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주요 기업들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프로그램을 적극 도입한 가운데 주식 시장이 침체하자 주가 방어 목적에서 자사주 취득·소각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2023~2024년 자기주식 취득 및 처분, 소각, 체결 공시를 제출한 국내 상장사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상장사의 자사주 취득 규모는 14조3156억원으로 조사됐다. 2023년(8조2863억원) 대비 자사주 취득 규모가 72.8% 증가했다.
자사주 소각 규모도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해 자사주 소각 규모는 12조1399억원으로, 2023년 4조7429억원 대비 156.0% 증가했다.
국내 주식 시장이 부진하면서 주가 하락을 막는 차원에서 자사주를 매입하거나 소각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정부가 국내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한 밸류업 프로그램을 권장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상장사 중 지난해 가장 많은 자사주를 취득한 기업은 고려아연(2조1249억원)이었다. 고려아연은 영풍과의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와중에 자사주 공개 매수 전략을 발표하고, 발행주식 9.85% 수준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고려아연 다음으로 자사주를 많이 매입한 곳은 삼성전자(1조9925억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총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분할 매입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어 메리츠금융지주(8624억원), KB금융(8200억원), 신한지주(7000억원), KT&G(5467억원), 기아(5000억원), 셀트리온(4396억원), 네이버(4051억원), 하나금융지주(3969억원) 등 순으로 자사주를 많이 취득했다.
지난해 자사주를 가장 많이 소각한 상장사는 삼성물산(1조289억원)으로 국내 상장사 중 1조원 이상 자사주를 소각한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
이어 KT&G가 지난해 8617억원의 자사주를 소각했으며, SK이노베이션(7936억원)과 포스코홀딩스(7545억원), 네이버(6866억원), 메리츠금융지주(6401억원), KB금융(6200억원) 등도 자사주 소각이 많았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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