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이터통신은 29일(현지시간), UN 사무국이 전체 예산 37억달러(약 5조756억원) 중 20%를 삭감하고, 직원 6900명을 감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구조조정은 내년 1월 1일 단행될 예정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최근 브리핑에서 주요 부서를 통합하고 자원을 재배치하는 대대적인 개편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일부 기구를 통합하거나 축소해 중복 업무를 줄이고, 불필요한 관료 체계를 개선할 계획이다. 그는 "불편하고 어려운 결정들이 기다리고 있다. 문제를 외면하거나 미루고 싶을 수도 있지만, 지금 우리는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고 말했다.
UN이 이 같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게 된 배경은 미국의 분담금 미납에 있다. 미국은 전체 UN 예산의 4분의 1을 부담해왔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UN 산하 세계보건기구(WHO), 유엔 인권이사회,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 등에서 탈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WHO가 중국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고, 회원국의 분담금이 비효율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다. 현재까지 미국의 UN 체납 및 미지급 금액은 15억 달러(약 2조 57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UN 분담금 비중이 높은 중국도 분담금 납부를 반복적으로 지연하면서, UN의 유동성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로이터는 UN이 구조조정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꾸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UN의 구조조정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당초 입장을 변경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UN 구조조정에 대한 공식 입장은 밝히지 않았지만, “UN 및 기타 국제기구에 대한 분담금 문제는 현재 검토 중”이라고 밝했다.
고송희 기자 kosh112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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