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준성 제이엔와이종합건설 대표
건설경기가 불황의 늪을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손꼽히던 중·대형 건설사들의 기업 회생절차 신청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건설경기에 낀 먹구름은 지나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그 때문인지 도심 곳곳에는 올려야할 자재를 미처 다 올리지 못한 공사현장들이 쉽게 눈에 띈다.마치 생물처럼 주변 영향을 직격탄으로 받는 건설경기의 불황은 투자와 고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건설투자 성장률과 고용지수 앞에는 마이너스가 따라 붙었고, 남자들의 평생 술안주인 사회 초년생 시절 막노동 썰 역시 언제부터인가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황의 늪 속에서도 건설 현장은 매일 매일 바삐 돌아가고 있다. 워라밸은 고사하고 주말도 없이 먼지 구덩이 속에서 무거운 자재와 씨름하는 전문 건설인들의 땀방울은 기온이 올라갈수록 더욱 더 진해진다.
땅을 파내던 현장에서 골조가 하나둘씩 세워지고, 어느새 우뚝 서 있는 건물을 보면 이들의 땀방울이 더욱 값져 보인다.
수년 전, 수트와 넥타이를 제쳐두고 먼지로 뒤덮인 작업복을 선택한 배준성 제이엔와이종합건설 대표는 군 장교에서 대기업 직원, 보험설계사, 창업가 그리고 전문 건설인으로 거듭난 ‘프로이직러’다. 현장을 배우기 위해 일당도 마다하고 전문 건설업에 뛰어 든 그는 4년 만에 건설사 순위 1000계단(2020년 1930위→2024년 921위/대한건설협회)을 뛰어 올랐다. 가까운 미래 건설 순위 100위 권 진입을 목표로 세운 배준성 대표를 만나 ‘직업의 세계’를 들어봤다.

“생각보다 좋은 상황은 아닙니다. 그래서 의뢰가 들어오면 평소엔 대충할 일도 더 꼼꼼하게 챙기게 돼요.(웃음)”
건설회사마다 특징이 있잖아요. 제이엔와이건설은 주로 어떤 건물을 짓는 곳인가요.
“저희는 주택이나 상가, 공장 등 고객 의뢰가 들어오면 뭐든지 짓습니다. 그 중에선 특히 주택 의뢰가 가장 많은 편이에요.”
건설사는 누구나 차릴 수 있나요.
“‘건설 기술 경력증’이라는 자격증이 있어야 건설사를 설립·운영할 수 있어요. 이걸 받기 위해서는 ‘건축기사’, ‘건설안전기사’ 등 건설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고 경력을 쌓아야 건설 기술 경력증을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되죠. 그리고 경력이 쌓일수록 건설기술인협회에서 자격증 및 경력 점수를 합쳐 ‘초급’, ‘중급’, ‘고급’, ‘특급’ 건축 설계 시공 등급을 매겨 줍니다.”
협회 등급은 뭘 나누는 건가요.
“이 등급으로 건설기술인의 시공 규모가 결정돼요. 초급은 한 건당 30억원까지, 중급은 100억원, 고급은 300억원, 특급은 700억원 규모의 공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는 셈이죠.”
보통 건축 의뢰는 어떻게 들어오나요.
“예를 들어, 집을 짓겠다고 하는 분들이 이런저런 루트로 문의를 많이 주는데, 그 중에서 가장 많은 건 주변 소개예요. 요즘에는 블로그나 유튜브를 보고 의뢰나 문의가 많이 들어오고 있어요.”
유튜브를 보고도 의뢰가 들어오는군요.
“요즘엔 남녀노소 불문하고 유튜브 많이 보잖아요. 저도 ‘짓는남자’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데, 어떻게 집을 짓는지, 그리고 솔직담백한 건축주들의 후기 콘텐츠를 보고 문의가 들어오기도 합니다.”
