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통신은 “경제적 우려로 인해 비행기를 타지 못하는 미국인들이 도로 여행을 떠난다”고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서 시작된 글로벌 무역 전쟁이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를 키우고, 소비자 심리를 흔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미 자동차협회(AAA)는 오는 '메모리얼 데이'(5월 26일) 연휴 동안 약 3,940만 명의 미국인이 자동차로 이동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3.1%(약 120만 명) 증가한 수치로, 20년 만에 가장 많은 규모다. AAA는 전체 여행객의 87%가 자동차를 이동 수단으로 선택했다고 전했다.
항공편 이용자는 약 361만 명으로, 증가율은 1.7%에 그쳤다.
유가 하락도 자동차 여행을 선택한 배경으로 지목된다. 최근 원유 가격이 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며 휘발유 가격도 하락했다. AAA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미국 평균 주유 가격은 약 3.14달러(약 4,400원)로, 전년보다 갤런당 50센트(약 700원) 낮다.
반면, 미 항공협회에 따르면 이번 메모리얼 데이 연휴 기간 국내선 왕복 항공권 평균 가격은 850달러(약 119만 원)로, 지난해보다 2% 상승했다. 저가 항공사들이 고급화 전략을 추구하면서 가격이 인상됐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몇몇 대형 사고로 인한 항공기 안전 우려도 여행객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며 “이러한 혼란이 미국 주요 항공사들의 실적 전망 하향으로 이어졌다”고 전했다.
주식시장 하락도 휴가 계획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여행 기술업체 히스토리(Histoury)의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의 68%가 주식시장 변동으로 휴가 계획을 변경했다고 답했다. 환율이나 금리 영향으로 선불 결제를 취소하거나, 여행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휴가용 숙박시설 수익 관리 업체 비욘드의 줄리 브링크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여행객들이 해외보다 미국 내 남부 걸프 코스트, 골드 코스트, 스모키 마운틴 등 여행지를 선택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컨설팅업체 우드 맥켄지는 올해 미국 항공유 수요가 전년 대비 0.7%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올해 초 전망치인 1.1% 증가보다 낮은 수치다.
우드 맥켄지의 애널리스트 오스틴 린은 “소비자들이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정책에 반감을 품으면서 여행 지출을 줄이고 있는 것을 반영한 것”이라며 “설명 무역전쟁이 조기 해소되더라도, 시장 폭락에 대한 기억이 재량 지출을 억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소득층의 소비도 예외는 아니다. 고급 해외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트래블 비욘드에 따르면, 1인당 2만2천 달러(약 3,100만 원) 이상의 고가 여행 문의 건수는 3월에 전년 동기 대비 20% 줄었고, 4월에도 14% 감소했다.
김민주 기자 min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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