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은 기간 시가총액은 16조5690억원에서 40조5672억원으로 24조원 넘게 불어나 코스피 시장에서 현대차(39조7681억원)를 밀어내고 시총 5위까지 등극했다. 방산 종목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증시 주도 업종으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발 관세 불확실성 속에서 반도체, 2차전지, 자동차 등 주요 업종이 관세 피해주로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다. 최근 미·중 간 무역협상 진전 소식이 전해지며 반도체, 2차전지, 자동차주가 다시 상승세지만 관세정책에 따른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방산은 글로벌 군비 증강 기조 속에서 유럽, 중동,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안정적인 수출을 이어가고 있어 미국 관세정책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다.
현대차 제치고 시총 5위 진격…목표가 줄상향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56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60% 증가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78% 증가한 5조4842억원을 기록, 분기 기준 역대 최고의 실적을 냈다. 순이익은 전년 대비 7953.8% 증가한 2094억원으로 집계됐다.
유럽향 K9 자주포, 천무 다연장로켓의 수출이 늘어나는 가운데 생산성 향상과 원·달러 환율 상승이 실적을 견인했다.
1분기 호실적에 힘입어 시장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주가 100만원대를 뜻하는 ‘황제주’ 유력 후보로 꼽고 있다. 최근(5월 14일) 주가는 82만원, 시총은 37조원대(7위)로 떨어졌지만 증권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목표주가를 줄줄이 상향하고 있다.
장남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목표주가를 130만원으로 58% 상향 조정했다. 미래에셋증권(120만원), 교보증권(110만원), 키움증권(100만원), NH투자증권(100만원) 등이 100만원 이상 목표가를 제시했다.
장 애널리스트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분기 계절성에도 양호한 지상방산 영업이익을 기록한 가운데 남은 분기 영업이익 성장세를 지속할 것”이라며 “특히 폴란드 WB그룹과 천무 유도탄 현지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해 연내 천무 수출 계약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했다.


이 중 맏형 격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분기 기준 지상방산 분야 수주잔고가 31조4000억원에 달한다. 글로벌 베스트 셀러인 K9 자주포를 앞세워 유럽뿐 아니라 중동·아프리카·동남아시아 등 수출시장을 확대하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인도와 맺은 K9 2차 수출 계약과 폴란드와 맺은 KAAB 자주포 차체 구성품 계약 실적 등이 2분기 수주잔고로 잡힐 예정이다.
전 세계 곳곳에서 고조되는 전운도 K방산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인도-파키스탄 무력 충돌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가자지구 전쟁 등 분쟁이 확산하고 있다. 미국의 중재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종전 협상이 진행 중이지만 영토 협상과 광물 협정 등에서 각 당사자의 입장 차이가 있어 단시일 내 협상이 마무리될 가능성은 작다.
유럽·중동 등의 주요국들이 지정학적 불확실성 증대에 따라 방위비 증액을 추진하는 가운데 K방산 수요는 당분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스웨덴 싱크탱크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의 ‘2024 세계 군비 지출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군사비 지출액은 2조7180억 달러(약 3915조원)로 나타났다. 이는 SIPRI가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88년 이후 최고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군비 지출 증가의 주요 원인이었다. 5대 군사비 지출국인 미국, 중국, 러시아, 독일, 인도는 전 세계 군비 지출액의 60%를 차지했다. 올해 전 세계 군사비 지출액은 더 증가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에 국방비 지출 수준을 국내총생산(GDP)의 5%까지 늘리라고 압박하고 있어서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매수도 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 초부터 외국인 순매수 1위(5680억원)다. 특히 3조6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유상증자를 공시한 다음 날인 지난 3월 21일 외국인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약 770억원어치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도 534억원어치를 담았다.
글로벌 방산 수요 증가, 우수한 실적 성장, 안정적인 수주잔고 등을 바탕으로 외국인 투자자들의 관심을 끈 것이다. 유상증자를 통한 생산능력 확대와 연구개발 투자도 장기 성장성을 높여 주가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3월 20일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인 3조6000억원대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급증하는 글로벌 방산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생산거점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증자 결정 배경을 밝혔다.
그러나 주주가치 희석 우려로 주가가 13% 넘게 급락하는 등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다. 경영권 승계 자금을 마련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금융감독원은 필요한 정보가 미흡하다며 유상증자 신고서 정정을 요구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4월 8일 유상증자 규모를 2조3000억원으로 축소하고 나머지 1조3000억원은 한화에너지, 한화임팩트파트너스, 한화에너지싱가폴 등 3개사에 배정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내용의 1차 정정 신고서를 제출했다.

당초 850페이지였던 유상증자 신고서는 금감원 정정요구를 거쳐 1170페이지로 늘어났고 2차 정정에서는 1243페이지로 증가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을 기반으로 향후 4년간 총 11조원을 유럽 현지 생산거점 확보와 연구개발, 인프라 구축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2035년 매출 70조원, 영업이익 10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증권가에서는 대체적으로 이번 유상증자를 단기적인 주주가치 희석 우려를 넘어서는 중장기 성장전략의 일환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이태환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두 차례의 유상증자 증권신고서 정정을 통해 주주 신뢰를 회복하는 동시에 향후 4년간 11조1000억원 투자를 통한 추가 성장 로드맵을 제시했다”며 “우수한 수출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신규 설비, JV 등에 대한 적기 투자를 통해 군비 확장 국면의 시장을 선점할 능력이 충분한 업체로 필수 보유해야 할 종목”이라고 평가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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