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연금소득 증가로 인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상실하고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매달 수십만 원에 이르는 새로운 건보료 부담이 은퇴설계의 복병으로 떠올랐다.
17일 국민연금연구원이 발표한 ‘건강보험과 연금소득 과세가 국민연금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9월부터 시행된 건보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으로 인해 기존에 자녀의 직장건강보험에 피부양자로 등록된 연금 수급자들 중 약 25만 가구가 지역가입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들은 연평균 약 264만원에 월 22만 원가량의 건보료를 새로 납부해야 하며 이는 노후 가계의 실질소득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부과체계 개편의 핵심은 피부양자 소득 기준 강화다. 기존 연 34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기준이 낮아지면서 국민연금 수급만으로도 피부양자 자격을 잃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문제는 단순한 부담 증가에 그치지 않는다. 소득 구성에 따라 건보료 부과액이 달라지는 구조로 인해 형평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매달 200만 원의 연금을 전액 국민연금으로 받는 A씨는 해당 소득 전체가 건보료 부과 대상이 되지만 국민연금 100만 원과 퇴직연금 100만 원을 나눠 받는 B씨는 국민연금에 대해서만 건보료가 부과된다.
결과적으로 동일한 총소득임에도 A씨는 더 많은 건보료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건강보험료뿐 아니라 세금 부문에서도 유사한 역차별이 발생한다. 기초연금은 전액 비과세인 반면 국민연금 노령연금은 과세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초연금을 포함한 수급자가 국민연금만 받는 수급자보다 실질소득이 높게 나타나는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부담은 수급자들의 선택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건보료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상 수급보다 1~5년 먼저 연금을 받는 ‘조기노령연금’을 선택하는 사례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조기노령연금은 1년 조기 수령 시 연금액 6% 감액에 최대 5년 조기 수령 시 30% 감액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이처럼 국민연금을 일찍 받으면 그만큼 수령액이 깎여 손해를 보기에 ‘손해 연금’이라고 불린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의 실질적인 보장성을 논할 때, 단순한 액면 수령액이 아니라 건강보험료와 세금을 제외한 ‘순연금소득’ 기준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유진 기자 jinjin@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