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똑똑하고 든든한 조력자, 에이전틱 AI[테크트렌드]
일상에서 문서 요약, 번역, 검색 등 각종 업무에 AI 에이전트를 활용하는 경우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단순한 작업을 AI 에이전트에 맡기고 더 중요한 업무에 몰입해서 성과를 거둔 경험을 가진 사람들은 복잡한 작업도 AI 에이전트에 맡기고 싶어한다. 그래서 복잡하고 수준 높은 업무를 해낼 수 있는 새로운 AI 에이전트의 필요성이 서서히 부상하고 있다. AI 에이전트보다 한층 진화한 AI 모델생성형 AI의 발전에 힘입어 각종 지식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된 AI 에이전트를 실생활에 사용하는 경우가 갈수록 일상화되고 있다. 주로 LLM(Large Language Model)이나 LIM(Large Image Model)을 기반으로 하는 AI 에이전트는 단순한 질문에 대한 응답에서 문서 요약 및 정리, 외국어 자료 번역, 이미지 작성에 이르는 정적이고 단일한 업무 처리에서 우수한 성능을 보인다. AI 에이전트의 업무 수행 능력을 체감한 사람들은 점차 동적이고 복잡다단한 업무도 AI 에이전트에 맡기고 싶어한다. 그러나 현재 AI 에이전트의 성능은 전후 상황, 맥락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상호 의존적인 작업들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동적이고 복합적인 업무를 맡기에는 불충분하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 앤드루 응 등 AI 분야의 대가들은 복잡다단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한층 진화한 AI 에이전트를 에이전틱 AI(Agentic AI)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소개한다. 기능상으로나 요소 기술, 아키텍처 등 기술적으로나 기존 AI 에이전트와 다른 점이 많아 사실상 새로운 유형으로 봐야 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 정의하는 에이전틱 AI는 정교한 추론과 작업 계획을 스스로 세우고, 업무를 세분화해서 다수의 특화된 AI 에이전트들마다 각각 적합한 하위 작업을 맡기고 협력하도록 해서 복잡다단한 업무를 수행하는 시스템이다. 에이전틱 AI는 정적인 업무 환경에 적합한 단일 AI 에이전트의 부분적, 반응적 행동을 모아서 동적인 환경 변화에 맞게 조화시키는 지능적인 시스템 수준으로 확장한 AI 모델이라 볼 수 있다. 높아진 자율성, 더 복잡한 상호작용AI 에이전트와 비교할 때 에이전틱 AI의 가장 큰 특징은 높아진 자율성이라 볼 수 있다. 주어진 목표를 수행하기 위한 여러 작업을 세분화하고, 각 하위 목표를 적합한 에이전트에 할당하는 일련의 작업 계획을 사람의 지시 없이 스스로 수립하고, 관리감독해서 수행한다. 또 예기치 못한 작업 환경의 변화에 대응해서 작업 계획과 목표 달성 방식을 사람의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

여러 AI 에이전트 간의 협업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도 단일 AI 에이전트와 대비된다. 정보 검색, 요약, 획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추가 작업 등 제반 작업을 하나의 AI 에이전트가 아닌 복수의 AI 에이전트 간 다중 협력으로 처리한다. 그래서 다중 AI 에이전트 간의 협력에 필요한 우수한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 기능은 필수적이다. 중앙 조정자(오케스트레이터) 또는 분산 프로토콜을 통해 AI 에이전트 간 역할 분배와 하위 작업의 결과 통합이 이루어진다. 한층 복잡해진 상호작용의 대상이 다양해지면서 상호작용 과정이 복잡해진 점도 에이전틱 AI만의 특징이다. AI 에이전트의 상호작용 대상은 사용자인 사람에 그치는 반면, 에이전틱 AI의 상호작용 대상은 사용자인 사람에 더해서 협력 파트너 격인 여러 AI 에이전트들까지 포함한다. 에이전틱 AI 개발에 적극적인 빅테크많은 빅테크 기업들이 에이전틱 AI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최신 AI 에이전트들 중 일부는 여러 AI 에이전트들이 협력하는 시스템이라 소개되고 있어서 사실상 에이전틱 AI로 볼 수 있다. 일부 적극적인 빅테크들은 비록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에이전틱 AI를 자사 서비스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엔비디아는 자사의 AI 플랫폼과 NeMo 마이크로서비스, Blueprints 등 다양한 도구를 통해 엔터프라이즈용 에이전틱 AI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개발하는 에이전틱 AI는 고객 서비스 자동화, 소프트웨어 개발, 의료 데이터 분석, 비디오 분석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활용할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은행에서는 에이전틱 AI가 고객에게 금융 상품 추천, 계좌 잔액 확인이나 거래 실행 등 복합적인 업무를 사람의 개입 없이 자율적으로 처리한다.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에서는 반복적인 코딩 작업을 자동화해 개발자의 생산성을 높인다. 엔비디아는 컨설팅 업체와 협력해서 기업 맞춤형 에이전틱 AI 구축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코파일럿 스튜디오(Copilot Studio)와 깃허브 에이전틱 코파일럿(Github Agentic Copilot) 등 다양한 에이전틱 AI를 사무 자동화, 프로젝트 관리 등에 적용하고 있다. 여러 에이전트가 문서 작성, 일정 관리, 회의 요약, 프로젝트 진행 상황 추적 등 다양한 역할을 분담하고 외부 API와 연동한 복합 업무 처리도 지원할 수 있다.

