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엔진의 보완재? 대체제?'... 구글 반독점 소송의 핵심은 AI
구글의 검색 독점 소송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성격을 두고 미국 법무부와 구글이 정면충돌했다. AI가 검색의 대체재인지, 보완재인지를 두고 주장이 엇갈리면서, 구글의 AI 서비스 ‘제미나이’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일 로이터,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는 구글의 검색 시장 독점 해소 방안을 결정하기 위한 최종 재판이 열렸다. 미 법무부는 구글이 애플 등과의 반경쟁적 계약을 통해 검색 시장 점유율을 90% 가까이 유지해왔다고 주장하며, 이에 대한 구조적 해법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재판에서 가장 큰 쟁점은 ‘생성 AI’의 법적 지위다. 법무부는 “제미나이 등 생성 AI는 새로운 정보 접근점이자 새로운 형태의 검색”이라며 AI가 사실상 기존 검색의 ‘대체재’라고 주장했다. 구글이 검색을 독점하면서 얻은 데이터 우위를 AI 분야로 확장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반면 구글은 생성 AI는 기존 검색과는 다른 ‘보완재’라고 반박했다. 특정 검색 행위가 위법 판정을 받았더라도, AI는 그와 별개의 기술이라는 것이다. 구글은 “이번 소송은 검색 계약과 관련된 특정 행위에만 초점을 맞춰야 하며, AI 제품까지 포함하는 조치는 지나치다”고 맞섰다.

이번 소송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인 2020년 10월 제기됐다. 법무부는 구글이 애플, 삼성 등 제조사에 수십억 달러를 지불해 자사 검색 엔진을 기본으로 설정하도록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 연방법원은 구글이 온라인 검색 시장에서 불법적으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해왔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후 구체적인 시정 방안을 두고 3주간의 추가 심리가 진행됐으며, 지난 30일 최종 변론이 마무리됐다. 판결을 맡은 아밋 메타 판사는 “이번 여름 내로 결정을 내리겠다”며 8월 최종 판결을 예고했다.

법무부는 구글의 웹브라우저 크롬 매각, 애플 등에 대한 기본 검색 엔진 설정 수수료 지급 금지, 경쟁사와의 데이터 공유 등을 제안했다. 이들은 “데이터는 검색의 산소”라며, 구글의 방대한 사용자 검색 기록과 검색 색인을 공유해야 진정한 경쟁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구글은 “기업 자산에 대한 사실상의 강제 매각이자 기술 탈취”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정부의 데이터 공유 제안은 실질적으로 검색 사업의 해체를 요구하는 수준”이라며 “30년간 이어온 혁신이 중단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구글은 이미 법원의 독점 판결에 항소 의사를 밝혔으며, 오는 8월 최종 시정 조치가 내려지면 본격적인 항소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이날도 구글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데이터)에 성명을 내고 “법원의 결정이 잘못됐다고 확신하며,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에서 AI를 검색의 대체재로 규정할 경우, 구글의 생성 AI 서비스 ‘제미나이’도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실제로 메타 판사는 “AI가 검색 시장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며, AI 관련 조치를 판결에 포함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다. 반면 구글은 “AI는 본질적으로 다른 시장”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기술 혁신을 저해하지 않는 조치를 촉구하고 있다.

판결을 둘러싼 업계 반응도 엇갈린다. 애플은 구글로부터 연간 200억달러(약 27조원) 이상을 받아 기본 검색 엔진을 설정하고 있어 법무부의 제안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반면 오픈AI, 퍼플렉시티 등 신생 AI 기업들은 “구글 데이터 접근이 가능해진다면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AI가 검색 시장의 판을 바꾸고 있는 가운데, 이번 판결은 단순히 검색 독점을 넘어서 AI 기술과 데이터 지배력의 향방까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메타 판사는 “이번 판결은 경쟁을 촉진하는 것이지, 구글을 무력화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균형 잡힌 해결책을 찾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고송희 인턴기자 kosh112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