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CEO 기조연설은 시대 흐름 바꿀 명 장면
양자 컴퓨팅 상용화 5년, 글로벌 테크 기업 대 격돌
피지컬AI로 LAM 기술에 관심 집중

포럼은 <한경무크 CES 2025>를 집필한 CES 공식 미디어 파트너인 실리콘밸리 혁신미디어 '더밀크' 손재권 대표와 실리콘밸리의 주력 벤처캐피털 '아시아 2G 캐피탈' 정지훈 파트너, 모빌리티 분야 베스트애널리스트인 'iM 증권' 고태봉 리서치센터장이 연사로 나서 3시간 동안 CES 현장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쏟아냈다.
CES가 주목한 기술을 중심으로 주요 트렌드와 딥시크 돌풍을 설명한 손재권 대표는
"독일 자동차 기업 벤츠가 커넥티드카로 2012년 CES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뒤 CES는 세계 5대 모터쇼 중 하나가 됐다"며 행사의 성격 변화에 따른 큰 맥락부터 짚었다. 특히 2017년 알파고 등장 때 화젯거리 정도였던 AI 기술 발전이 현재 어떤 양상으로 각 산업에 침투하는지 현장 분위기를 상세히 설명했다.
기업은 올인원 솔루션 AI로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더해줄지 고민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자리를 뺏기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더했다. 5월 출시를 예고한 엔비디아의 개인용 슈퍼컴퓨터 '프로젝트 디지트'가 가져올 AI 컴퓨팅의 민주화, 피지컬AI로 높아지는 기업의 생산성, 선글라스 업체던 레이밴이 선보인 스마트글래스의 데이터 수집 등 CES 2025가 선 뵌 기술 중 기업과 투자자가 놓치면 안 될 트렌드도 짚어줬다.
특히 중국의 스타트업 딥시크가 낮은 비용으로 개발한 생성형 AI 딥시크 돌풍이 시장의 물줄기를 바꾼 점에 주목하며 중국 테크 기업의 빠른 추격전에 따른 산업 생태계 변화상을 미리 가늠하는 시간도 가졌다. 중국의 12개 빅테크 기업인 바이두, 바이트댄스, 센스타임 외에 딥시크를 포함한 미니맥스, 문숏 등 스타트업 행보도 주목할 만 하다고 했다.

정지훈 파트너는 "국내에서 AI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을 때 카이스트 힙합 동아리 학생 몇 명이 아이디어를 낸 AI 기술이 현재 국내 AI 헬스케어를 대표하는 기업 루닛이 됐다"고 예를 들며 "젠슨 황 CEO가 CES 현장에서 양자 컴퓨터는 30년은 걸린다는 발언에 관련 기업들 주가가 폭락하는 해프닝이 벌어졌지만 장기적 관점의 대세라는 사실은 불변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특히 데이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 양자 컴퓨팅의 필요성도 그만큼 놓아져 기업들의 연구 개발도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서로 다른 양자 컴퓨팅 방식은 아직 우열을 가늠하기 이르지만 각각의 장단점이 있어 시장 패권을 어디가 차지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김정상 듀크대 교수가 설립한 아이온큐의 양자 컴퓨팅은 이온 트랩 방식으로 엔비디아, 현대차 등 여러 기업과 협업하며 높은 사용성을 보여주고 있으나 속도가 느린 것이 단점이다. 리게티 컴퓨팅은 영하 237도 극저온에서 가동되는 초전도 방식을 채택해 접근성은 낮지만 속도나 오류율 측면의 활용도는 높다는 반응이다. MS가 채택한 마요라나 페르미온 입자를 활용한 위상학적 큐비트(topological qubit) 방식도 업계에서 주목하는 기술 중 하나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양자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 ‘아마존 브라켓’을 소개해 연구개발(R&D)에 최적화된 양자 솔루션으로 시장을 선점하려는 노력을 이어 나간다고도 했다. 양자 컴퓨팅을 활용해 획기적인 퀀텀 점프를 이룰 산업으로 바이오 신약과 신소재 등을 꼽았고 특히 AI헬스케어 분야를 주시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한동안 주목받던 거대언어모델(LLM)에 이어 거대행동모델(LAM)로 중심이 옮겨가는 과정도 함께 눈여겨보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사람의 행동 데이터를 수집해 휴머노이드에 학습시키는데 필요한 LAM은 앞으로 자주 사람들 입에 회자될 용어 중 하나다. 중국은 행동 데이터를 수집해 로봇 능력을 향상시키는 로봇훈련소를 정부 차원에서 운영한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도 크다고 했다.
'옵티머스' 로봇으로 리얼월드 AI 시대의 애플 같은 존재가 될 것이란 테슬라와 엔비디아의 월드파운데이션 모델 '코스모스'의 격돌도 관심을 끄는 대목이라고 했다. 테슬라는 로봇 구현 시스템과 데이터를 자체 조달하는 반면 엔비디아는 하드웨어 기업에 인간의 뇌에 해당하는 AI 기술을 빌려주는 시스템 접근으로 글로벌 연합 군단을 리드하는 셈. 향후 시장 주도권 향방은 아직 미지수다.
중국과 미국의 피지컬AI 기술은 국방 산업 경쟁으로도 이어져 관련 기업 주가를 흔드는 요인으로도 작용한다는 분석도 내놨다. 공중전에 강한 미국이 국내 조선기업이나 방산 업체를 찾는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했다. 올해 어수선한 국내 시장에서 조선과 방산 등을 주목해야 하는 배경이다.
포럼 이후 피지컬AI와 중국 시장, 미국 AI 기술 발전 방향 등에 대한 참석자들의 질문도 오래 이어졌다. 한 VC 관계자는 "늘 책으로만 접하던 <한경무크 CES 2025>를 현장에 다녀온 각 분야 전문가들의 지식과 더 해 직접 들으니 더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한경무크 CES 2025>는 피지컬AI와 딥시크 돌풍으로 독자들의 관심이 이어지며 재쇄를 거듭하는 중이다.
이선정 기자 sligh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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