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관련 논쟁과 접속차단 확산 중…신뢰와 투명성 확보와 글로벌 확장 위한 공조노력이 필요

기존의 빅테크 AI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와 적은 자원으로 엄청난 혁신을 달성했다는 점에서 언더도그(underdog)의 반란으로 간주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딥시크의 행보가 거침이 없다. 지난 2024년 12월 거대언어모델(LLM) V3 출시 이후 2025년 1월 추론에 특화된 AI 챗봇 R1과 비전 기반 야누스 프로 7B를 연달아 내놓았다.
딥시크의 충격파는 생각보다 컸다. 이번 딥시크의 등장으로 가장 타격을 받은 것은 미국이다. 딥시크 등장은 AI 패권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미국에 대해 본격적인 선전포고로 간주된다. 특히 미국 정부가 부과한 반도체 수출 제한의 효과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반도체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저사양 반도체 칩을 활용해 고성능 AI 모델을 개발한 딥시크의 부상으로 고성능 반도체 칩 관련 기업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딥시크 출시 초 엔비디아의 주가가 한때 17% 하락하며 시가총액 6000억 달러(약 870조원)가 증발되기도 했다. 딥시크 부상: 저비용 고성능과 오픈소스 모델딥시크가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먼저 저비용 고성능이다. 딥시크는 모델 개발에 저성능 반도체 칩과 특정 작업에 필요한 매개변수만 활성화하는 전문가 조합(MoE) 방식 같은 혁신기술을 사용하여 효율성과 성능을 향상시켰다.
실제로 딥시크는 저사양 GPU(엔비디아 H800)를 가지고 오픈AI의 AI 모델 개발 비용 대비 10분의 1 수준으로 R1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훈련비용은 단지 557만6000달러(약 81억원)에 불과하다. AI 모델 개발에 고성능 칩이 필수재로 생각했던 기존 관점을 송두리째 바꾸어버린 것이다.
AI 모델 성능의 핵심인 소스코드를 공개한 오픈소스 정책도 또 다른 이유이다. 딥시크는 안전 위험을 이유로 비공개 정책으로 선회한 오픈AI와 달리 모든 코드와 AI 모델의 가중치를 공개했다. 거대 자본 없이도 기술혁신이 가능한 진정한 의미의 AI 기술의 민주화를 이루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이로 인해 약 2년 전 생성형 AI 혁신을 견인한 오픈AI마저도 오픈소스 AI가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위협에 대응해 자사 모델의 오픈소스 정책 전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실제로 오픈AI는 저비용 고성능을 앞세운 딥시크 등장 이후 경량화된 모델인 o3-미니를 출시하면서 내부 기술과 추론 과정 일부를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딥시크의 모델이 강조한 o3-미니의 사고 과정(Chain of Thought) 설명 방식에 대한 대응으로 여겨진다. 딥시크 관련 주요 쟁점과 논란그런데 최근 찬사와 경외감으로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딥시크 평가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딥시크의 실체에 대한 확인되지 않은 주장들이 속속 제기되면서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외 언론이나 전문가들을 통해 제기되고 있는 것만 해도 손으로 꼽기 힘들 정도이다. 대표적으로 딥시크의 실제 개발 비용이 과장되어 있다는 의혹, 미국산 칩 수출 제한으로 저성능 칩 H800으로 만들었다는 딥시크가 사실은 고성능 칩 H100 약 5만 대를 보유하고 있다는 의혹, 오픈AI 모델을 활용한 증류(distillation) 방식 모델 개발을 통해 오픈AI 모델을 무단 복제했다는 의혹, 생물학 무기 정보 생성 가능성 논란 등이 그것이다.
사실 중국은 과거에도 자국산 제품의 실체에 대한 의혹으로 자주 논쟁의 중심에 서 있어 왔다. 2024년 중국이 개발했다는 첨단 반도체 칩 제조에 필수인 극자외선(EUV) 리소그래피 기술 과장 논란이 대표적이다. 이 기술은 아직까지 해당 장비가 출시되지도, 검증도 되지 않고 있다.
기술적 검증이 필요한 문제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개인정보 유출과 보안문제이다. 딥시크의 개발사가 중국이다 보니 태생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문제로 각국 정부가 가장 심각하게 우려를 표명하고 있는 사안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딥시크는 자사 개인정보 보호정책에 따라 사용자로부터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앱 등록에 사용되는 이메일, 전화번호, 비밀번호, 생년월일 등의 개인정보, 사용자가 챗봇에 입력한 텍스트나 오디오를 포함한 채팅 기록, IP 주소, 키 입력 패턴, 운영체제 등 사용자 기기 및 네트워크에 대한 기술 정보 등이 그것이다.
문제는 딥시크가 이러한 사용자 로그인 정보를 중국 모바일로 전송할 수 있는 내장 코드를 프로그래밍에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즉 딥시크가 사용자 데이터를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는 국영 통신회사인 차이나모바일(China Mobile)의 온라인 등록소로 보낼 수 있다는 의혹이다.
또한 딥시크 앱이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ByteDance)가 제어하는 서버로 사용자 데이터를 암호화하지 않은 채 전송한다는 사실도 제기되고 있다. 데이터가 암호화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국가안보, 민감한 개인정보 도난, 데이터 조작, 무단접근 위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개인정보와 보안에 대한 우려 때문에 딥시크의 사용을 꺼린다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당연한 수순이 아닐까 생각된다.
물론 사용자 데이터 자체를 활용하는 것은 딥시크만이 아니다. 메타나 구글, 오픈AI 등 거의 모든 거대기술기업(big tech)들은 서비스 제공자 및 광고 파트너와 공유되는 사용자 데이터를 이용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과 다른 국가들 간의 차이가 있다. 바로 중국에 본사를 둔 모든 기업은 중국 공산당의 통제를 받는다는 것이다. 특히 각국이 딥시크를 금지하려는 움직임은 중국이 기업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률인 ‘국가정보법’ 때문이다.
중국의 국가정보법은 국가안보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정보 수집 및 활용을 포함한 광범위한 국가안보 활동을 규율하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이 법에 의해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이나 개인이 보유한 데이터를 국가안보 목적으로 요청할 수 있다. 즉 외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중국 기업의 서비스나 기술이 중국 정부에 의해 데이터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개인과 국가안보에 대한 잠재적 위협은 결국 전 세계적으로 딥시크 앱(app)에 대한 접속 차단이나 금지 조치가 확산되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이미 한국, 이탈리아, 호주, 대만, 일본 등은 정부나 기업 차원에서 딥시크 이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미국 의회도 딥시크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이외에 독일, 프랑스 등 유럽연합 국가들도 규제를 적극 검토 중에 있다.
이러한 각국의 차단 움직임에 대해 최근 딥시크는 자사 서비스와 관련된 일부 위조 계정과 근거 없는 정보에 현혹되지 말 것을 주문하는 등 적극적인 대응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원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딥시크에 남겨진 과제결론적으로 딥시크의 등장은 비용 효율적인 AI모델을 통해 AI 산업의 시장 확대를 촉진하여 AI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딥시크를 둘러싼 최근 논쟁을 보며 딥시크에 대한 평가를 단순히 비용 효율성이나 기술적 혁신의 문제로만 간주할 수는 없어 보인다. 이미 AI 기술은 단순한 기술 문제를 넘어 글로벌 차원의 정치적, 경제적 패권 다툼의 전장터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딥시크의 혁신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사 제품에 대한 신뢰와 투명성 확보, 그리고 중국을 넘어 글로벌 확장성을 확보하기 위한 글로벌 공조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심용운 인하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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