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종양학회서 국내 임상연구 225건 소개돼, 국내 연구자들 활약상 뚜렷

대한항암요법연구회가 17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신 항암 치료 연구 동향과 국내 연구진의 성과를 소개했다. 이날 행사에선 안진석 회장(삼성서울병원 교수), 이현우 홍보위원장(아주대병원 교수), 안호정 가톨릭 성빈센트병원 교수, 박인근 서울아산병원 교수가 연단에 섰다. 사진=대한항암요법연구회
대한항암요법연구회가 17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최신 항암 치료 연구 동향과 국내 연구진의 성과를 소개했다. 이날 행사에선 안진석 회장(삼성서울병원 교수), 이현우 홍보위원장(아주대병원 교수), 안호정 가톨릭 성빈센트병원 교수, 박인근 서울아산병원 교수가 연단에 섰다. 사진=대한항암요법연구회
대한항암요법연구회(KCSG)가 ‘미국임상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ASCO 2025)에 참가한 국내 임상 연구자들의 활약상과 최신 임상연구 현황을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선 이미 임상 단계에 활발하게 적용되고 있는 순환종양 DNA(ctDNA), 키메릭 항원 수용체-T(CAR-T) 등 정밀의료 기술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

KCSG는 17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번 행사에서 ASCO 2025에 발표된 KCSG 주도 임상은 총 4건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KCSG 회원이 제1저자 또는 발표자로 나선 연구는 60건, 국내 연구자가 발표한 연구는 총 225건에 달했다.

이날 ASCO 참가 성과 발표에 나선 안호정 가톨릭대 성빈센트병원 교수는 “10여년 전에는 국내 연구자가 나서 임상연구를 발표하는 사례가 거의 없었는데, 매년 국제학회에서 국내 연구자들이 주 연구자로서 발표에 나서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으며 이미 신뢰받는 연구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말했다.

KCSG 주도 임상 중에선 국립암센터 차용준 교수팀의 대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수술 후 미세잔존암(MRD) 임상연구가 포스터 발표를 통해 ASCO에 공개됐다.

ctDNA는 종양에서 방출된 DNA 조각으로 체재에 남은 암 세포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혈액 채취만으로 가능한 ctDNA 검사는 조직 확보가 어렵거나 빈번한 치료 경과 분석이 필요한 경우, 수술을 비롯한 항암치료 이후 MRD 존재를 분석해 추가 치료 필요성을 알아볼 때 활용될 수 있다.

차 교수 연구팀은 ctDNA를 통해 환자의 MRD 여부를 확인하고, 환자별로 치료 필요성과 강도를 조절해 무작위 방식으로 배정한 최초의 임상으로 주목 받았다. 이번 연구는 향후 대장암 보조항암치료의 패러다임 바꿀지 기대된다.

현재 ctDNA 검사 비용은 약 100만원 정도로 위탁을 통해 진행되는데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주로 임상에서 활용되는 단계다. 의료계에선 앞으로 이 기술이 상용화하기까지 잔존 암 진단 기준 마련과 건강보험 적용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ADC 분야에서는 손주혁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와 박경화 고대안암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각각 삼중(HER2 및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 환자와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 대한 트라스트주맙 병용요법 결과를 구연 발표를 통해 공개했다.

HER2 유전자는 세포가 과잉하게 발현하거나 악성화하도록 해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로 알려져 있다. ADC는 단일 항체에 독성이 강한 약물을 접합해 암세포를 정밀 타격하는 항암치료제이며, ‘엔허투’로 알려진 성분명 트라스트주맙은 ADC를 대표하는 블록버스터로 유명하다.

혈액암 분야에서 차세대 면역 치료 기술로 각광 받았던 BiTE(Bispecific T-cell Engage)와 CAR-T는 고형암 치료 임상까지 빠르게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 치료법은 암세포를 직접 공격하지 못하는 T세포(림프구)가 암세포와 직접 접촉해 공격하도록 유도해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의 장점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박인근 교수는 “과거에는 신약이 표준치료로 자리 잡기까지 수년이 걸렸지만, 최근에는 2~3년 내 진료지침에 반영될 만큼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며 “이번 ASCO에서도 혁신 신약들이 연구 단계를 넘어 실제 임상에 적용 가능한 수준에 도달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KCSG는 전국 120개 기관 소속 870여 회원들이 활동하고 있는 항암 임상 연구 의료진의 모임이다. 1998년 이래 280여개 임상연구를 수행해 환자 약 5만7000명이 임상에 참여한 바 있다.

최근에는 암 환자를 비롯한 누구나 국내 의료기관의 암 임상연구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암 임상연구 검색포털’ 앱을 출시했다. 암 임상연구 검색포털은 앱 스토어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