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 법안 파열음” 트럼프-머스크 공개 설전 격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의 관계가 공개 설전을 거치며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법안을 둘러싼 의견 충돌이 정면충돌로 번지며 미국 보수 진영 내 권력 구도에도 균열이 예고됐다.

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일론에게 실망했다”며 “우리는 좋은 관계였지만 이제는 잘 모르겠다”고 공개적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는 머스크가 최근 감세 법안을 비판한 데 대해 “전기차 보조금 폐지를 계기로 불만을 키우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이어 “나는 일론을 많이 도왔다. 그는 내게 아주 아름다운 말을 했지만 곧 내게 적대적으로 돌아설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머스크는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 캠프에 2억7000만 달러를 기부하며 핵심 후원자로 자리매김했고 이후 정부조직개편국(DOGE) 수장으로 발탁되며 정책 전면에 나섰다.

그러나 머스크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감세 법안을 “역겹고 혐오스럽다”고 비난하며 공개적인 반대에 나섰다. 그는 자신의 SNS 플랫폼 엑스(X)에 “이 법안은 특혜의 산더미일 뿐”이라며 “얇고 아름다운 법안을 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정면 반박하며 “거짓이다(Fake)”이라며 “이 법안은 한밤중에 통과됐고 내게 보여준 적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가 없었으면 트럼프는 대선에서 졌을 것”이라며 “트럼프의 임기는 3.5년밖에 남지 않았지만 나는 40년 넘게 이 자리에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설전은 멈추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플랫폼 트루스소셜에 “내가 그를 떠나라고 했다. 아무도 원하지 않는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없애자 그는 미쳐버렸다”며 강도 높게 비난했다.

두 사람의 충돌은 단순한 의견 차이를 넘어서 보수 진영 내부 권력 다툼으로 확산될 조짐이다. 트럼프가 추진하는 감세법안은 올해 말 만료 예정인 소득세·법인세 감면을 연장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며 이는 그의 핵심 재선 공약 중 하나다.

하지만 머스크는 이 법안을 ‘기득권층의 이익 배분’이라고 규정하며 반대 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