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 54년, 그 이면의 시험대…황성엽 신영증권 사장의 무거운 균형[2025 파워금융인30]](https://img.hankyung.com/photo/202504/AD.40315308.1.jpg)
지난해 중소형 증권사들이 부동산 PF 리스크로 줄줄이 흔들릴 때 신영증권은 끝내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팬데믹…. 1971년 이후 단 한 해도 적자를 내지 않으며 54년 연속 흑자 기록을 이어온 회사. 지금 그 중심엔 황성엽 대표가 있다.
1987년 입사 후 자산운용, IB, 경영관리까지 전 부문을 두루 거친 정통 신영맨. 2014년 두산밥캣 IPO 주관을 성공시키며 ‘숨은 IB 강자’라는 신영의 별칭을 만들어낸 그는 2020년부터 CEO로서 회사를 지키고 있다. 도약보다 단단함으로, 위기를 피한 리더십이 그의 강점이었다.
그러나 신뢰는 한순간의 실수에도 금이 간다.
2024년 신영증권은 홈플러스 ABSTB(카드대금 기초 유동화증권) 사태로 인해 그동안 쌓아온 ‘무결점 이미지’에 큰 상처를 입었다. 직접적인 책임은 발행 주체인 홈플러스에 있지만 ‘돌다리도 두드려 건너는 신영’조차 피해 갈 수 없었다는 사실은 투자자에게 더 큰 충격이었다.
신영증권은 해당 자산유동화증권을 공동 발행한 다른 증권사들과 함께 홈플러스와 경영진을 사기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이들은 홈플러스가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을 알면서도 발행을 강행하고 기습적으로 회생절차에 돌입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사후 대응만으로는 복구되지 않는 것이 바로 신뢰다.
그럼에도 황성엽 대표는 올해도 ‘파워금융인 30’에 이름을 올렸다.
전년 대비 실적이 다소 줄었지만 여전히 1000억원대 순이익을 지키며 흔들림 없는 수익 구조와 운용 전략을 입증했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환경 속에서도 신영증권은 안정적인 성과를 낸 몇 안 되는 증권사다.
또한 3월부터는 금정호 IB총괄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하며 조직 개편도 이뤄졌다. 황 대표는 회사를 전반적으로 총괄하고 금 사장은 IB본부를 전담하게 된다.
업계는 오는 5월 주주총회를 기점으로 황성엽·금정호 공동대표 체제가 공식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원국희 명예회장의 아들 원종석 신영증권 대표이사 회장은 일선에서 물러나 총괄하는 수순으로 관측된다.
54년의 흑자 경영은 신뢰의 다른 이름이었다. 이제 그 신뢰가 시험대에 오른 지금 황성엽 대표의 리더십은 ‘단단함’ 그 이상의 것을 요구받고 있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