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P한국위, 기후변화 대응 우수기업 40곳 발표
상위 5곳, 현대자동차, 현대위아, LG유플러스,LG이노텍, 한화에어로

존 번(John Byrne) 미국 재생에너지환경재단 회장이 트럼프 행정부의 기후 정책 후퇴를 강하게 비판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30일 CDP 한국위원회가 개최한 ‘2024 CDP 보고서 발간 기념 콘퍼런스’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미국 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이상기후로 인한 재해 비용이 1995년 이후 10년마다 두 배씩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방 정부의 후퇴와는 별개로, 미국 내 38개 주가 전력 부문 상계제도(Net Metering)와 재생에너지 의무화(RPS)를 기반으로 자율적인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며, 지방정부 차원의 정책 리더십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선 호세 오르도네즈 CDP 아시아태평양 총괄은 “데이터 자체는 아무것도 아니다.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한 정보 공개를 넘어, 1.5도 목표에 부합하는 기후전환 계획 수립, 내부 탄소가격 설정, 임원 보상과 환경성과의 연계, 가치사슬 전반의 감축 활동 등 ‘4대 핵심 행동’이 선도 기업의 공통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오르도네즈 총괄은 특히 “공급망 내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기업들이 총 330억 달러(약 47조 원)의 비용을 절감한 사례가 있다”며, 지속가능성과 경제성이 충분히 양립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CDP 데이터에 따르면 적응 및 복원력 투자에 대한 수익은 1달러당 2~19달러에 달한다”며, 환경 대응이 곧 경제적 기회임을 부각했다.
이날 콘퍼런스에서는 국내 전문가들의 발표도 이어졌다. 전윤재 KB금융지주 ESG사업부 부장은 ‘KB금융의 지속가능 전략’을 주제로 금융권의 대응 사례를 공유했다. 대구대학교 정준희 교수는 기후변화에 따른 물리적 리스크 측정과 정보공개 방안을 발표했다.
후반부에는 ‘지속가능성 정보공개의 도전과 과제’를 주제로 한 패널토론이 진행됐다. 양춘승 CDP한국위원회 상임부위원장이 좌장을 맡았고,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박사, 방철한 한국기상산업기술원 실장, 이웅희 한국회계기준원 상임위원, 전윤재 KB금융지주 부장, 김태한 CDP한국위원회 수석연구원이 패널로 참여했다.
이들은 ESG 공시 의무화 대응 전략, 기후리스크 정보공개 확대, 재무성과 연계 방안 등을 논의하며 “데이터의 투명성 확보가 기업 리스크 관리뿐 아니라 글로벌 시장 경쟁력 확보에도 필수적”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
CDP, 기후변화 대응 우수기업 40곳 발표
한편 CDP한국위원회는 현대자동차, 현대위아, LG유플러스, LG이노텍,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2024 탄소경영 아너스 클럽’에 선정됐다고 이날 밝혔다. 또 신한금융그룹과 현대건설은 수년간 우수한 기후 대응 성과를 이어온 점을 인정받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기후변화 대응 우수기업은 총 40개, 물 경영 부문 우수기업은 13개사가 선정됐다.
올해 CDP 평가에서는 '필수조건(Essential Criteria)' 제도가 새롭게 도입됐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단순히 높은 점수를 받는 것만으로는 A등급을 받을 수 없으며, 실질적인 기후 리스크 관리와 감축 목표 이행 등 구체적 요건을 충족해야만 최고 등급에 도달할 수 있게 됐다.
CDP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적으로 2만4000개 이상 기업이 CDP에 응답했으며, 한국에서도 투자자 요청에 따라 응답하는 기업 수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기후변화 부문 응답 기업은 전년 대비 74% 증가한 368개(전년 211개), 물 부문 응답 기업은 192% 증가한 228개(전년 78개)를 기록했다.
이번 평가에서 기후변화 부문 A등급을 받은 국내 기업은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현대자동차 ▲현대위아 ▲LG유플러스 등 20개사다. 물 경영 부문에서는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아모레퍼시픽 ▲SK케미칼 ▲풀무원 등 9개사가 A등급을 획득했다.
셰리 마데라 CDP CEO는 “CDP를 통해 정보를 공개한 기업들은 2년 내 직접 배출량을 평균 7~10% 감축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며, “복합적 기후위기 속에서도 투명한 정보공개를 이끄는 CDP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장지인 CDP한국위원회 위원장은 “한국은 제조업 비중과 수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지속가능성을 산업 전반에 빠르게 내재화할 필요가 있다”며 “트럼프 정부의 반(反) ESG 정책이 ‘미국 우선주의’ 관점에서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 기업과 금융기관은 기후정보를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균 한경ESG 기자 cs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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