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핵심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뉴스를 선별해 전달합니다.
[한경ESG] ESG 뉴스 5
지난 28일, 스페인과 포르투갈 전역에서 약 10시간에 걸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재생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두 국가의 전력망 안정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정전의 원인으로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이례적인 대기 현상, 전력망 과부하 등이 거론된다. 29일 스페인 전력망 운영사 레드엘렉트리카(REE)는 정전 사태의 타임라인을 공개하며, 오후 12시 33분경 전력망 손실 이벤트 발생 이후 스페인-프랑스 간 전력 연결이 끊기고, 이어 대규모 재생에너지 손실이 시스템에 충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포르투갈 전력망 운영사 REN도 “스페인 내륙의 극심한 기온 변화로 발생한 이례적인 대기 현상이 원인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당시 두 국가는 전체 전력의 약 80%를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조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전문가는 햇빛과 바람 등 자연 조건에 의존하는 재생에너지가 본질적으로 간헐적인 특성을 지니며 갑작스러운 기상 변화로 공급량이 급변할 경우 전력망에 과부하가 걸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풍력과 태양광 발전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오히려 시스템 불안정을 유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재생에너지가 아닌 망이 원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다니엘 뮤어 S&P글로벌 유럽 전력 부문 선임 애널리스트는 “정전의 성격과 규모를 고려할 때,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직접적인 원인일 가능성은 낮다”고 평가했다. 스페인 전력망은 급증하는 재생에너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으며, 현재 이에 대한 개선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한편,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페인 정부 에너지 담당 책임자인 에두아르도 프리에토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까지의 조사 결과, 사이버 보안 사고 가능성은 배제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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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금융 설계자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당선
마크 카니 전 영란은행 총재가 캐나다 총리에 당선됐다. 글로벌 기후금융 이니셔티브(GFANZ) 공동창립자이자 유엔 기후특사 출신인 그는 “청정·전통 에너지를 아우르는 에너지 강국 캐나다”를 약속하며 기후 리더십을 강조했다.
카니 총리는 탄소국경조정제(CBAM) 도입, 청정에너지 프로젝트 인허가 간소화를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으며, 소비자 탄소세 폐지와 함께 친환경 소비 인센티브를 신설할 계획이다. 환경영향평가법(C-69)을 유지하겠다는 입장도 밝혀, 탄소중립과 산업경쟁력의 균형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태양광 인버터 ‘메이드 인 차이나’…국내 핵심 밸류체인 붕괴 우려
국내 태양광 인버터 시장에서 국산으로 판매되는 주요 제품 상당수가 사실상 중국산으로 확인됐다고 29일 한국경제신문이 단독 보도했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 한화큐셀, 효성중공업 등 대기업들은 중국산 인버터에 퓨즈 등 일부 부품만 교체한 뒤 KC인증을 받아 자사 브랜드를 부착해 유통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중국산 제품의 실질적 시장 점유율은 95%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에너지 안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인버터는 전력 모니터링과 계통 제어를 담당하는 핵심 장비인 만큼, 정보 유출과 해킹 위험이 제기된다. 유럽에선 리투아니아가 관련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국내에서도 인버터 생산 인센티브 도입과 국산 인증제 신설 등 보호 정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SG 인력 채용 열기 ‘급랭’
ESG 전성기 시절 대규모로 채용된 금융권 ESG 인력이 퇴출 위기에 몰리고 있다. 30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HSBC는 CSO(지속가능성책임자) 직제를 CEO 직속에서 해제했고, 웰스파고는 CSO 직을 아예 폐지했다. 라이브 데이터 테크놀로지스 통계에 따르면 ESG 타이틀을 유지하는 인력은 2020년 대비 7% 미만으로 줄어든 상황이다. 한국도 SK, 신한금융 등이 ESG 조직 명칭을 변경하거나 직제를 축소한 바 있다.
블룸버그는 팬데믹 시기 저금리와 친환경 투자 열풍 속에 비영리·과학 분야 인재들이 금융권으로 유입됐지만, 이들이 추구한 환경·사회적 목표와 기업의 수익성 중심 전략 간 괴리로 인해 퇴사하는 사례가 늘었다고 분석했다.
LG엔솔, 유럽에 폐배터리 재활용 합작법인 설립
LG에너지솔루션은 프랑스 1위 메탈 재활용 기업 데리시부르그(DBG)와 손잡고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했다고 29일 밝혔다. 북부 발두아즈 지역에 전처리 공장을 착공해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하며 연간 2만 톤 이상의 사용 후 배터리 및 제조 스크랩을 처리할 계획이다.
공장은 ‘블랙 매스(black mass)’라 불리는 중간 가공품을 생산해 리튬, 니켈, 코발트를 추출하고 이를 양극재로 재가공하게 된다. 이는 EU가 2031년부터 시행할 배터리 원재료 재활용 의무 규제(코발트 16%, 리튬 6%, 니켈 6%)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유럽 내 배터리 밸류체인 자립을 가속화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승균 한경ESG 기자 cs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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