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식의 와인 랩소디 <47>
이탈리아 캄파니아의 마스트로베라르디노 와이너리는 고대 로마 포도 품종과 와인을 재현했다. 사진은 최근 한국을 방문한 피에로 회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이탈리아 캄파니아의 마스트로베라르디노 와이너리는 고대 로마 포도 품종과 와인을 재현했다. 사진은 최근 한국을 방문한 피에로 회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해외여행을 좀 다녀봤다는 사람에게 이탈리아 남부 캄파니아를 물어보면 천혜 절경 아말피 해변이나 화산의 도시 품페이, 나폴리의 산세베로 예배당을 이야기한다. 그 외에도 가볼 만한 관광지가 몰려 있어 ‘핫 플레이스’로 꼽는다.

그러나 캄파니아의 진정한 가치는 ‘고대 토착 품종과 최고급 로마 와인 재현’에 있다는 데 동의하는 전문가가 많다. 실제 이곳에서는 그리스 식민지 시대부터 포도 농사를 지었다. 로마 황제와 귀족들에게 사랑받던 와인 생산지로 잘 알려진 곳이다.

이 지역 와인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알리아니코(Aglianico), 피아노(Fiano), 그레코(Greco) 등 토착 포도 품종의 특징과 역사를 알아야 한다. 그와 함께 화산 토양의 독특한 테루아, 일교차가 큰 기후조건도 와인 품질에 많은 영향을 준다.

캄파니아 와인 중심에는 150년 역사를 간직한 와이너리 ‘마스트로베라르디노(Mastroberardino)’가 있다. 1878년 설립된 이 가족 와이너리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의 포도 품종과 양조 기술을 복원, 역사 속 와인으로 재현했다.

현재 와이너리 경영은 피에로(Piero)와 그의 딸 2명이 함께 꾸려가고 있다. 10대 오너 피에로는 지난 6월 5일 서울을 방문, 시음회와 가문의 양조 철학을 소개했다. 그는 “전통과 현대 기술 접목을 통해 최고 와인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대 토착 품종을 100% 사용, 와인을 양조한다. 따뜻한 해안 지역과 달리 와이너리 주변은 한여름에도 서늘한 편이고 겨울에는 적설량이 많다. 또 일교차도 커 와인 숙성의 기본인 산도 유지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복합미 좋고 40~50년 장기 숙성이 가능한 비결이다.

먼저 화이트 와인 두 종류를 마셨다. 시작은 ‘그레코 디 투포’. 그레코 포도는 만생종으로 10월 중순 손 수확한다. 이탈리아에서 매우 늦은 시기라고. 옅은 조명 아래 드러낸 짙은 노랑 컬러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피에르는 “포도 본래의 캐릭터를 살리기 위해 기초적인 방식으로 양조한다. 그러나 두꺼운 껍질 덕분에 지속력이 길고 짙은 컬러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반 미네랄, 아몬드 향이 나타났다. 후반 들어 살구, 복숭아 향도 잡혔다.

이어 ‘라디치 피아노 디 아벨리노’와 마주했다. 해발고도 500~600m, 싱글 빈야드 포도 피아노 100%를 사용했다. 앞서 마신 그레코에 비해 강도가 약간 낮고 밝은 편으로 마시는 순서가 뒤바뀐 느낌이다.

스틸 탱크에서 20일간 발효, 6~8개월간 다시 숙성한 후 병입했다. “부드러운 흰 꽃과 스모키 향을 잡아보라”는 것이 피에르의 주문. 그러나 후반에 약하게 다가왔다. 생선회나 드레싱 없는 음식과 잘 어울린다고.

이들 두 와인의 공통점으로 ‘입안을 깔끔하게 해준다’는 점을 꼽았다. 따라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음식과 잘 어울린다고. 화이트 와인이지만 40~50년 숙성이 가능하다는 점도 함께 설명했다.

다음은 레드 와인으로 넘어갔다. 시음에 선보인 두 와인은 알리아니코 포도 100%를 사용했다. ‘라디치 타우라지’에서는 풀보디, 타닌감이 먼저 다가왔다. 이탈리아에서 가장 늦은 11월 초 수확해 와인의 복합성을 높였다고.

끝으로 마신 ‘라디치 타우라지 리제르바’는 25일간 침용, 오크통과 병에서 각각 24개월간 숙성했다. 그 덕분에 짙은 과일 향과 스파이시한 맛을 찾을 수 있다는 것. 그러나 이 와인의 가장 큰 경쟁력은 신선함이다.

한편 마스트로베라르디노는 유서 깊은 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다. 와이너리 초기 사용했던 농기구는 물론 양조 관련 각종 고문서 등을 고스란히 소장하고 있다고 한다. 현장을 관람하면서 다시 마시면 어떤 맛일지 궁금하다.

김동식 와인칼럼니스트
juju4333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