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전환연구소, 국회서 토론회 개최
탄소중립 거버넌스 체계 구축과 개선방안 논의

"탄소중립 달성 위해 '기후경제부' 신설해야"
산업 탈탄소화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부처별로 흩어진 기후정책과 에너지·산업 정책 전반을 총괄하는 ‘기후경제부’를 신설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지난 5일 녹색전환연구소는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1세미나실에서 ‘마을에서 정부조직까지 탄소중립 실행체계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란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의정부갑)과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그리고 플랜 1.5가 공동으로 주관하고, 국회기후경제포럼이 주최했다. 토론회는 한국의 탄소중립 거버넌스 체계 구축과 개선을 주제로 열렸다.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열린 행사에는 약 350명이 참석했다.

연사로 나선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기후경제부가 신설돼야 하는 이유들을 소개했다.
이 소장은 “(2010년) 감축목표 설정 이후 지난 15년간의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며 “정부조직을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한국의 기후대응 체계와 조직으로는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2030 NDC, 이하 2030 감축목표)와 탄소중립 모두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후대응에 있어 정부 리더십 부재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혔다. 환경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기후대응 주무부처 간의 갈등 역시 지적됐다. 이들 정책을 총괄해 조정해야 하는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녹위)는 효과적인 정책 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이 부족하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기후재정 체계 역시 불투명할 뿐더러, 규모 역시 불충분하다.

이 소장은 기후대응을 위한 정부조직 개편을 위해 크게 4가지 요소를 제안했다. 먼저 기후경제부 또는 기후에너지산업부 신설이다. 환경부가 맡고 있던 기후·탄소 업무를 산업부와 통합하는 안이 예시로 소개됐다. 유럽연합(EU)·중국 등 주요국이 만든 탄소중립 산업 재편을 이해하고 추격 전략 수립에 용이하다는 것이 이 소장의 설명이다.

독일 정부는 기존 경제부에 기후보호 기능을 통합한 연방경제기후보호부(BMWK)를 만들었다. 영국 정부 역시 에너지안보탄소중립부(DESNZ)를 신설한 상태다.

국내에서도 관련 제언이 일찍이 나온 바 있다. 2010년 녹색성장위원회(현 탄녹위)가 수탁해 진행한 정책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환경부의 기후·대기 정책 전체와 당시 지식경제부의 에너지 정책을 통합한 기후에너지부 신설이 최적의 대안으로 제시됐다.

다음으로 탄녹위를 개편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다. 독립성을 확보함으로써 감축목표 미달성 시 강력한 이행과 실행수단을 다시 요구할 수 있다. 아울러 국가 기후예산 수립이나 협의 시 사전심의 권한을 획득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이 소장은 말했다.

이를 통해 ▲이행계획 수립·심의 ▲경과 보고 ▲결과 검증 ▲수정 제안 등 전과정에서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역할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이 소장은 말했다. 이와 함께 통합적 기후재정 시스템 구축, 기후의제 주류화를 위한 기후시민의회 구성도 논의됐다. 독일·프랑스·영국 등은 실제로 기후시민의회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이어 권필석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의 진행으로 지정토론은 ▲이경희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조경두 인천연구원 명예연구위원 ▲한수연 플랜1.5 정책활동가 ▲신근정 지역에너지전환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패널토론에 참석한 전문가와 활동가들 모두 기후대응을 위해 한국 정부의 거버넌스를 근본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다.

이경희 법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독일·캐나다·영국 등 해외 사례를 통해 ▲자문기구 독립성·전문성 확보 ▲배출목표 미달성 시 조치 규정 마련 ▲조치 및 이유에 대한 인과적 관계 설명과 같은 조치의 필요성을 제언했다.

특히, 주요국에서는 감축목표 미달성에 대한 조치가 법에 규정돼 있는 점을 언급했다. 반면, 우리나라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에는 감축목표 미달성에 대한 후속조치나 책임을 요구하는 절차가 아직 없는 상태다.

조경두 인천연구원 명예연구원은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강조했다. 그는 현재 탄녹위 홈페이지에 올라온 지자체의 탄소중립 예산들이 다 제각각이란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지자체들이 탄소중립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국비가 얼마나 지원되는 지와 관련해 전혀 반응이 없다고 강조했다.

한수연 플랜 1.5 정책활동가는 기후대응을 위한 근본적인 변화에는 비용이 많이 든다는 점에 대해 사회를 설득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신근정 지역에너지전환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지방정부의 중요성과 함께 거버넌스 전반의 전환을 강조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