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 CEO는 이날 오전 타이베이 뮤직센터에서 열린 기조연설에서 “엔비디아는 폭스콘, TSMC, 대만 정부와 협력해 대만 최초의 AI 슈퍼컴퓨터를 구축할 것”이라며 “이는 교육, 과학, 기술 발전을 뒷받침할 세계적 수준의 AI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슈퍼컴퓨터 구축 프로젝트는 칩 설계와 제조부터 패키징, 서버, 시스템 통합까지 모든 공정을 대만 현지에서 수행하는 것이 핵심이다. 엔비디아는 슈퍼컴퓨팅 시스템에 자사의 최신 ‘그레이스 블랙웰’ 그래픽처리장치(GPU)와 고속 시스템 아키텍처인 NV링크·MV링크 등을 공급할 예정이다. TSMC는 엔비디아 칩 생산을 담당하고, 폭스콘은 AI 하드웨어 조립을 맡는다. 대만 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C)는 슈퍼컴퓨터 자원을 대학, 연구소, 스타트업 등 민간에 개방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황 CEO는 이날 NV링크의 차세대 버전인 ‘NV링크 퓨전(NVLink Fusion)’도 최초로 공개했다. 그는 이를 마벨, 미디어텍 등 주요 팹리스 기업에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존 NV링크가 GPU 간 초고속 데이터 통신에 초점을 맞췄다면, NV링크 퓨전은 CPU, ASIC 등 서로 구조나 종류가 다른 이기종 칩까지 연결할 수 있어 맞춤형 AI 서버 구축이 가능하다. 황 CEO는 "이 아키텍처의 시스템은 (대만의) 페가트론, QCT, 폭스콘, 기가바이트, 에이수스 등의 파트너들이 만든 것"이라며 "이들의 궁극적 목표는 블랙웰 칩을 통해 대만의 AI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용 슈퍼컴퓨터 ‘DGX 스테이션’도 소개됐다. 그는 “1조 개의 파라미터를 처리할 수 있는 개인형 AI 기기가 될 것”이라며, 고성능 AI 모델을 누구나 다룰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용 AI 수요를 겨냥한 산업용 AI 서버 플랫폼 ‘RTX 서버 프로’도 공개됐다. 이 시스템은 중국 AI 기업 딥시크(DeepSeek)의 GPT-4급 모델 ‘R1’을 구동할 수 있으며, 기업·연구기관 대상의 고성능 AI 인프라 수요를 겨냥한 제품이다.
황 CEO는 연설 마지막에 엔비디아의 신사옥 건립 계획도 발표했다. 그는 “파트너십이 계속 확장되고 있고, 엔지니어 수도 꾸준히 증가 중이어서 기존 오피스로는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게 됐다"며 "이름은 바로 '엔비디아 콘스텔레이션(별자리)'이며 부지는 베이터우 지역으로 곧 착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사옥은 미국 실리콘밸리 본사(약 1만5천평 규모)에 맞먹는 규모로 설립될 전망이다.
이번 발표는 미국의 고율 관세와 글로벌 공급망 혼란 등 불확실성 속에서 AI 인프라 주권을 대만에 정착시키려는 전략적 메시지로 읽힌다. 황 CEO는 이날 “AI 시대에 대만은 기술 생태계의 중심에 남을 것”이라며 “AI 기술뿐 아니라 인프라 전체를 대만에 구축함으로써, 대만이 AI의 사용자이자 생산자 중심 국가로 도약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고송희 인턴기자 kosh112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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