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스틸에서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US스틸에서 연설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일본제철의 미국 철강기업 US스틸 인수가 사실상 확정된 가운데 일본제철이 협상 과정에서 미국 정부에 주기로 한 'US스틸 황금주'가 향후 경영의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일본 언론이 15일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제철은 US스틸 황금주를 미국 정부에 발행하기로 했다"며 "황금주는 한 주라도 경영의 중요 사항에 대해 거부권을 갖는 주식으로, 무상으로 발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일본제철이 미국 정부에 줄 황금주와 관련해 구체적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일본제철 간부는 "황금주에는 의결권이 없어서 경영 자유는 담보될 것"이라고 요미우리신문에 말했다.

AP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3일(현지 시간) 일본제철이 미국 정부가 제시한 '국가 안보 합의'를 준수하는 조건으로 인수를 허용했다.

일본제철은 이번에 US스틸에 대한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기 위해 미국 정부와 국가안전보장협정을 맺기로 했으며 2028년까지 약 110억달러(한화 약 15조원)를 현지 철강 시설 등에 투자하기로 했다.

또 소수 지분으로도 핵심 경영 사항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특별 주식인 '황금주'를 미국 정부에 부여하기로 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협상과 관련해 '완전한 통제권'을 가지고 있다면서 "51%의 소유권은 미국에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제철은 US스틸 지분 100%를 확보해 완전 자회사화하면서도 미국 정부에 경영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황금주를 부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제철과 미국 정부가 체결한 안보 협정 등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US스틸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지 않는 내용 등이 포함된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요미우리는 중국 업체들이 철강을 과잉 생산해 가격 경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국가안전보장협정과 황금주가 향후 경영의 족쇄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US스틸) 구조조정과 생산 재편 등 재건을 위한 적절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으면 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할 수 없다"고 해설했다.

아울러 협상 과정에서 일본제철이 약속한 투자액이 급증한 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닛케이는 분석했다.

일본제철은 2028년까지 US스틸에 110억 달러(약 15조원)를 투자하기로 했고, 이후 추가 금액을 합치면 총투자액은 140억 달러(약 19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US스틸 주식을 전량 취득하는 데 들어가는 141억 달러(약 19조3천억원)와 거의 같은 금액이다. 일본제철은 본래 US스틸 투자액으로 27억 달러(약 3조7000억원) 정도를 고려해 왔다.

닛케이는 "US스틸 인수는 일본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 중에는 6번째로 규모가 크지만, 투자액을 합치면 다케다약품공업이 아일랜드 샤이어를 약 7조엔(약 66조4000억원)에 인수한 것에 이어 2위 규모에 필적한다"고 전했다.

이러한 여러 우려 속에서도 일본제철이 US스틸 인수를 강행한 배경에는 인구가 줄어드는 자국 시장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제철은 미국과 인도 시장을 성장 동력으로 삼았고, 인도에서도 유럽 업체와 함께 현지 기업을 인수하고 설비를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닛케이는 "일본제철은 일본에서의 수출에 의존하지 않고 수요가 있는 장소에 생산 거점을 구축하는 전략을 폈다"며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 제품 관세를 50%까지 올린 것도 US스틸을 완전 자회사로 만들려 한 요인이라고 해석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