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감축 없이도 달성 가능한 수준
차기 정부, 대선 3개월 후 2035 NDC 제출
조기 대선으로 출범할 차기 정부는 오는 9월 유엔에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제출해야 한다. 이에 따라 유력 대권 후보 캠프들은 기후위기 대응과 탈탄소 정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시민단체와 해외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실현 가능한 NDC 경로’를 담은 보고서를 발표해 주목된다.
기후솔루션과 미국 메릴랜드대학교 글로벌지속가능성센터(CGS)는 21일 공동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국제감축을 활용하지 않고도 2018년 대비 2035년까지 61%의 온실가스 감축이 가능하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이번 보고서는 메릴랜드대가 개발한 ‘글로벌 통합 평가모형(GCAM)’을 기반으로 전력, 산업, 수송 등 부문별 탈탄소 시나리오를 정량적으로 평가했다. GCAM은 에너지, 경제, 토지이용, 배출량 등 요소를 통합해 정책 효과를 시뮬레이션하는 국제 공인 오픈소스 모델로, IPCC와 주요 연구기관이 정책 설계에 활용하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재생에너지 확산과 산업 전환, 수송 부문 전기화를 통해 국제감축 없이 2035년까지 자발적 감축만으로도 61% 감축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력 부문에서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23년 6%에서 2030년 47%, 2035년 65%까지 끌어올리고 석탄 발전은 2035년까지 사실상 퇴출시키는 시나리오가 제시됐다.
산업 부문에서는 철강업의 고로 감축 및 수소 기반 직접환원철(DRI) 도입, 시멘트 연료 및 원료 전환, 석유화학 부문의 바이오 나프타 대체 등 구체적 기술 대안이 포함됐다. 수송 부문은 하이브리드가 아닌 배터리전기차(BEV), 수소차 중심으로의 전환과 함께 대중교통 전기화, 충전 인프라 확대, 건축규정 개정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리나 쿠이 메릴랜드대 CGS 연구책임자는 “한국이 이 수준의 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이행한다면, 기후 리더십을 선도하고 글로벌 기후외교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는 환경단체 ‘플랜 1.5’가 제시한 2035년 66.7% 감축 목표와도 유사한 맥락에서 제안됐다. 다만 플랜1.5가 역사적 배출과 경제 발전 단계를 고려한 공정분담 기반인 반면, 기후솔루션 보고서는 한국의 현실 여건을 반영한 ‘달성 가능한 경로’를 정량적으로 제시했다는 데 차이가 있다.
조정호 기후솔루션 에너지시장정책팀 연구원은 “이 보고서는 공학적 가능성과 경제 구조를 반영한 결과로, 차기 정부가 미래 기술의 불확실성보다 검증된 재생에너지 중심의 전략을 검토하는 데 유의미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완화, 전력시장 제도 개선, 신규 LNG발전소 계획 철회, 철강·시멘트 산업의 기술 전환 등 감축 수단은 이미 존재한다”며 “이제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적 의지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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