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새 감염성 바이러스가 사람과 동물 간 종간 벽을 넘나드는 사례가 늘면서 조류독감이 팬데믹으로 확대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사람 간 전파 가능한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AI) 발생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여상구 질병관리청 신종감염병대응과장은 12일 서울대국가미래전략원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조류인플루엔자의 팬데믹 위험성과 대응 전략' 포럼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까지 이어진 이번 동절기에 전국서 보고된 고병원성 AI의 가금류 감염 사례는 47건, 조류 감염은 43건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 대상 감염 의심 사례는 25명 보고됐는데 이들은 모두 음성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정부가 가동 중인 고병원성 AI 감염 시스템에 국내 의심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는 의미다.

가금류와 야생조류 사이에 확산하던 AI가 포유류와 사람에게 전파된 조류독감 감염 사례가 세계 각국에서 늘고 있다. 사람 간 전파가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미국 오리건주 농장의 돼지에서, 올해는 영국 북동부 요크셔 농장의 양에서 처음으로 고병원성 AI로 분류되는 H5N1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국내에서도 최근 소의 결핵균이 사람에게 감염된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송대섭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미국에서 올해 1월 H5N1 D1.1 바이러스로 인한 첫 사망이 보고 된 것은 점차 직접적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라며 "바이러스학적인 측면에서 상당히 예의주시해야 할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송 교수는 이날 사람에게서 반려동물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등이 이동하는 '역인수공통 감염'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고양이 반려동물의 인플루엔자 중 3%는 사람 인플루엔자 감염일 정도로 사례가 늘고 있어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철새나 비둘기 등이 감염 탓에 죽었다면 이론적으로 해당 바이러스에 반려동물이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며 "새들이 죽어 있다면 기본 감염 예방 수칙처럼 반려동물이나 사람이 손대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김남중 서울대 의대 교수는 "AI가 가금류와 야생조류에서 포유류로 종간 장벽을 넘어서는 스필오버(spillover) 현상과 포유류에서의 감염이 증가한다면 사람 간 전파가 쉬운 AI 출현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팬데믹 위험을 정확히 예측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사람 간 전파가 가능한 AI 바이러스 발생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가 필요하다"고 했다.

팬데믹 상황에 대비해 진단 시스템과 백신 등을 미리 개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은화 서울대의대 교수는 "메신저리보핵산(mRNA)을 활용한 조류독감 백신을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

성흥섭 울산대 의대 교수는 "진단 키트의 한계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검체 혈청검사 등도 적극적으로 시행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12일 서울대국가미래전략원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조류인플루엔자의 팬데믹 위험성과 대응 전략' 포럼.
12일 서울대국가미래전략원과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조류인플루엔자의 팬데믹 위험성과 대응 전략' 포럼.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