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현지 시각) “지난해 대학가의 반전 시위 이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반유대주의' 성향 유학생과 외국인 교직원에 대한 추방 입장을 밝힌 뒤 유학생들의 두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교육자협회(NAFSA)에 따르면, 3월 중순 이후 비자 취소 또는 연방정부 기록 삭제 조치를 받은 유학생 및 연구진은 1,000명에 달한다. 미국 이민 변호사협회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최소 4,700건 이상의 유학생 기록이 말소 조처된 것으로 추산했다.
문제는 학생들이 자신의 비자 취소에 대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미 정부는 모든 비자 취소 사실을 대학에 통보하지 않고 있어, 학교 측이 연방 데이터베이스를 확인하며 변경 사항을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시간대는 최근 학생 22명의 비자가 취소된 사실을 발표했으며,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와 조지 메이슨대에서도 각각 최소 23건, 15건의 비자 취소 사례가 보고됐다.
애리조나주립대 기계공학 전공의 브라질 국적 유학생 베르나르두지 올리베이라는 WP에 “나는 극단주의자가 아니지만, 무엇이 언론의 자유이고 무엇이 정부에 대한 위협인지 모르겠다. 정치적 의견을 나누는 것 자체를 주저하게 됐다”며 “솔직히 말해서 너무 무섭다”고 밝혔다.
조지타운대에 재학 중인 캐나다·이란 이중국적 유학생은 “시민권 취득에 영향을 줄까 봐 X 계정을 비활성화했다”고 전하며, “모든 사람의 SNS가 감시당하는 상황에서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국토안보부는 지난 9일 해외 극단주의자들을 파악하기 위해 데이터 분석 도구를 활용해 유학생들의 SNS를 수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리샤 맥러플린 국토안보부 공보 담당 차관보는 “미국에는 전 세계 테러 동조자들을 입국시키거나 머물게 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게시했다.
한편, 유학생 체류 정보는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학생·교환 방문자 정보 시스템(SEVIS)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된다. 최근엔 국무부가 비자를 취소하는 것 외에도 ICE가 직접 SEVIS 기록을 삭제하고 있다. 기록이 말소되면 즉시 법적 체류 자격이 상실된다.
제프 조지프 미국 이민변호사협회 변호사는 "현재 정부가 던지고 있는 그물은 지나치게 넓다”며 “SEVIS 기록 종료는 세 가지 이유에서만 발생하는데, 최근 사례는 그 기준을 충족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 측면에서 보면 SEVIS 종료는 명백히 불법"이라며 "학생들이 학업을 계속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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