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 사진=연합뉴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과 장형진 영풍 고문. 사진=연합뉴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배권 방어를 위해 회사 자금을 유용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사내 감사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17일 영풍·MBK는 보도자료를 통해 "최 회장 개인의 지배권 방어를 위한 회사 자금 유용행위가 지속되고 있다"며 "지난 14일 주주를 대표해 고려아연 감사위원회에 지난해 3분기 지급수수료가 급증한 이유에 대한 감사를 요청했다"고 했다.

영풍·MBK는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 대형 로펌을 선임해 법적 대응을 진행하는 것은 회사 자금을 사금고화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를 저지하거나 감시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이사회나 감사위원회조차 이러한 위법 행위에 대해 손 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 연결 재무제표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98억원이었던 지급수수료는 같은 해 3분기 281억원으로 3배 가깡 증가했다.

판매비와 관리비를 구성하는 지급수수료는 회사가 서비스를 제공받은 비용을 처리하는 항목으로, 법률·세무·회계 자문 수수료 등이 포함된다. 고려아연은 김앤장법률사무소를 선임해 경영권 방어와 가처분 소송 등에 대응해왔다.

영풍·MBK는 "자본시장 및 회계·감사 업계에서는 최 회장의 개인 지배권 방어 활동이 4분기에 더욱 확대된 점을 고려할 때 2024년 4분기 지급수수료 또한 3분기 대비 유의미하게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비정상적인 항목들이 포함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이들은 고려아연의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확대와 관련해서도 고려아연 측 회계 수치가 정확한지 등을 철저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고려아연 감사위원회 측에 지난해 3분기 지급수수료 증가 이유 및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증가 관련 고려아연 측 회계 수치가 정확한지 확인해야 한다는 내용의 감사업무 요청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영풍·MBK는 "2024년 회계연도의 고려아연 외부감사인 회계법인 측에도 지배권 방어비용으로 최 회장 개인이나 관련 임원과 이사들에게 귀속될 비용이 회사에 전가됐는지 여부 등에 대해 감사보고서에 기재해달라는 요청서를 제출했다"고 덧붙였다.

이어 "최 회장의 지배권 유지를 위해 지출된 비용(법률자문비용, 홍보비용, 관련 수수료 등)은 회사와 전체 주주의 이익과 실질적인 관련성이 적으므로, 최 회장은 물론 관련된 개인들의 비용으로 지출돼야 한다"라며 "급격한 지급수수료 관련 법인의 비용과 개인의 비용이 정확하게 구분돼야 함은 물론, 회계정보의 누락 또는 왜곡으로 인해 회계정보 이용자의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철저하게 감사돼야 한다"고 말했다.

영풍·MBK는 대표이사가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위법한 신주를 발행해 야기된 소송에서 대표이사를 방어하기 위해 그 변호사 비용을 회사의 자금으로 지급하도록 한 사안에서 업무상 횡령죄의 성립을 인정한 바 있다는 대법원 판례 사례도 제시했다.

영풍·MBK는 최 회장 개인의 지배권 방어를 위해 회사 자금을 함부로 유용하는 것은 업무상 횡령죄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이를 감시하지 못한 사외이사들도 감시 의무 위반에 따른 법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고려아연은 즉각 반박 입장문을 냈다.

고려아연은 "5개월 넘게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며 기업 경쟁력을 훼손하고, 임직원에게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는 MBK와 영풍이 또다시 사실을 왜곡하며 내로남불식 주장을 하고 있다"며 "MBK·영풍이 국가기간산업인 고려아연을 위기로 몰아넣는 원인 제공자"라고 비판했다.

고려아연은 "분명한 사실은 MBK·영풍 측이 사적 이익을 위해 불필요하게 적대적 M&A를 일으켰다는 점"이라며 "원인 제공자가 '유체이탈' 화법을 구사하는 것을 보며 황당함을 감추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은 "중요한 것은 MBK·영풍의 적대적 M&A가 성공할 경우 회사의 핵심 자산 매각과 대규모 현금 유출, 신사업 차질과 경쟁력 훼손 등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라며 적대적 M&A를 막기 위한 대응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고려아연은 "지난해에만 2000억원이 넘는 순손실로 사상 최악의 실적을 낸 영풍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국가기간산업인 고려아연의 자산과 회삿돈이 사용되지 않도록 적대적 M&A를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허위사실 유포와 사실 왜곡으로 국가기간산업을 흔들고 훼손하려는 MBK·영풍의 시도가 계속되고 있지만, 고려아연의 모든 임직원은 세계적 불확실성 속에서 국익을 지키기 위해 뭉쳐 이 위기를 극복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