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술이 부르텄다고? 바이러스 감염이야 [김현종의 백세 건치]](https://img.hankyung.com/photo/202504/AD.40253047.1.jpg)
헤르페스 1형 바이러스는 구강 분비물이나 감염자와의 직접 접촉을 통해 전염되며 식기나 수건, 립밤 등 일상용품의 공유만으로도 쉽게 감염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50세 미만 인구의 약 60%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라고 추산하고 있다.
우리는 최근까지 코로나 바이러스로 큰 곤욕을 치렀고 다행히 많은 바이러스성 질환에서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면서 예전만큼의 위협은 줄었지만 여전히 감염 후 치료가 어렵고 재감염 위험이 높은 바이러스는 일상 속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구강과 관련된 바이러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첫 번째는 인플루엔자바이러스다. 기침이나 구강을 통해 전파되며 대표적으로 독감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다. A·B·C형으로 구분되며 몇 해 전 유행했던 신종플루는 A형 인플루엔자바이러스에 속한다. 기침의 비말이나 손으로 얼굴을 만지는 습관을 통해 감염되기 쉬워 평소 위생 관리가 중요하다.
두 번째는 수족구병을 유발하는 콕사키바이러스다. 주로 3~4월에 유행하고 아이들에게서 많이 발생한다. 열과 함께 입안, 손, 발에 수포가 생긴다. 콕사키바이러스는 A형과 B형으로 나뉘고 그 안에서도 여러 아형으로 구분된다. 항바이러스제가 있어 치료는 어렵지 않지만 아이들이 증상을 견디기 어려워 적절한 대증치료가 필요하다.
세 번째는 앞서 언급한 헤르페스바이러스다. 피곤하거나 찬바람을 맞으면 입술에 물집이 생기는 증상은 대부분 헤르페스 1형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헤르페스바이러스는 8종류로 나뉘며 1형은 입술 주위에, 2형은 성기 주위에, 3형은 대상포진을 유발한다. 키스나 직접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1형은 구내염이나 인후염을 유발하고 재발 시 입술 주위에 물집이 생긴다. 드물게 뇌염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성관계로 전파되는 2형은 물집과 함께 발열, 근육통을 동반하며 최근에는 구강성교로 인해 1형과 2형이 혼합된 감염도 보고되고 있다. 치료는 아시클로버 성분의 항바이러스 연고나 정제를 통해 가능하고 증상이 심할 경우 치과에서 레이저 치료를 병행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
네 번째는 수두와 대상포진의 원인이 되는 바리셀라조스터바이러스다. 헤르페스바이러스 계열에 속하며 신경에 잠복해 있다가 특정 조건에서 활성화되어 수포를 일으킨다. 구강이나 안면부에도 발생할 수 있고 치료 후에도 작열감이나 신경통이 남을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는 파필로마바이러스, 즉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있다. 주로 성적인 접촉으로 전파되며 드물지만 여성에게 자궁경부암을 유발할 수 있다. 구강성교로 인해 구강에 감염되어 구강암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구강 내에는 사마귀나 브로콜리처럼 생긴 유두종 형태로 나타난다. 이는 작은 수술로 제거가 가능하고 예방 백신을 통해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는 평소에도 다양한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살아가고 있다. 노래방 등 다중이용시설에서는 개인 위생을 철저히 지키고 일상생활 속에서도 청결을 유지하며 주의하는 습관을 갖는다면 구강과 관련된 바이러스 질환에서 훨씬 자유로워질 수 있다.
김현종 서울탑치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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