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심에서 무죄가 선고된만큼 대법원에서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재계에선 사법리스크 지속으로 공격적인 경영 행보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7일 재계·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3일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이 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미전실) 실장 등 14명의 피고인에 대한 상고를 결정했다.
앞서 이 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등 14명은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부정 거래와 시세조종 등을 한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법원은 지난해 2월 1심에 이어 지난 3일 2심에서도 검찰이 제기한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날 법원 판결에 불복해 이 회장의 부당합병과 회계부정 사건을 대법원에 상고했다.
검찰은 "이번 법원 판단은 다른 사건에서 그룹 지배권 승계 작업과 분식회계를 인정한 판결들과 배치된다"고 상고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이날 오전 서울고검에서 열린 형사상고심의위원회도 상고 제기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검찰의 상고로 법률심인 3심에서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지만,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까지 또다시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만큼 이 회장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됐다는 분석이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불법 승계 의혹과 국정농단 사태 등 2016년부터 햇수로 10년째 계속된 사법 리스크로 인해 지난 10년간 삼성은 전방위적 위기에 직면했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 사업 부진으로 삼성전자 위기론이 불거진 가운데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가전과 스마트폰까지 포함한 전사 영업이익에서 처음으로 SK하이닉스에 추월당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은 15조1000억원으로, SK하이닉스(23조4673억원)에 크게 못 미쳤다.
인공지능(AI), 바이오, 로봇 등에 대한 대규모 인수·합병(M&A)과 신사업 진출 등 굵직한 경영 현안에 대한 총수의 빠른 의사결정이 지연된 영향이다.
이 회장은 그간 재판 준비에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야 했다. 2021년 4월부터 총 107회 열린 1심 재판(선고기일 포함)에 대통령 해외 순방 동행 등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총 96번 출석했다. 이후 진행된 2심 재판에도 총 6회 출석했다.
일각에선 검찰이 1·2심 무죄 선고에 따라 무리한 기소였다는 비판을 면하기 위해 기계적인 상고를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로서 이 회장에 대한 기소를 주도했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1·2심 모두 무죄가 선고된 데 대해 "(당시) 공소 제기 담당자로서 국민께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2020년 당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불기소를 권고했음에도 이 회장에 대한 기소를 강행했다.
재계에선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 그룹 컨트롤타워 재건 논의 등도 대법원 판결 이후로 미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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