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면과 동시에 불소추특권 상실, 험난한 법정 공방 예고
대통령직과 함께 불소추특권을 상실한 만큼, 앞으로 이번 파면의 계기가 된 비상계엄에 대한 직권 남용 및 내란죄(내란수괴 혐의)는 물론, ‘명태균 게이트’로 알려진 공천개입 의혹에 대한 수사 및 법정 공방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탄핵 자체로 비상계엄, 공천개입 의혹에 대해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지지부진하던 관련 수사와 재판 결과에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불소추특권 상실, ‘공천개입’ 수사받나
윤석열 전 대통령은 헌재 판결이 나온 4월 4일 11시 22분을 기점으로 국가원수로서 모든 특권을 상실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으로서 배우자 김건희 전 영부인과 함께 지내던 한남동 관저도 비워야 한다. 윤 전 대통령 내외는 대통령 당선 전 거주하던 서초동 ‘아크로 비스타’로 돌아가거나 경호상의 이유로 별도의 주거지를 제공받을 가능성이 크다.
가장 큰 변화는 대통령으로서 ‘불소추특권’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형사상의 소추’란 형사사건에 대한 기소뿐 아니라 피의자로서 수사를 받는 등의 절차를 포괄하고 있다.
헌재 판결 전까지 윤 전 대통령은 불소추특권의 예외 상황 중 하나인 내란죄에 대해서만 수사 및 기소할 수 있는 대상이었다. 비상계엄 5일 만인 지난해 12월 8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그를 내란 혐의 피의자로 입건했으며, 14일에는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찬성 204표로 가결됐다.
내란 혐의 수사에 들어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12월 31일, 해가 바뀐 1월 7일 법원으로부터 체포 및 수색 영장을 2차례 발부받았다. 경호처가 대통령 관저는 군사시설보호구역이라며 체포를 막아 애를 먹던 공수처는 1월 15일이 돼서야 윤 전 대통령을 체포했다. 현재 윤 전 대통령은 내란수괴 혐의로 기소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윤 전 대통령은 공천개입 의혹을 불러온 일명 ‘명태균 게이트’의 직접적인 수사 대상에서 빠져있었다. 명태균 게이트에는 윤 전 대통령 내외가 2020년 대선 당시 사업가이자 정치 브로커인 명 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제공 받는 대신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2024년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명 씨가 추천하는 인물이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을 받는 데 개입했다는 의혹이 포함돼 있다.
검찰은 명 씨가 대선 전 81차례 여론조사를 진행하며 3억7520만원 상당의 비용을 부담하는 한편, 일부 여론조사를 윤 전 대통령에 유리하도록 조작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더불어민주당은 윤 전 대통령과 명 씨 간 통화 녹취파일을 공개한 뒤, 비상계엄 전날인 12월 2일에는 윤 전 대통령 내외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창원지검에 고발했다. 명태균 의혹이 사실일 경우 정치자금법,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제기될 수 있지만 현직 대통령 기소는 불가능했다. 경호 빼고 다 뺏겨
이번 헌재 선고에 따라 윤 전 대통령이 대통령 지위를 상실하면서, 곧 윤 전 대통령 내외에 대한 소환 조사가 이뤄지는 등 명태균 게이트 수사는 박차를 가하게 될 전망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2017년 3월 10일 헌재 선고 뒤 1년여 만인 2018년 2월 공직선거법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 전 대통령도 대통령 지위를 이용해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따라 1심과 2심 재판부에서 징역 2년을 선고 받았다.
비상계엄 또한 헌재가 이번 탄핵심판에서 “계엄법이 정한 계엄의 목적이 아니다”라며 내란죄 재판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예우도 박탈된다. 임기를 채우고 퇴임하면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연금(현직 대통령 당시 연간 보수의 95%), 국립묘지 안장, 교통·통신 및 사무실, 병원 치료, 비서관 3명과 운전기사 1명, 경호처의 경호 10년 유지 등 다양한 특권이 유지된다. 그러나 대통령직에서 파면됨으로써 경호 및 경비 기간은 5년으로 단축되며 그 외에 예우는 상실된다. 윤 전 대통령은 1994년 검사로 임용된 뒤, 2021년 검찰총장을 사퇴할 때까지 25년간 공무원으로 봉직해 공무원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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