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주한영국대사관 주최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과제' 세미나
전환금융과 광물 지속가능성 함께 다뤄
실제 공시에 있어서 자연의 특성 고려할 필요도

"트럼프 시대, 그린허싱이 더 문제...기후·자연 고려한 공시해야"
11일 여의도 페어몬트 호텔에서 열린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주한영국대사관이 주최하고 국회ESG포럼이 후원한 '지속가능 성장을 위한 과제-기후금융과 광물의 지속가능성' 세미나 패널 토론에서는 지속가능 공시, 전환 금융, 생물다양성, 광물 개발의 지속가능성 등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가 오갔다.

이들은 기후와 생물다양성까지 고려한 공시를 국내 기업이 어려워하고 있지만, 해외 규제와 투자사들의 관심 등으로 기업이 할 수밖에 없는 길에서 전환금융이 고탄소 배출 기업을 도와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공급망실사법이나 TNFD 공시 강화 등으로 광물 채굴 및 활용과 관련한 지속가능성 이슈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TNFD를 넘어 자연자본과 관련한 이해관계자 참여나 자연 불평등 등의 문제까지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영준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우리나라는 고탄소 업종이 많은데도 전환금융 비율이 매우 낮고, 전환금융도 전환금융이 필요한 고탄소 업종에만 가지 않고 중소기업 대상으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하며 "고탄소 기업 중심으로 전환금융이 지원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시기준으로 생물다양성(자연자본)은 곧 들어올 것으로 보았다. 조 원장은 "기후위협이나 생물다양성에 대해 국내 기업의 관심도는 글로벌에 비해 낮은 편이고 새롭게 추가되는 이니셔티브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생물다양성에 대응하는 게 부담이기만 한지, 긍정적으로 볼 부분이 있는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라며 "TNFD 공시 및 이와 관련한 프로젝트를 하면 기회 요소로도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책임광물보고서 등 광물에 대한 기업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라며 "포스코퓨처엠이나 에코프로, LG에너지솔루션 등 광물을 많이 사용하는 기업의 산업적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데, 이 같은 고려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아 연구원은 공급망 실사지침에 주목했다. "공급망 실사지침에 따라 코발트나 니켈 및 망간 등의 희귀금속이나, 주석 탄탈륨 텅스텐 금 등의 분쟁광물 등에 대해 실사 시 환경오염이나 아동노동 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EU 배터리 규정도 EU의 모든 배터리 기업에 적용되며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의 지속가능성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불편한 진실은 전기차 가격의 반이 배터리 가격이고, 지속가능성을 위하면 그만큼 가격이 올라간다는 점"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기업이 채굴을 줄이면서 순환경제를 활성화하고, 지속가능 기술이 늘어나고, 또 지속가능한 방법을 택하는 기업에 투자가 늘어나며 소비자가 더 많이 찾도록 사이클이 선순환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전환연구소 지현영 변호사는 "자연과 환경을 이야기할 때 TNFD가 기업의 워싱에 기여하는 것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되기도 하고, TNFD 제정에 주로 참여한 이해관계자들 중 원주민은 배제되는 등 참여에 대한 우려도 있다"고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또 에너지전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때 자연에 대한 수탈의 측면도 있지 않느냐는, 불평등에 대한 해소라는 측면에서도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라며 "이렇듯 참여와 불평등 측면의 관점도 반영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윤구 리오 틴토 대표는 책임있는 광물 생산 및 공시에 있어 어려운 점들을 나누었다. 한 대표는 "자연 관련한 부분을 고려하려면 자연의 특성상 20-30년 지나야 복원이 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라며 "알루미늄의 주요 원료가 되는 보크사이트를 캐낼 때 리오 틴토는 캐내고 난 뒤 바로 나무를 심는데, 바로 자연에 반영이 된다고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기 때문에 공시와 관련해 애로를 겪고 있다"고 어려움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제품에 대한 연관 공시는 하고 있는 상황인데, 알루미늄의 경우 보크사이트에서부터 제련까지 탄소발생량이 어느 정도이고, 물 사용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고객사들이 볼 수 있도록 블록체인 방식의 플랫폼을 개발해 뒀다"라며 "현재 알루미늄과 소금에 대해서는 하고 있고, 앞으로 해당 플랫폼을 적용하는 광물을 더 늘려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좌장인 김종대 인하대 명예교수는 "공시에 대한 기업의 그린워싱 우려가 과도하다"라며, "시장이 똑똑해지면서 그린워싱을 조심하는 학습효과가 생겨 그린워싱의 건수가 많이 줄어들고 오히려 녹색 활동을 숨기고 말하지 않는 그린허싱이 문제가 되고 있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트럼프 시대를 맞아 기업들이 지속가능성을 일부 위축시키는 등 상황을 보고 있는데, 오히려 이런 틈에 인권이나 생물다양성에 대한 논의가 더 심화될 수 있고, 다시 기회가 올 때 지속가능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본다"라며 "기업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