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산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덕수 국무총리가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산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헌법재판소(이하 헌제)는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한 총리는 탄핵 87일 만에 직무에 복귀해 대통령 권한대행직을 수행하게 됐다.

24일 헌재는 재판관 8명 중 5명이 기각, 1명이 인용, 2명이 각하 의견을 내며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기각 의견을 낸 재판관들은 한 총리가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 3인의 임명을 보류한 것이 헌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들 재판관은 “탄핵 사유가 될 정도로 국민 신임을 배반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파면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다.

국회는 한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공모·묵인·방조했다며 탄핵 사유로 제시했지만 헌재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헌재는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하는 등 적극적인 행위를 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관련 혐의를 기각했다.

또 한동훈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의 공동 국정 운영 시도, 윤 대통령 특검법 거부권 행사 방조 등의 혐의도 인정되지 않았다.

다만 정계선 재판관은 한 총리가 ‘내란 특검’ 후보자 추천을 지연한 점을 헌법과 법률 위반으로 판단하고 “헌재의 기능을 저해하며 헌법적 위기를 초래했다”며 유일하게 탄핵 인용 의견을 냈다.

한 총리 측은 “대통령 권한대행을 탄핵하려면 대통령(200석) 기준의 의결 정족수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헌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는 “대통령 권한대행은 새로운 직위가 아니라 총리의 직무 범위 내에서 수행되는 것이므로 총리 기준(151석)의 정족수를 적용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14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데 이어 12월 27일 한 총리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헌재는 두 차례 변론 준비와 한 차례 변론을 거쳐 87일 만에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계엄 사태와 관련해 탄핵 소추된 고위 공직자가 사법기관으로부터 본안 판단을 받은 첫 사례로 기록됐다. 한 총리의 직무 복귀로 정국에 미칠 파장이 주목된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