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쌀과 정원을 나눈 기업가전남 고흥군 동강면 장덕리. ‘지붕 없는 미술관’이라 불리는 고흥의 초입에서 처음 만난 것은 정원이었다. 이름은 ‘금세기정원’. 누군가는 이곳을 고흥의 벚꽃 명소라 부르고, 누군가는 프랑스의 ‘지베르니’를 닮았다고 말한다.
정원의 시작은 한 기업인의 손에서 비롯됐다. 죽암그룹의 창립자 고(故) 김세기 회장은 경남 마산에서 쌀장사를 하다, 1960년대 고흥 죽암지구의 간척사업에 뛰어들었다. 포클레인 같은 중장비도 없던 시절, 리어카로 돌을 나르고, 물막이 공사를 하며 땅을 일궜다. 남해안의 지도를 바꾼 죽암간척지 개간 사업이다. 그가 직접 개발한 간척 기술을 배우기 위해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이곳을 찾았을 정도.


금세기정원은 2018년 전라남도 민간정원 제4호로 지정됐다. 면적은 약 3380여평(1만1169㎡). 한반도 지형을 본뜬 수변공원, 잔디광장, 소나무숲과 메타세쿼이아길, 장미꽃밭까지 곳곳이 섬세하게 다듬어져 있다. 동백과 단풍, 유채와 수국, 장미와 백일홍 등 123종의 수목이 사계절을 수놓는다.


그의 말에는 이 정원을 민간에 개방한 데 대한 감사와 존경의 마음이 배어 있었다. 김 회장은 코로나19 이후 정원을 모두에게 개방했다. 매주 목요일이면 전남도 관광 프로그램인 ‘남도한바퀴’의 버스가 이곳을 찾고, 주말이면 타지에서 찾아온 이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농장 출입 시 가축 질병 방지를 위한 방역을 거쳐야 하기에, 사전 예약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곳은 죽암농장의 비밀스런 정원에서 ‘누구나 걸을 수 있는 정원’이 되었다. 이날 수변공원에서 사진을 찍던 관광객은 이곳이 마치 프랑스의 ‘지베르니’를 꼭 닮았다며 감탄했다.
죽암그룹은 이 정원을 더 넓게 쓰는 법을 고민 중이다. 순천만정원박람회의 축소판처럼, 고흥을 대표하는 관광지로 키울 계획이라고 전했다.
⸻ 금세기 정원 정보 ⸻
주소|전라남도 고흥군 동강면 죽암로 244-27
정원 면적|총 54,258㎡ / 녹지 면적 43,588㎡
운영 시간|09:00 ~ 16:30 (예약제 운영, 일요일 휴무)
※ 농장 내부 방역을 위해 사전 예약 필수. 전남도 관광 프로그램 ‘남도한바퀴’ 통한 방문 가능.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