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0대 CEO]


석과불식(碩果不食)은 ‘좋은 열매는 미래를 위해 남긴다’는 뜻이다. 당장의 이익을 얻기보다 미래를 위해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는 이환주 KB국민은행장의 경영철학이다.

이 행장은 KB금융지주, 은행, 비은행 전 부문을 아우르며 그룹의 핵심 직무를 두루 경험한 첫 계열사 출신 은행장이다. 안정과 내실을 앞세운 균형 잡힌 리더십으로 조직의 체질을 바꾸고 있다. 글로벌 사업 추진력 강화, 근본적인 내부통제 혁신 및 기업문화 쇄신, 명확한 의사소통 프로세스 정립 등 조직의 안정과 변화를 동시에 이끌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푸르덴셜생명과 KB생명보험의 통합, 요양사업 진출 등에서 입증된 실행력은 이제 국민은행 변화의 동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행장은 무엇보다 ‘신뢰’를 우선시하고 있다. 단순히 ‘금융상품을 파는 은행’을 넘어 고객과 사회에 ‘신뢰를 파는 은행’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엄격한 윤리의식에 기반한 정도영업으로 “국민은행은 확실히 다르다”는 것을 고객이 느끼게 하면 중요한 선택을 하는 매 순간마다 가장 먼저 KB국민은행을 찾게 된다는 것이다.

이 행장은 리테일, 기업금융, 자산관리(WM), 기업투자금융(CIB), 자본시장, 디지털 등 각 부문의 비즈니스를 재정의하고 재설계하는 일에도 집중하고 있다. 그는 “고객의 눈높이에서 페인 포인트(Pain Point)를 끊임없이 찾고 집단지성과 과감한 새로 고침의 방식을 통해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재정의-실행-관찰(Redefine-Do-See)’의 절박한 혁신 과정을 반복적으로 실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민은행은 새로운 성장 동력 발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금리·환율 등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가 가속화되는 상황은 은행 고객 기반과 비즈니스에 영향을 준다. 국민은행은 임베디드 금융 확대, 대면채널 혁신(점심시간 집중상담제도 등 영업시간특화점포) 등을 통해 고객 접점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내부통제 체계를 재정비하고, 제도 이행력을 강화해 지속 가능한 신뢰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이 행장은 “KB의 전략 방향은 경쟁사와 유사할 수 있지만 실행 방식의 차별성이 경쟁력의 원천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단기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신뢰를 축적하며 고객 중심 사고로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는 은행, 그리고 균형 있는 사고로 성장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한 그의 행보는 이제 본격적인 궤도에 올라섰다.
그래픽=박명규 기자
그래픽=박명규 기자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