실제 건축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의뢰가 성사되면 저희와 협업하는 건축사사무소에 도면을 의뢰한 뒤에 시공에 착수합니다. 가장 먼저 공사 범위를 책정하기 위해 내 땅이 어디까지인지를 체크하기 위해서 국토정보공사에 의뢰를 해 땅의 범위를 지정 받습니다. 그 이후 철거를 위해 안전 관리 계획서 및 토목 감리 등을 받게 됩니다. 공사 전에 지질조사를 비롯해 동네에 따라 문화재 조사를 하는 경우도 있어요. 서울의 경우, 문화재가 많이 나오는 중구나 종로구 등의 지역에서는 공사 전 땅을 파서 문화재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가 있거든요. 그 작업을 거친 후 관할 지자체에서 착공 신고필증이 나오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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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마다 다르겠지만 완공까지 소요 시간은 평균 얼마나 걸리나요.
“시공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완공까지 10개월 정도 소요 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시공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은 뭔가요.
“아무래도 품질이죠. 사실 어떤 건설사가 짓느냐에 따라 품질 차이가 많이 나거든요. 과정마다 들어가는 자재나 시공을 꼼꼼히 하지 않아 하자가 무더기로 나오게 되죠. 그럼 건축주와 사이가 좋을 수가 없어요. 소송으로 가는 경우도 많고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의뢰의 큰 부분이 주변 소개인데, 소문이 안 좋게 나면 저희 같은 중소 건설사는 살아남기 힘듭니다.”
시공 품질을 높이기 위한 노하우가 있을까요.
“모두 다 중요하지만 그중 가장 중요한 건 현장소장을 잘 선정해야 됩니다. 현장에서의 총책임자인 현장소장이 베테랑이 아니면 그 현장에서는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거든요. 현장에는 작업자들도 많고, 날씨나 상황에 따른 변수들이 무수히 존재해요. 그런 상황에 빠르고 정확한 판단과 지시를 할 줄 아는 현장소장의 유무는 굉장히 중요하죠.”
현장에선 어떤 상황들이 발생하나요.
“예를 들어, 뉴스에서 접하는 아파트 하자들을 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하자 건들이 있거든요. 옆집과 문이 부딪힌다든지, 창문이 있지만 열 수 없는 구조 등의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하자들이죠. 이런 문제는 설계 자체가 잘 못나왔거나 현장 지휘가 잘 못 됐을 가능성이 높아요. 문제를 발견했을 때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지휘자가 현장소장인데, 그 역할을 잘 못 이끌게 되면 배가 산으로 갈 수밖에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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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죠. 도면이 잘못된 경우도 있지만 그 도면 안에 디테일한 부분이 다 들어 있진 않거든요. 시공 순서를 잘 이해하고 마감을 잘 해주면 절대 어설픈 집이 나올리는 없습니다. 건설은 성공하는 것보다 실패하지 않는 게 더 중요하거든요.”
건설사를 창업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전 원래 금융인이 되고 싶었어요. 그래서 통계학을 전공했고요. 졸업 무렵에 금융 자격증 5개, 토익 점수 900점대를 맞춰 놓고 은행에 지원했는데, 모조리 다 떨어졌죠. 장교 제대 후 첫 직장이 홈플러스였어요. 그리고 보험사로 이직했죠. 사실 보험설계사는 잠깐 하자는 마음에 들어갔는데, 영업이 체질인지 얼마 안 돼 팀장을 달게 된 거예요. 월급쟁이 치곤 돈도 많이 벌었죠. 그러다 우연히 건설사 영업을 하다가 보니 건설업이 굉장히 매력적이더군요.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된 거죠.”
시작은 건설업이 아니었군요.
“아버지께서 시행(신축사업 건축)일을 오래 하셔서 연결고리는 있었죠. 이 업계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건축주들이 내 집을 지어줄 건설사를 찾는데 쉽지 않아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건축주와 건설사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을 만들었어요.”
중개 플랫폼에서 직접 집을 짓는 건설사로는 어떻게 이어지게 된 건가요.
“플랫폼을 만들어 놓고 첫 거래가 아주 잘 됐어요. 되겠다 싶었죠. 근데 현실은 제 맘 같진 않더군요.(웃음) 한 6개월 동안 수입이 없었어요. 그러다 아예 내가 건설사를 차려서 건축주들이 원하는 집을 지어보자는 생각이 들어 그때부터 준비하기 시작했죠.”
"건설 현장 일 배우기 위해 무보수로 일하기도, 건설업에 일하려면 자격증이 필수···누군가의 보금자리를 짓는 사람들은 '양심'이 무엇보다 중요해"
당시만 해도 현장 경험은 없었을 것 아녜요.
