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포고문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관세에 대해 "예외나 면제 없이 모든 알루미늄과, 모든 철강에 25%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집권 1기 때인 2018년 철강제품 25% 관세를 부과하면서 일부 예외를 적용했던 한국 등에도 일률적으로 25% 관세를 적용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친구와 적들로부터 똑같이 두들겨 맞고 있었다"고 밝힌 뒤 "우리의 위대한 산업들이 미국으로 되돌아오도록 해야 할 때"라며 "외국 땅이 아닌 미국에서 철강과 알루미늄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포고문에 따라 이 같은 철강·알루미늄 관세는 오는 3월 12일부터 적용되며, 1기 때의 각국과의 합의는 폐기된다. 이에 따라 한국이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국과 별도의 합의를 거쳐 대미 수출량 263만톤에 대해서는 무관세 적용을 받았던 쿼터제도 사라지게 됐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결정이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국가별 예외와 쿼터 합의, 수십만 건에 달하는 특정 품목별 관세 배제를 폐지"하는 것이라며 "캐나다, 브라질, 멕시코, 한국 등으로부터 무관세로 미국에 들어오던 수백만 톤의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대해서도 관세율이 25%로 올라갈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부터 중국에 대해 10%의 추가 관세를 적용했다. 이어 이날 국가를 가리지 않는 관세를 일부 품목에 도입함에 따라 '트럼프발 관세 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매기겠다고 예고한 25% 관세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이는 중국이 과잉 생산한 철강·알루미늄을 캐나다와 멕시코 등에 값싸게 팔아넘기면서 미국의 철강 산업이 약화했다고 판단한 결과라는 것이다.
중국이 내수 부진으로 자국에서 소화하지 못한 철강과 알루미늄을 값싸게 미국 철강 기업들의 고객이었던 캐나다와 멕시코 등지에 수출했고, 그 결과 캐나다와 멕시코는 이를 국내용으로 사용하고, 자국에서 만든 철강과 알루미늄은 미국에 비싼 가격으로 더 많이 수출할 수 있게 됐다.
또한 베트남처럼 중국에서 반가공 철강을 구매해 이를 가공한 뒤 베트남 철강으로 수출하는 사례도 있다. 베트남은 지난해 미국의 철강 수입국 5위를 기록했다.
트럼프발 관세 전쟁 본격화로 국내 철강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중국발 저가 철강 제품의 과잉 공급과 국내외 전방산업 수요 부진으로 침체의 늪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대미 철강수출에 타격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전체 철강 수출액에서 미국 비중은 약 13% 수준이다.
한국은 캐나다, 브라질, 멕시코에 이어 네번째로 많은 철강을 미국에 수출하고 있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은 지난해 미국에 281만톤을 수출했다. 대미 알루미늄 수출은 캐나다, 아랍에미리트(UAE)에 이어 한국이 세번째로 많다.
대미 수출용 철강에 25% 관세가 부과되면 미국 시장에서 한국산 철강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미국으로 가장 많이 수출되는 철강 제품인 열연강판의 경우 국내에서 톤당 80만원 안팎에 유통되고 있는데, 미국으로 가면 운송비 등이 더해져 90만원 수준으로 가격이 높아진다.
여기에 25%에 관세가 붙으면 열연강판 가격은 112만5000원으로 뛴다. 미국 시장에서 열연강판이 톤당 110만원 수준으로 유통되는 것을 감안하면 한국산이 2만원 이상 비싸지는 것이다.
다만 이번 조치가 한국산 철강의 미국 시장 확대 측면에서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미 철강 수출 1·2위인 캐나다와 멕시코와 비교해 한국산 철강이 미국 시장에서 비교우위를 누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캐나다·멕시코는 그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USMCA) 체결국으로서 쿼터 없이 무관세의 지위를 누려왔는데, 이들 국가에도 25%의 관세가 일률적으로 부과되면서 한국산과 대등한 경쟁 조건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철강협회 및 주요 수출기업 관계자들과 간담회에서 "미국산 철강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하락하면서 대미 철강 수출 감소가 우려되나, 주요 철강 수출국 경쟁 조건 동일화로 기회요인도 상존한다"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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