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이천시 SK하이닉스 본사. 사진=연합뉴스
SK하이닉스가 고대역폭메모리(HBM)용 TC본더(열압착장비)를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에 동시 발주했다.

SK하이닉스가 반도체 장비 경쟁사인 한미반도체와 한화세미텍 모두와 TC본더 추가 공급 계약을 맺으면서 그동안 빚어졌던 갈등이 일부 해소되는 모습이다.

다만 하반기 물량을 놓고 SK하이닉스의 벤더(공급업체) 다변화 전략이 지속하는 데다, 또 다른 공급업체인 한화세미텍과의 관계 역시 쉽게 풀리지 않을 것으로 보여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 428억원 규모의 HBM용 TC 본더 장비 공급을 맺었다고 16일 공시했다.

같은 날 한화세미텍도 공시를 통해 385억원(부가가치세(VAT) 제외) 규모의 HBM용 TC 본더 장비를 SK하이닉스에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VAT를 포함할 경우 두 회사의 공급 규모는 각각 10대 안팎으로 추정된다.

TC 본더는 인공지능(AI) 반도체용 HBM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핵심 장비다. HBM은 D램을 여러 개 쌓아 올리는 방식으로 만드는데, D램에 열과 압력을 가해 고정하는 공정에 TC 본더가 쓰인다.

양사의 TC 본더 장비는 현재 시장 주류이자 최신 제품인 'HBM3E(5세대) 12단'에 활용되며 SK하이닉스 청주공장에 투입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그동안 HBM3E 12단 제조 공정에 한미반도체 장비를 전량 사용해왔으나, 한화세미텍을 신규 협력사로 삼고 공급망 다변화에 나섰다.

한화세미텍은 지난 3월 두 차례에 걸쳐 SK하이닉스에 총 420억원의 HBM TC 본더를 납품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번 계약까지 세 차례에 걸친 누적 공급 규모는 805억원이다.

이 과정에서 한미반도체는 다소 불편한 기색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반도체는 협상 과정에서 SK하이닉스에 8년간 동결해 온 기존 장비 가격을 약 28% 인상하고, 그간 무료로 유지보수를 해 오던 고객서비스(CS)의 유료화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특정 업체를 배제하거나 택하는 방식이 아닌 기존 업체와 파트너십을 유지한 채 새로운 업체와의 협력을 모색한다는 입장을 유지하며 한미반도체와의 관계 회복에 나서기도 했다.

당초 예상됐던 공급 계약 시점(4월 말)보다 보름 이상 늦어졌지만 공급 계약이 성사된 만큼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의 갈등이 일단은 마무리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