 것처럼, 575억원이 영풍 주식 매입으로 다 사라져버린 것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며 "영풍·MBK 측 스스로 영풍이 시장과 투자자들로부터 제대로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SMC는 영풍 지분 약 10.3% 중 상당수를 시가 대비 약 30% 낮은 가격으로 매입해 회사 차원에서 상당한 이익을 얻었다"며 "영풍 주가가 오르고 SMC가 영풍 지분을 유동화할 경우 큰 시세차익과 함께 대규모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영풍이 매년 주당 1만원을 배당하는 점을 감안하면 SMC는 매년 약 19억원의 배당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