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감축 시장 활성화 위해 유상할당 증가 필요성 피력
자발적 탄소시장도 활성화되어야
제3자의 경매시장 참여는 신중해야 할 필요
공급 사이드를 조절하는 조절 정책 제안

[인터뷰] “배출권 유상할당, 가야 할 길...제3자의 경매시장 참여는 신중해야”
김태선 나무이엔알(namuEnR) 대표는 삼성투신운용에서 19년간 에너지 및 환경 리서치를 담당하다 탄소시장의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탄소배출권 리서치업체 나무이엔알을 세웠다. 배출권거래제 설계 당시부터 현재까지 탄소시장과 관련한 내외부 리서치를 수행하고 있다.

그는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탄소시장 인베스트>, <자발적 탄소시장 다이제스트>, <탄소배출권 선물시장 투자전략> 등 탄소시장과 관련한 저서를 다수 내놓았다. 김 대표와 만나 최근 유상할당 확대 기조의 탄소배출권 시장과 관련한 기회와 리스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제29회 유엔기후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파리협정 6조 관련 탄소시장 국가간 거래 합의가 이뤄졌다.

“어렵게 타결이 잘 된 것 같다. 양자간이든 다자간이든 탄소감축 시장이 활성화된 건 좋은 소식이다. 지속가능경영이나 RE100(재생에너지 100% 전환) 등을 위해 한국도 탄소감축 국가간 거래를 미리 준비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이와 함께 자발적 탄소시장의 발전도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 최근 환경부의 배출권거래제(K-ETS) 4차 계획기간 기본계획이 발표됐다.

“유상할당을 더 많이 하겠다는 시그널이다. 전환 부문에 유상할당을 강화하는 것은 탄소시장의 기능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플러스 요인이다. 그러나 전환부문뿐 아니라 산업 부문도 강화될 필요가 있다. 산업 부문도 10년간 무상으로 가져온 시장이다. 사실상 1.5%만 유상할당이었는데 10년간 이 정도로 느슨하게 했으면 됐다. 감축과 관련한 규제를 강화해야 탄소시장의 시장기능이 제대로 될 것으로 본다. 자발적 시장도 연결이 되는데, 규제시장의 탄소가격이 낮아지면 자발적 시장에 대한 참여 동인이 전혀 없다. 양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탄소가격이 올라야 한다.”

- 앞으로 제3자들이 시장에 들어오기로 되어 있다.

“현재 배출권거래시장은 오전에 개장되는 현물 시장과 월 1회 개장하는 경매 시장으로 나누어 있는데 둘이 연동이 된다. 경매의 기능은 딱 두 가지다. 가격 발견 기능과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다. 유동성은 원래는 파생상품을 통해서 하는 기능이다.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제3자들이 시장에 대거 참여한다고 하는데, 사실 그 부분은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본다. 할당대상 업체들이 물량을 확보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3자가 경매시장에 들어와 다 사 버리면 할당 대상 업체들이 사갈 물량이 없다. 경매시장은 산업 부문의 시장으로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 앞으로 유상할당이 늘어나면 시장의 룰이 추가적으로 만들어져야 할 것 같다.

“시장 안정화 조치를 작동할 때도 어떤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 EU는 너무 유동성이 많아서 가격이 떨어지면 경매물량을 주지 않는 등 시장 안정화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 유럽은 러시아로부터 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2027년부터 2030년까지 경매 물량을 미리 팔아서 신재생에너지 전환 재원을 만들었다. 그 때문에 이후 유럽의 탄소배출권 가격이 조정을 받고 있긴 하지만, 이런 식으로 재원을 마련하는 아이디어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 EU 모델은 가격이 너무 높아서 우려도 있다.

“지난 10년간 한국에서 탄소시장이 느슨하게 운영됐는데, 업체들에게 물어보면 정말 실질적으로 감축 활동을 한 업체는 거의 없다. 실제로 감축이 되려면 이제는 해야 할 시점이다. 물론 보완 장치는 필요하다. 경매 시장의 수익금을 전환 부문에 지원해줄 수 있고, 큰 프로젝트 같은 경우에는 탄소차익거래제도와 같은 제도도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 기업에 대한 유상할당은 몇 퍼센트 정도가 적당하다고 보나.

“적어도 20% 이상은 되어야 하지 않나. 전환부문에 유상할당이 늘어나면 전기요금도 높아진다. 그러면 우리 개인들도 전기요금을 아껴야 하는 유인이 생긴다.”

- 제3자가 들어오면 개인이 ETF를 구매할 수도 있다.

“석탄, 가스, 전력 시장이 파생상품을 운영하다 보니 당연히 탄소도 파생상품으로 개발되는 게 맞다. 파생상품도 빨리 도입해 개인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작부터 정산까지 2분기까지만 시장에서 살 수 있도록 하거나, 개인들이 참여할 때 한도를 제한한다든지 하는 형태로 조절할 수 있다. KAU 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선물이 상장되면 좋으리라고 본다. 탄소시장은 결국 에너지 시장이다.”

- 자발적 탄소 크레디트의 상쇄분 인정은 현재 5%로 제한되어 있다.

“기업의 감축활동을 활발히 하기 위해 자발적 시장을 조금 더 키울 필요가 있다고 본다. 자발적 시장은 환경부가 상쇄 한도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규모가 달라진다. 4차 계획기간에는 상쇄한도도 올릴 필요가 있다. 한국에서도 자발적 시장이 커나가는 데 프로젝트 인증 등과 관련해 많은 어려움이 있다.”

-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시장의 규제 수위를 낮추고 시장 기능을 잘 돌아가게끔 해야 한다. 정부에서 탄소시장은 규제 성격으로 가고 있다. 지금까지는 공급이 너무 많아 가격 통제에 실패했다. 경매시장을 통해 가격이 들쭉날쭉하지 않고 완만하게 상승하도록 시장을 조성해야 한다. 공급사이드만 잘 잡으면 탄소시장은 안정적으로 가게 된다. 환경부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 현재는 탄소배출권이 일평균 하루에 8만5000톤밖에 거래가 안 된다. 코스닥의 웬만한 종목보다 못한 거래량이다. 장내외 거래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