“그렇죠. 그래서 그때부터 제 고객이었던 건설사들이 짓는 현장에 가서 무보수로 일하면서 현장을 배웠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현장 일을 배우면서 제 것으로 만들었죠. 무보수로 1년 정도 일 하다 보니 그동안 벌어뒀던 자금의 바닥이 보이기 시작하더라고요. 그 이후론 10만 원 정도 일당을 받기 시작했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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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사 창업과 마찬가지예요. 일단 자격증이 있어야 해요. 종종 주변에서 일 배우겠다고 오는 친구들이 있는데, 그 친구들한테도 우선 ‘건축기사’ 자격증을 따라고 합니다. 우리가 병원에 갔는데 면허 없는 의사한테 우리 몸을 맡길 수 없잖아요. 집도 마찬가지예요. 자격이 없는 사람한테 집을 만들어달라고 할 순 없으니 건설사에서 일을 하려면 무조건 자격증이 있어야 돼요.
그리고 양심이 있어야 해요. 건물 짓는 사람이 양심이 없으면 수 십, 수백 명을 죽일 수 있어요. 좀 극단적으로 말씀드렸지만 현실이 그래요. 순간의 이익 때문에 써야 할 자재를 쓰지 않고 집 또는 건물을 짓게 되면 나중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요. 뉴스에서도 본 것 처럼요.”
기본적으로 건축주와의 신뢰가 중요하겠네요.
“예를 들어, 집 한 채를 지으면 유지보수기간이 있어요. 골조는 10년, 철근·콘크리트는 4년 등등이요. 하지만 살다 보면 기간이 지나서 문제가 발생되는 곳도 있거든요. 그런 건축주의 민원 연락이 오면 무조건 갑니다. 사실 보수기간이 끝났기 때문에 시공사 책임은 아닐 수 있지만 사람이 원래 작은 것에 감동하잖아요. 조금 손해가 나더라도 웬만하면 해결해 주려고 합니다. 그럼 감동을 받은 건축주가 주변에 소개를 해주기도 하죠. 보험 일을 하면서 이러한 영업방식을 습득했죠.(웃음)”
업무 여건상 사무실보다 현장 출근이 더 많겠네요.
“사실 근무여건은 그리 좋은 편은 아닙니다. 현장 먼지 속에서 살아야 하니까요. 요즘 워라밸을 많이 찾는데 저희는 주말에도 공사를 하다 보니 그만두는 직원들도 많아요. 건설에 뜻이 없이 그냥 돈을 벌려는 사람들은 못 버텨요. 일찌감치 그만두는 게 나아요.”
연봉은 어떤가요.
“일이 힘들다 보니 다른 직군들보단 그래도 높을 겁니다. 저희 같은 작은 건설사도 4천만 원부터 시작될 겁니다.”
일 하면서 가장 행복할 때는 언제인가요.
“건축주가 만족할 때죠. 완공하고 나서 잘 지어줘서 고맙다는 연락을 받을 때, 최근에는 건축주가 먼저 연락이 와서 제 유튜브 채널에 나가 홍보해주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땐 정말 이 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향후 건설인의 비전은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업계에서는 부정적 인식이 크죠. 사실 건설·부동산은 불황이 한 번 왔을 때 그 기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거든요. 반면, 건물의 수명은 정해져 있어서 사람이 살아가려면 신축이든, 리모델링이든 집은 계속 지어야 하기 때문에 수요는 늘 존재합니다. 직업적으로 보면 건설업은 기술직이라 배워두면 언제라도 쓸 수 있어요. 예전 한 교수님이 말씀하시길 자신이 40년 전에 배웠던 기술을 아직도 강단에서 써 먹을 수 있다고 하시더군요. 반면 인공지능이나 새로운 테크놀로지 기술은 늘 변화하기 때문에 배우지 않으면 도태되기 쉽죠. 이런 부분도 건설 기술인들의 장점 아닐까요.(웃음)”
![4년 만에 건설사 순위 1000위↑···수트 벗고 작업복 입은 '이 남자의 비밀' [강홍민의 굿잡]](https://img.hankyung.com/photo/202506/AD.40855756.1.jpg)
[사진=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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