아마존은 노바 액트(Nova Act) 등 에이전틱 AI 기반 워크플로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브라우저 기반 작업(예: 일정 예약, HR 요청, 이메일 관리 등)을 여러 에이전트가 협력해 처리한다. 예를 들어 AI 에이전트가 결혼식 준비나 복잡한 IT 업무 처리처럼 광범위하고 복잡한 여러 단계로 구성된 작업을 수행해서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노바 액트 시스템을 위한 전용 SDK는 개발자가 복잡한 업무를 하부 명령(예: 검색, 결제, 화면 관련 질문 답변)으로 분해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때로는 명령마다 자세한 지침을 추가(예: “보험 추가 판매 거부”)하거나 브라우저를 직접 조작하여 안정성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고 한다.

구글도 에이전틱 AI를 자사 서비스에 도입하고 있다. 구글 워크스페이스의 NotebookLM Plus Agent는 여러 데이터 소스에서 정보를 통합·요약·검색하는 지식 관리용 에이전틱 AI라 할 수 있다. 기업 내 문서 자동화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에 활용된다. 또한 구글 딥마인드(DeepMind)의 Project Astra는 문자, 이미지, 오디오, 비디오 등으로 구성된 멀티모달 데이터를 처리하고 다양한 작업을 지원하는 에이전틱 AI로 볼 수 있다. 단일 챗봇을 넘어 여러 AI 에이전트가 협력해서 동시다발적으로 복합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세일즈포스는 자사 CRM에 에이전틱 AI 기반의 에이전트포스 어시스턴트(Agentforce Assistant)를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여러 AI 에이전트가 역할을 분담해서 고객 응대부터 내부 데이터 검색, 보고서 작성, 이슈 해결에 이르는 복합적인 고객 지원 업무의 전 과정을 자율적으로 처리한다. 에이전틱 AI가 사용자의 요청을 이해하고, 문맥에 맞는 답변을 스스로 생성하며, 실시간 피드백을 통해 기능이 개선되고, CRM DB와 연동해서 각 상황에 적합한 수준의 의사결정과 대응을 가능하게 한다.

에이전틱 AI는 향후 IT 서비스 산업을 넘어 다양한 산업 현장에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농업 등 노동력 부족 이슈로 무인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면서 복잡한 작업이 필요한 산업일수록 에이전틱 AI의 도입 효과가 클 것이다. 무인 농장의 제반 관리, 감독을 수행하는 주체는 AI 에이전트가 아니라 에이전틱 AI가 될 것이다. 일기 예보에 맞춰 작업 일정과 작업 구역을 지정하고 무인 트랙터 등 각종 로봇화된 농기계들에 수확 등 구체적인 작업 명령을 내리며, 이동경로를 최적화하고 작업 일정을 조율하는 등 제반 계획 수립 및 관리, 감독 작업은 단일 AI 에이전트로 처리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에이전틱 AI는 단순 자동화나 챗봇에 맞는 AI 에이전트와 달리 여러 에이전트의 협업을 통한 복합적 문제 해결과 자율적 의사결정이 가능한 차세대 AI 모델이다. 에이전틱 AI는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개발이 가속화되고 있어서 앞으로 다양한 산업 현장에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다.

진석용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