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8일 S&P500 지수는 4983으로 연저점을 경신, 2월 19일 고점 대비 18.9%까지 하락했다. 바로 다음 날 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 세계 국가들에 부과 예정이었던 상호관세를 90일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S&P500 지수는 하루 만에 9.5%, 나스닥 지수는 무려 12.2%나 상승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 번째 높은 일간 수익률을 기록했다. 관세 유예 발표로 주가지수는 바닥을 통과했지만 여전히 불안 요인이 산재해 있다.트럼프는 왜 그럴까
궁극적인 미국의 목표는 ‘G1 유지’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초기부터 이 목표를 유지하는 데 빨간불이 들어왔음을 인식했다. 대내적으로는 지난 행정부의 경기 호황은 막대한 재정정책 덕분이었는데 부채 문제로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문제 인식이 있다. 대외적으로는 AI 등 전략 경쟁 기술에서 너무나 빠른 속도로 미국을 추격해오는 위협적인 ‘중국의 위상’이다.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이 선택한 방법은 이 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다. 재정지출은 쓸 때는 편하지만 결국 대가(이자비용)가 뒤따른다. 지금 미국은 부채에서 비롯된 이자비용이 부담이다. 부채 자체를 줄여야 하고 이자율도 낮춰야 한다. 재정지출을 당장 줄이면 좋았던 경기도 나빠질 수 있다. 지출을 줄이면서 비효율까지 타개하고자 DOGE를 중심으로 성장 잠재력 자체를 끌어올리려 한다. 재정지출이 줄면 단기적으로 경기가 둔화할 수 있는데 일각에서는 정책금리 인하를 위한 의도적인 경기침체 유발로 해석하기도 한다.
대외적으로는 중국을 견제해야 한다. 중국의 기술 발전이 미국이 볼 때는 너무 빠르고 위협적이다. 4차 산업혁명 부흥 이후 핵심 전략 경쟁 기술은 AI다. 생성형(Generative) AI는 오픈소스의 효율성으로 미국의 앞선 기술력과 자본력을 빠르게 따라잡은 것을 딥시크가 보여주었다. AI 기술의 종착점으로 여겨지는 피지컬(Physical) AI는 중국이 앞서 있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2차 대전에서 승리한 이후 미국이 글로벌 패권국을 유지해온 데에는 항상 2등 국가를 기술 전쟁에서 눌렀던 데 있다. 2차 대전의 맨해튼 프로젝트가 그랬고 냉전시대 아폴로 계획이 그랬다. 1980년대 일본의 부흥을 눌렀던 플라자 합의는 미국이 가진 경제·금융 통제권으로 2등 국가의 도전을 저지했던 경험이다.
이미 대내적으로도 이 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 중인 미국은 대외적으로도 관세를 통해 마찬가지 전략을 펼치는 듯하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경제의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목소리가 미국 안에서도 거센 상황임에도 전 세계에 보편관세와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미국도 피해가 상당할 수 있지만 G2 경쟁을 하는 중국을 억제하고 고립시키기 위해 관세정책을 강행했다.
현재 미국은 일보 후퇴 전략으로 G1처럼 보이지 않는다. 1등이었던 나라가 1등이 아닌 것처럼 보이면서 미국의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중국이 미국과 경쟁하는 과정에서 무기로 미국 국채를 매도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얼마 전까지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부각될 때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던 달러였는데 최근에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엔화와 유로화가 강해졌다. 자산 가격 반응이 과거와 달라 투자자들이 시장 방향성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 중심을 잡는 시도가 필요하다. S&P500 지수는 저점에서 약 8% 정도 반등해 있지만 여기서 추세적으로 더 오를지 더 빠질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여러 매크로 변수들이 산재해 있지만 단기 시장 방향의 핵심은 관세다.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주가 방향이 변하고 새로운 관세 부과 혹은 철회에 따라 시장은 위아래로 크게 요동친다.
현재 관세는 모든 국가에 부과하는 보편관세와 미국의 국가별 무역적자 규모에 기반해 차등해서 부과한 상호관세가 유예된 상태이고 반도체, 의약품, 일부 원자재의 품목 관세가 추가로 부과될 예정이다. 보편관세와 상호관세는 부과할 수 있는 가장 많은 수준으로 부과했고 중국도 더 이상 보복관세를 올리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에 향후 협상 과정에서 관세율은 점차 낮아질 것이다.
S&P500 지수의 12개월 선행 EPS 추정치는 4월 2일 관세 발효일부터 하향 조정되기 시작했는데 EPS가 현재 부과된 가장 강한 수준의 평균 관세율을 완전히 반영했을 때 시장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겠다. 보편관세, 상호관세가 모두 부과되었을 때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24.8%이고 2024년 대비 22.4%포인트 올랐다. 여러 변수의 효과와 기업별 영향이 상이하겠으나 상황을 단순화해서 이 관세 부담을 결국 미국 소비자와 기업이 진다고 할 때 가격 전가율을 50%로 가정하면 미국 기업 EPS는 11% 하락한다고 볼 수 있다.
4월 2일 관세 부과 효과가 반영되기 직전 S&P500 12개월 선행 EPS의 11% 감익한 수준에서 5년 평균 PER 밸류에이션인 20배를 준용한 지수 레벨은 4925pt다. 부과될 수 있는 가장 강한 수준의 관세가 반영되어 기업이익에 영향을 준다고 단순 가정했을 때 S&P500 레벨을 추산한 셈이다.반등 시 대응 전략 상시 준비해야
향후 관세와 관련한 협상이 이어지면서 미국이 부과하는 평균관세율이 하락하는 추세일 수 있다고 본다면 미국의 관세정책을 실질적으로 고려한 적정 지수 레벨의 하단으로 고려할 수 있는 수준이다. 불확실성이 큰 시장이지만 해당 레벨을 하회했을 때는 상대적으로 확실하게 매수 접근을 해볼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한다.
반등 트리거가 어떤 포인트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관세를 완전히 소화한 이후일 수 있고 미국의 신뢰성 하락이 유동성 문제까지 이어진다면 통화정책 개입까지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다만 반등 시 대응 전략은 계속 준비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계속해서 주장하는 전략은 2018년 무역 분쟁 성과에서 기인한 ‘AI 하드웨어 중심의 낙폭과대 기술주’다. 주도 기술주 섹터가 조정기마다 가장 많이 하락했지만 그때도 결국 승자는 기술주였다. 현재 낙폭 과대 기술주에는 AI와 결부된 전력 인프라 기업도 포함된다. 어지러운 매크로 환경에서도 AI 산업은 기술 진보에 따른 사용자 확산, 군비 경쟁으로 AI 하드웨어 초과수요 상황이다.
여기에 아이디어를 추가하면 해당 기업 중 밸류체인이 복잡하지 않거나 고객사가 미국에 집중된 소프트웨어 기업인 경우 더 안전할 수 있다. 또한 최근 관세 합의 과정에서 결국 이득을 보는 산업은 천연가스, LNG인 점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미국이 협상의 대가로 무역을 통해 추가로 팔고 싶은 핵심 상품은 에너지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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