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가 되살린 LP·CD… “만질 수 있는 음악 원해”
Z세대의 레트로 열풍이 LP(바이닐)와 CD의 부활을 견인하고 있다.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젊은 세대가 물리적 경험을 선호하면서 음악 소비 매체도 아날로그로 회귀하는 모습이다.

CNBC는 15일(현지 시각) “Z세대가 레트로 기술을 올해 최대 트렌드 중 하나로 만들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디지털 시대에 익숙한 젊은층이 아날로그 매체를 찾는 현상을 조명했다.

글로벌 바이닐 연합회가 미국, 영국, 독일 등 2,15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Z세대 응답자의 87%가 LP 음악에 관심이 있으며, 80%는 실제로 레코드 플레이어를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MZ세대 응답자의 76%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음반을 구매한다고 답했다.

특히, Z세대 응답자의 84%는 음반을 매장에서 직접 구매하며, 57%는 온라인보다 오프라인 구매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Z세대가 중고 레코드를 찾는 이유로는 환경 보호(29%)보다는 희귀 앨범 수집(64%)을 꼽은 답변이 더 많았다.

이러한 추세는 실제 음악 시장에서도 반영되고 있다.

영국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및 리테일 협회(ERA)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의 총 음악 매출은 23억 9,000만 파운드(4조 4,900억 원)로, CD 전성기였던 2001년의 최고 기록(22억 2,000만 파운드)을 넘어섰다. 그중 LP 판매량은 전년 대비 10.5% 증가하며 1억 9,600만 파운드(약 3,700억 원)에 달했다.

소셜미디어(SNS)에서도 LP의 인기가 두드러진다. 인스타그램에는 LP 관련 게시글이 3,900만 개 이상 올라와 있다.

이는 스마트폰 세대인 Z세대가 디지털 피로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LP·CD 등 물리적 매체를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LP를 즐긴다고 답한 Z세대의 절반(50%)는 ‘아날로그 및 물리적 매체에 대한 열광이 일종의 ‘디지털 디톡스’ 역할을 한다’고 응답했다. 또 61%는 “더 나은 정신적 웰빙을 위해 LP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글로벌 웰니스 서밋은 ‘2025 웰니스의 미래’ 보고서를 통해 ‘레트로 및 아날로그 기술의 수용’을 올해 주요 트렌드로 선정했다. 스마트폰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복고 기술을 받아들이도록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웰니스 연구소(GWI)의 연구 책임자 베스 맥그로아티는 CNBC에 “이러한 흐름은 향수가 아니라, 촉각적 경험을 원하는 인간의 본능적인 욕구로 촉진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람은 유아기부터 촉각적 감각과 하드 와이어링(연결)되어 있으며, 이는 형태 없는 디지털 세계에 대한 반항이자 만질 수 있는 물리적 사물에 대한 갈증”이라고 풀이했다.

같은 이유로 CD의 인기도 다시 높아지고 있다. 미국 음반 산업 협회(RIAA)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CD 판매량은 디지털 앨범보다 3배를 기록했다. 음반 다운로드 매출이 8,780만 달러(1,270억 원)였던 반면, CD 판매 매출은 총 2억 3,670만 달러(3,430억 원)에 달했다.

프랑스 음악 산업 그룹 SNEP의 조사에서도, 지난해 CD 구매자의 43%가 35세 미만으로 나타나 젊은층의 관심이 증가했음을 보여준다.

한편, 물리적 매체와 함께 스트리밍 서비스 성장도 지속되고 있다. IRAA 보고서에 따르면, 음악 스트리밍 유료 구독은 지난해 4% 증가해 57억 달러(약 8조 2,700억 원)에 달했으며, 음악 산업 총수익의 약 3분의 2를 차지했다.

전문가들은 LP와 CD 등 아날로그 매체와 스트리밍 형식이 공존해 성장하면서 음악 소비 방식이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