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부양 위한 반복적인 추경 편성, 효과 떨어져
중장기적 재정 전략·경제 구조개혁 필요해

마은성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마은성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최근 정부는 12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번 추경에는 산불 피해 복구, 통상 마찰 대응, AI 산업 지원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와 국내 정치적 불안정이 맞물린 상황에서 마련된 선제적 대응 조치로 평가된다. 특히 경기 하방 리스크에 대한 대응 필요성이 그 배경으로 작용했다.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이번 추경은 경제 안정화를 위한 타당한 대응으로 보인다.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는 한국의 추경 편성 관행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한국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추경을 유난히 자주 편성해온 국가다. 실제로 2000년부터 2022년까지 총 25차례에 걸쳐 추경이 단행됐으며 2020년에는 코로나19 팬데믹 대응을 위해 네 차례, 2021년과 2022년에도 각각 두 차례씩 추가 예산이 편성되었다. 단기적으로는 추경이 일정 부분 경기부양에 기여할 수 있으나 반복적인 편성은 정책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재정건전성에도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또 정책 수단으로서의 추경은 그 활용 빈도가 높아질수록 시장과 국민의 기대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차 약화하며, 실질적인 정책 효과 역시 감소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추경은 예외적이고 신중하게 활용돼야 하며, 이를 원칙으로 삼는 재정 운용 기조가 재확립될 필요가 있다.

재정 지출 효과에 대한 학계의 평가도 엇갈린다. 일부는 경기침체기에 수요를 진작시키는 효과를 인정하지만 다수의 연구에서는 정부 지출의 승수 효과가 1을 넘기기 어렵다고 본다. 즉 100원을 지출해도 GDP가 그 이상으로 증가하지 않을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민간 활동을 구축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특히 경기 하강기에는 대규모 재정 투입의 효과가 실제보다 과장돼 인식되기도 하며, 이는 단순한 규모에서 비롯된 착시일 수 있다. 따라서 단위 지출당 효과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

흔히 통화정책은 ‘무딘 칼’로 비유된다. 반면 재정정책은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일명 ‘맥가이버칼(스위스 군용 칼)’에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재정정책은 다양한 기능을 가진 도구이지만 상황과 목적에 맞게 정교하게 설계되고 집행돼야 한다. 십자 드라이버가 필요한 상황에서 통조림 따개를 사용할 수는 없듯 추경도 마찬가지다. 그 자체가 만능열쇠는 아니며, 긴급하고 분명한 필요가 있을 때에만 정교하고 신중하게 사용해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경기 변동에 따라 반복적으로 추경에 의존하는 재정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보다 근본적인 경제 구조 개선을 뒷받침할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재정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본예산 편성 단계부터 철저한 계획과 예측 가능한 목표를 설정해 재정 운용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예산이 계획대로 집행될 수 있도록 평가와 점검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나아가 추경 편성의 필요성을 줄이기 위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경제 여건을 진단하고, 구조적 과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예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결국 추경은 단기적인 경기 대응 수단으로서 일정한 역할을 할 수 있지만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반복적으로 의존하는 방식은 정책의 일관성과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해칠 수 있으며, 효과 역시 점차 약화할 우려가 있다.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단기 조치가 불가피할 수 있으나 동시에 중장기적인 재정 전략과 구조 개혁을 병행해야만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추경이 필요할 때일수록 그 이후를 내다보는 전략적 접근이 더욱 중요하다.


마은성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