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로봇 마라톤·로봇 운동회 개최
자율주행 기술력도 업계 선두, 정부 지원·내수 맞물려 세 확장

전기차 시장 압승
![美 보란 듯…관세전쟁 속 ‘기술 굴기’ 과시하는 中[글로벌 현장]](https://img.hankyung.com/photo/202504/AD.40345468.1.jpg)
상하이 모터쇼를 계기로 7종의 신차를 무더기로 공개한 BYD는 앞선 충전 기술과 색다른 디자인으로 세계 주목을 받았다. 신차 공개에 함께한 왕촨푸 BYD 회장은 임직원들이 신차의 의미와 특징을 설명할 때마다 연신 박수와 미소를 보냈다. 상하이 모터쇼의 전시 면적이 서울 코엑스 전시 면적(3만8231㎡)의 약 10배인 36만㎡ 규모에 달하는데 BYD 부스만 ‘블랙홀’처럼 인파를 빨아들였다. 인근에 자체 부스를 차린 일본 닛산의 임직원들도 삼삼오오 모여 BYD 부스를 기웃거릴 정도였다. 닛산 한 관계자는 “새로 공개된 충전 시스템과 신차 외형과 의미를 분석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는 최근 업계 최초 액체 냉각형 초고속 충전 솔루션을 출시하면서 전기차 충전 시장에 진출했다. 화웨이에 따르면 새로 출시한 충전 시스템은 최대 출력이 1.5MW에 달하며 분당 20kWh로 충전할 수 있다. 대형 트럭도 15분이면 90%까지 충전이 가능해 기존 고속 충전기 대비 효율이 4배 향상됐다는 게 화웨이 측의 설명이다.
중국 배터리 업계 1위 기업인 CATL도 올 4월 2세대 배터리 선싱을 공개했다. 최대 주행거리가 800km로 5분간 충전하면 520km를 주행할 수 있다. 앞서 BYD가 5분 충전해 470km 주행하는 충전 기술을 공개하며 업계를 발칵 뒤집었는데 불과 한 달 만에 이를 앞질렀다.
국가대표급 로봇으로 마라톤 도전

대회에서 로봇들은 출발선인 난하이쯔공원 남문에서 결승선인 퉁밍호 정보센터까지 21.0975km를 달렸다. 코스에는 직선뿐 아니라 좌·우회전 도로와 경사로 등이 포함돼 있어 로봇의 환경 적응력을 살피기에 충분했다. 제한 시간은 3시간 30분으로 뒀으며 페널티는 있지만 중간에 로봇을 바꿔 계주 형태로 달려도 무방했다. 코스 중간중간에는 로봇이나 배터리 교체를 위한 별도 공간도 마련됐다. 배터리를 교체할 때 소요된 시간도 모두 경기 기록에 포함됐다.
이날 대회에는 베이징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혁신센터가 개발한 톈궁(天工)을 포함해 유니트리의 G1, 베이징과학기술대의 작은 거인(小巨人) 등이 참여했다. G1은 올초 관영 중국중앙TV(CCTV)의 춘제(春節·음력설) 갈라쇼에 등장해 인간 무용수들과 전통무용을 소화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로봇이다. 로봇들은 대개 2족 보행 구조였지만 무게와 주행 능력은 각기 달랐다. 이 중 톈궁은 대회 최장신인 키 180cm에 최중량인 몸무게 52kg으로 로봇 중 가장 먼저 출발선을 끊고 가장 먼저 결승선에 들어왔다.
걸음마처럼 종종거리며 걷는 다른 로봇과 달리 톈궁은 출발부터 내내 성큼성큼 달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어깨에 이름이 쓰인 주황색 민소매 셔츠를 입고 검은색 전용 운동화까지 신은 톈궁은 지난해 같은 대회에선 페이스메이커 역할만 했지만 올해는 정식으로 대회에 참가했다. 지난해만 해도 시속 6km였던 주행 속도를 높여 올해는 안정적으로 8∼10km로 달렸다. 최대 주행 속도는 시속 12km까지 나왔다. 완주까지 총 3번의 배터리 교체만 있었고 로봇 교체는 없었다.
탕지안 베이징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긴 다리와 인간의 마라톤 주법을 모방할 수 있는 알고리즘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로봇 교체 없이 배터리 교체만으로 완주했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는 중국 국영기업이 43%의 지분을 갖고 있으며 빅테크 샤오미의 로봇 부문과 중국의 대표적인 휴머노이드 로봇 기업 유비테크가 나머지 지분을 균등하게 나눠 갖고 있다.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기술력
![美 보란 듯…관세전쟁 속 ‘기술 굴기’ 과시하는 中[글로벌 현장]](https://img.hankyung.com/photo/202504/AD.40345469.1.jpg)
이 같은 중국의 잇따른 움직임을 두고 전문가들은 자국 산업의 자동화 전환 속도를 높이면서 공개적으로 기술력을 과시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중국의 기술 수준과 과학 산업 내 위상에 대한 관심을 고조시키려 한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기술 굴기 뒤엔 중국 정부의 ‘뚝심’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중국 정부는 내연차 등 전통적인 제조업 시대에서 빼앗긴 기술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전기차와 휴머노이드 로봇 등 첨단기술 산업에 일찌감치 승부수를 띄웠다. 2010년 신에너지차를 신흥 산업으로 선정하고 각종 정책 지원에 나섰다. 정확한 지원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국제전략연구소(CSIS)와 중국 자동차 업계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 정부가 본격적으로 전기차 육성에 나선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원 규모는 약 2761억 달러(약 370조원)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올 3월 연례 최대 정치행사 양회(兩會)에서 6세대 이동통신(6G), 휴머노이드 로봇, AI 스마트폰 등을 중점 육성 분야로 처음 명시하면서 지원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이에 따라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올해 휴머노이드 로봇을 대량 생산해 오는 2027년까지 세계 최고 수준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방 정부들도 빠르게 보조를 맞추고 있다. 난징시는 고품질 로봇 개발을 위한 계획을 수립했으며 항저우시는 통합 지원 정책을 내놨다.
아울러 민간 기업들도 정부의 정책 목표 달성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연구개발(R&D) 투자를 매년 늘려 전기차와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 역량을 단숨에 향상시켰다. 거대한 내수 시장은 이런 정부와 기업의 질주를 뒷받침했다. 반도체·AI 분야 연구 분석 기관인 세미어낼리시스는 최근 “중국이 전기차 산업에서 이룬 파괴적 영향력을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도 재현할 가능성이 있다”며 미국이 중국에 추월당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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