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인사이트]

물가에 대응해 3.50%까지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한국은행은 2024년 10월부터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0월과 11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올해에도 1월은 동결을 결정했지만 2월 재차 인하를 단행하면서 총 3차례까지 빠르게 인하했다. 현재 한국 기준금리는 2.75%다.

기준금리를 인상했던 원인인 물가상승률이 아래로 향하면서 목표치인 2%를 하회하는 가운데 2024년 11월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 그리고 12월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경기 대응에 무게를 두고 빠르게 인하를 단행했다. 빠르게 인하한 한은
반환점을 돈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머니인사이트]
한국은행이 경기에 대응해 비교적 빠르게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여전히 한국 경기의 하방 압력은 높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도 경기 대응이 필요하다고 언급하고 있으며 한은 총재는 한국은 여전히 인하 사이클이라고 언급하고 있다.

또한 금융시장은 연내 1~2차례의 추가 인하를 전망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 총재는 금융시장의 전망은 한국은행의 가정과 유사하다고 언급했다. 이로 인해 금융시장은 5월 추가 기준금리 인하 등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추가 기준금리 인하 속도는 이전과 비교해 점차 더뎌질 것이다.

경기의 하방 압력은 여전히 높다. 특히 미국의 금융시장이 생각했던 것보다 강하게 관세정책을 실행하면서 한국 경제에도 부담이 높다.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 중반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기를 바라보면 기준금리를 더 빠르게, 그리고 더 많이 내려야 한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경기만 바라보면서 통화정책을 결정할 수는 없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1.5%로 전망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성장률이 더 하향 조정되더라도 이는 재정지출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즉 경기의 불확실성이 더 높아질 수 있지만 한국은행은 경기만 생각하면서 기준금리를 빠르게, 그리고 큰 폭으로 인하할 수 없는 만큼 재정지출을 통해 경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목표는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다. 부진한 경기는 물가상승 압력을 낮춘다는 점에서 기준금리 인하 요인이다. 하지만 금융안정 부문을 고려하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하를 저해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관심 있게 바라보고 있는 금융 부문은 환율과 가계부채다. 먼저 환율을 바라보자. 1400원 안팎이던 환율은 2024년 12월 초 계엄 발생 이후 1450원대까지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기존 원화의 약세는 달러의 강세 때문이라고 주장해왔지만 109pt이던 달러인덱스가 104pt까지 하락하면서 달러가 약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화는 오히려 장중 1470원을 돌파했다. 코로나19로 유동성 경색이 생기면서 경기침체 우려가 높아졌던 2020년 3월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정치 불확실성과 약해진 한국의 경기 펀더멘털로 원화가 하락할 재료는 많지 않다. 한국은행 입장에서는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하할 경우 한·미 기준금리 역전폭이 확대되면서 원화가 빠르게 반등할 위험이 존재한다.
반환점을 돈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머니인사이트]
또한 부동산 가격도 우려된다. 여전히 지방 부동산 가격은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연초 이후 강남을 중심으로 서울 부동산 가격은 빠르게 상승했다. 이에 대응해 정부는 3월 19일 부동산 가격 억제를 위해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다만 부동산 대책이 정부의 의도대로 작동을 하는지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서울 상당수 지역들의 부동산 가격은 2024년 고점을 돌파한 상황에서 정부의 의도와 다르게 풍선효과로 강남의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은행권의 대출금리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미 7%가량의 대출금리를 목격했던 상황에서 심리적인 저항선은 낮다.

한국은행 총재가 꾸준히 언급하듯이 부동산 가격 자체를 한국은행이 통제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면 부동산을 매수하려는 수요가 강해지면서 가격이 더 상승하는데 이에 따라 가계대출이 빠르게 늘어난다. 그리고 한국은행이 걱정하는 가계부채가 빠르게 증가할 수 있다. 한국은행은 2024년 7~8월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경계심을 보여준 적이 있다.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을 마무리하고 금융시장은 금리인하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과 스트레스 DSR 실행 전 수요로 부동산 가격은 가파르게 반등했고 이에 따라 가계대출도 빠르게 증가했다. 추가 인하 시점은 언제결국 한국은행은 금융시장의 기대와 다르게 2024년 7~8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만장일치로 동결하고 가계대출 증가세의 둔화가 확인되기 시작한 2024년 10월에서나 인하를 단행했다.

문제는 당시보다 부동산 가격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질 수 있다. 2024년 하반기로 돌아가면 통화정책은 긴축적인 상황에서 물가는 하향 안정화되고 있었다. 그리고 9월부터 스트레스 DSR이 실행되면서 가계대출 증가세의 둔화가 확인됐다. 하지만 현재는 당시보다 기준금리가 더 낮은 상황이다.

더욱이 2024년 하반기에는 물가가 낮았던 만큼 가계대출의 둔화세가 확인되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지만 올 하반기에는 물가가 반등할 위험이 존재한다. 또한 2024년 하반기와 다르게 기준금리를 한은 총재가 인하 사이클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금융시장도 점차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중반을 지나 전환점에 돌입한 것을 인지하고 있다.

정확한 지점은 알 수 없지만 한국은행이 한번 더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하게 된다면 목적지인 최종 기준금리(인하 사이클이 끝났을 때의 기준금리)에 더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의 추가 인하 시점은 금융시장이 생각하고 있는 5월보다 더 늦어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

임재균 KB투자증권 애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