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 낮은 한국 자영업 구조, 경기충격에 취약해
무분별한 유입 막고, 경쟁력 있는 사업자 지원 강화해야

마은성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마은성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자영업자는 경제의 가장 작은 단위 기업으로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활동의 기초가 되며 경제 전반의 활력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저출산과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한국 경제의 미래를 고려할 때 생산성이 높고 창의성이 뛰어난 자영업자의 꾸준한 진입은 국가 경제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필수적이다. 실제로 현재 세계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인 아마존,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역시 처음엔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으로 출발했기에 역량 있는 자영업자와 스타트업 육성은 중요한 국가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이미 과도하게 높은 수준이며 이를 경제적 ‘축복’으로 보기 어렵다. OECD 자료(2021년)에 따르면 한국의 자영업자 비중은 약 20%로 OECD 평균의 두 배에 달한다. 문제는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이유가 혁신적이고 생산성 높은 창업가들의 적극적인 진입 때문이 아니라 노동시장에서 이탈하거나 퇴출된 사람들이 대안 없이 자영업으로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는 낮은 생산성과 독립적 경영 능력 부족으로 인해 프랜차이즈 기술력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경기변동 및 외부 충격에 취약한 상태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최근 자영업자 연체 차주는 15만 명에 육박하며 2년 반 만에 3배로 증가했고, 특히 취약차주의 연체율 상승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한국 자영업자의 소득분포는 주로 하위 계층에 집중된 반면, 미국에서는 자영업자들이 소득 상위 5%에 많이 포함된 것과도 대조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한국 자영업자의 급격한 고령화다. 전체 자영업자 중 50대 이상이 60% 이상을 차지하며 60세 이상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 농림어업, 음식업, 도소매업과 같은 저부가가치 업종에 몰려 있어 생산성과 경쟁력이 떨어지며 결국 경제적 취약성에 노출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향후 10년 내에 자영업자 비중을 미국, 독일 등 주요 선진국 수준인 10%로 낮추겠다는 명확한 전략적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근본적인 구조개혁과 구체적이고 과감한 정책적 접근이 필수적이다. 첫 번째 과제는 노동시장에서 이탈한 노동자들이 무분별하게 자영업으로 유입되는 현상을 막고, 이들이 다시 노동시장으로 신속히 복귀할 수 있도록 평생교육과 재취업 지원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이다. 독일의 성공 사례처럼 실질적이고 체계적인 재취업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여 중장년층의 노동시장 참여율을 높일 필요가 있다.

둘째, 자영업 진입 시 엄격한 사업성 평가 기준을 설정해 부가가치가 높고 생산성이 입증된 사업자만이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재편해야 한다. 무차별적이고 단순한 자금 지원에서 벗어나 철저한 사전심사와 평가를 통해 경쟁력 있는 창업자에게 자원이 집중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현재의 자영업자들이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할 수 있도록 연착륙 지원 시스템을 확립해야 한다. 연체 및 폐업 위기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새출발기금’을 통한 적극적인 채무 조정과 더불어 실질적인 재취업 및 재창업을 위한 직업훈련 및 지원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창의성과 혁신성을 보유한 자영업자 및 스타트업들이 신속하게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금융지원, 기술지원, 세제혜택 등 정부 정책을 집중화하고 강화해야 한다. 이로써 우수한 자영업자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고용 창출과 경제적 부가가치를 높이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자영업은 결코 실업자의 임시적 대체재가 아니라 경쟁력 있는 근로자들의 대체재가 되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생산성과 혁신 역량을 가진 인력이 자영업과 창업 분야에 진입하고, 이들에게 정책적 지원과 제도적 환경이 집중되는 방향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마은성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