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현지시간), 독일·이탈리아·프랑스 등 유럽의 극우 정당들이 반이민, 기후 위기 회의론 등 트럼프 행정부의 마가(MAGA) 노선을 공유하면서도 관세 정책에 대해서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알리스 바이델 공동대표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대해 “지나치게 공격적이며 자멸적”이라고 비판하며 “근본적으로 자유무역에 해롭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일시 중단한 것은 주식시장 폭락과 경기 침체 우려 때문이라고 짚었다. 바이델 대표는 골드만삭스 출신의 애널리스트다.
반면, 같은 당의 티노 크루팔라 공동대표는 “때로는 자국 경제를 보호하기 위해 자유무역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두둔했다. 크루팔라 공동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무역수지 개선과 산업 활성화를 위해 다른 국가들과의 협상을 유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FT는 이 같은 AfD 내부의 갈등이 관세 문제 때문만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AfD는 2013년 유로존 구제금융에 반대하며 창당됐고, 당시에는 시장 자율과 자유무역을 중시하는 신자유주의 성향이 강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반이민·반세계화 등 민족주의 성향의 인사들이 대거 유입됐다. 서로 다른 경제 철학이 공존해 주요 정책을 두고 분열이 이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탈리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됐다.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을 “잘못된 선택”이라고 평가하며 철회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반면 연립정부 파트너이자 극우 정당 ‘동맹(Lega)’의 대표인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는 “이탈리아 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며 관세 정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후 여당 ‘이탈리아 형제들’의 반발이 커지자 살비니는 입장을 다소 조정했다.
한편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와 포르투갈 극우 정당 체가(Chega)의 앙드레 벤투라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을 “전략적 수단”이라며 옹호했다.
프랑스의 국민연합(RN)은 트럼프 행정부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마린 르펜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방식에 대응해야 한다”며 “프랑스가 유럽연합으로부터 무역 정책 권한을 되찾는 지능적인 보호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관세로 인한 경제적 타격에 대한 책임을 정부에 전가하는 방법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드레스덴 공대의 마네스 바이스키르허 교수는 “트럼프의 정책이 경제에 타격을 줄 경우 유럽 유권자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 있다”며 “극우 정당은 사회적 불만을 기반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경제가 어려워지면 대중의 실망을 이용해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고송희 인턴기자 kosh112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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