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훈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치과 교수. 사진=서울성모병원
한성훈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치과 교수. 사진=서울성모병원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우리나라 전통 명절 정월대보름은 한 해의 첫 보름달이 뜨는 날이다. 올해는 2월 12일이다. 이날의 다양한 전통 풍습들은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호두, 잣, 땅콩 등 딱딱한 껍질을 깨뜨리는 행위인 ‘부럼 깨기’다. ‘정월 대보름날 아침에 부럼을 깨 먹으면 일년 내내 무병하다’고 조선시대 기록인 동국세시기에 기술돼있다.

하지만 견과류를 비롯한 단단한 음식은 어린 아이들의 치아 건강에 해를 끼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한성훈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치과 교수는 “성장기 아이들의 유치는 영구치보다 법랑질(치아 가장 표면)이 얇아 쉽게 손상될 수 있어 무리한 힘을 가하면 치아에 금이 가거나 깨질 위험이 있다”고 당부했다.

유치는 영구치가 올바른 위치에서 맹출할 수 있도록 공간을 확보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외상에 의해 멀쩡하던 유치가 조기에 탈락하거나 제자리를 이탈하는 경우 이가 나올 공간이 확보되지 않아 장기적으로 부정교합이나 치열 불균형 등 다양한 치아 발달 문제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자료에 따르면 0~6세 아이들의 구강 부위 외상은 해당 연령에서 두 번째로 많이 발생하는 외상으로, 전체 신체 외상의 약 18%를 차지했다.

유치 외상으로 인해 조기 탈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손상된 치아 공간을 방치하지 않고 이후 영구치 맹출 공간을 유지하거나 되찾기 위한 적절한 관리를 해야 한다. 한 교수는 “치과교정학적 진단을 통한 결과로 공간 유지 장치 적용이 고려될 수 있으며, 이후 영구치가 정상적으로 자랄 수 있도록 지속적인 공간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아이들이 견과류 등 단단한 음식을 섭취할 때는 너무 급하게 깨물지 않도록 주의시키고, 한입 크기로 나누어 먹도록 권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또 외상 후 아이가 평소와 다르게 입안 통증을 호소하거나 치아의 위치와 색깔 변화가 관찰된다면 신속히 치과를 방문해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