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적 신뢰·정서적 간극·국정 운영 안정감
새 대통령 앞에 놓인 과제

상징적이고 극적인 언어들은 단순한 수사를 넘어 유권자의 감정과 인식을 겨냥한 전략으로 작용했다. 특히 각 후보가 자신의 정치적 메시지를 어떻게 시각적 상징과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표현했는지 그리고 이전 토론과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ABC 측면에서 분석했다.
Appearance
색으로 말하고 옷으로 설득하다 : 메시지 정치
정치적 스타일은 단순한 외형이 아닌 메시지의 시각적 구현이다. 어빙 고프만의 자아 연출 이론(dramaturgical theory)에 따르면 정치인은 메시지가 담긴 복장과 태도로 유권자 앞에 ‘표현된 자아’를 연출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이번 3차 토론에서 짙은 검은색으로 염색한 헤어스타일로 등장했다. 이 변화는 시각적으로 젊고 강단 있는 리더상을 강조하려는 선택으로 분석된다.
이재명 후보가 착용한 넥타이는 빨강과 파랑의 선명한 대비가 특징인 레지멘털 스트라이프 패턴으로, 진보적 기반 위에 중도층까지 아우르려는 포괄적 리더십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1차 토론에서 강한 오렌지 계열 넥타이로 젊고 도전적인 인상을 강조했지만 2·3차 토론에서는 톤다운된 컬러를 선택해 안정성과 균형감을 보완했다. 이는 초기 주목도를 확보한 뒤 신뢰 형성을 위해 감정적 톤을 조절하는 효과를 줬다. 도전적 메시지를 유지하면서도 통치 가능성과 진중함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Behavior
몸짓이 먼저 말했다 : 태도가 만든 리더의 그림자
후보들의 비언어적 행동은 리더십의 성향을 가시화하는 중요한 요소다. 앨버트 반두라의 사회학습이론에 따르면 유권자는 정치인의 행동을 관찰하고 이를 통해 태도와 신뢰감을 판단한다. 3차 토론에서는 후보 간의 전략적 자세 차이가 더 뚜렷하게 드러났다.
이재명 후보는 상대의 발언을 메모하거나 시선을 고정하는 등 능동적 태도로 토론에 임하며 준비된 리더 이미지를 강화했다. 이는 정치적 책임감과 대응 역량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려는 전략적 행동으로 해석된다.
김문수 후보는 발언 시 전통적 제스처를 유지하면서도 상대의 말을 끊지 않고 경청하는 태도를 통해 보수 정치인의 품격과 예우를 강조했다. 이는 안정성과 도덕적 권위를 시각적으로 강화하려는 커뮤니케이션 방식으로 볼 수 있다.
이준석 후보는 활발한 손동작과 정면 응시 등 역동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이전보다 감정 조절된 표현을 통해 정치적 무게감을 보완하려 했다. 이는 젊은 개혁가 이미지와 통치 가능성 사이의 균형을 시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말의 프레임, 마음의 전장 : 단어는 왜 기억에 남는가
조지 레이코프의 프레임 이론은 언어가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청중의 인식 구조를 재편하고 해석의 틀을 제공하는 도구임을 강조한다. 3차 TV토론에서는 세 후보 모두 이전보다 정교하고 전략적인 언어 프레이밍을 구사하며 자신만의 메시지를 강화했다.
이재명 후보는 상징적이고 은유적인 언어를 유지하되 표현을 보다 직관적으로 재구성했다. ‘총알보다 강한 투표’, ‘빛의 혁명’ 등은 과거 민주주의 투쟁과 현재의 투표 행위를 연결하는 서사적 프레임으로 정당성과 리더십의 연속성을 강조하는 방식이다.
김문수 후보는 ‘방탄 독재’, ‘탄핵’ 등 강한 단어를 반복해 보수적 위기의식을 환기시키는 프레임을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노동운동 경험을 감성적으로 언급해 도덕성과 진정성을 함께 전달하려 했다. 이는 정서적 설득력을 높이기 위한 일관적인 언어 메시지로 해석된다.
이준석 후보는 자극적 표현과 함께 ‘초승달은 차오른다’ 같은 시각적 은유를 포함해 미래지향적 메시지를 강조했다. 공격과 대안을 조화롭게 배치하며 정치적 존재감을 안정적으로 확립하려는 시도로 변화와 통치를 아우르는 리더십 전환을 언어로 구현하고자 했다.

이번 3차 TV토론은 대선후보들이 자신의 메시지 전략을 어떻게 조정했는지를 명확히 보여주는 자리였다. 이재명 후보는 보다 구체적인 언어와 역사적 맥락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진전을 보였지만 일부 표현은 여전히 감성 호소에 치우쳐 정책적 신뢰를 끌어내기엔 한계가 있었다.
김문수 후보는 일관된 전통 가치의 강조를 이어갔으나 정서적 간극을 좁히기 위한 보다 유연한 소통 방식 강화가 요구된다. 이준석 후보는 기성 정치에 대한 비판과 개혁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했지만 국정 운영의 안정감과 통합 리더십 측면에서는 보완이 필요한 모습을 보였다.
이번 토론은 단순한 발언이나 제스처를 넘어 설득 방식의 구조, 감정에 대한 접근, 시대 감각에 대한 통찰이 유권자 평가의 기준이 됐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메시지의 기술이나 전략 자체가 아니라 그 바탕에 깔린 인격체로서의 ‘진정성’이다.
국민은 점점 더 화려한 표현보다 ‘진심이 느껴지는가’를 통해 정치인의 신뢰를 가늠하고 있으며 설득력 있는 리더십은 결국 정보의 전달이 아닌 ‘진정성’에서 시작된다. 유권자는 눈으로 듣고 마음으로 대통령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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